한반도 대운하, ‘축복’인가, ‘재앙’인가

2008.01.14 | 4대강

축복인가 재앙인가, 국운융성의 길인가 대국민 사기극인가. 찬반 논쟁이 뜨겁다. 바로 경부운하 사업에 관한 이야기다. 17대 대통령선거에서 이명박 후보는 투표자 과반수의 지지를 받고 당선됐다. 지난 선거의 이슈는 단연 ‘경제’. 그만큼 국민들이 살아나기 시원스럽지 않다는 이야기다. GDP 대비 7%의 경제성장을 공약으로 내 건 이명박 당선자는 일사천리로 경부운하 사업에 과속을 붙였다. 국민 과반수의 지지를 얻은 마당에 경부운하 사업의 타당성과 여론은 이미 수렴된 것이 아니냐는 억측이다.

이경숙 대통령직인수위원장은 경부운하 사업에 대해 “국민 여론도 수렴하지 않고 과욕을 부려 밀어붙이는 일이 없을 것”이라고 밝혔지만 이미 경부운하 사업은 인수위 내에서 여론수렴의 단계를 넘어선 ‘확정’ 상태다. “당선자 임기 안에 경부운하 사업을 마치겠다는 게 확고한 의지다”, “이명박 당선인의 대선승리로 운하논란은 사실상 끝이 났다”며 경부운하 사업을 위한 구체적 추진 단계에 접어든 모습이다. 드높은 점령군의 기세에 정부부처 어느 누구도 소신 발언에 나서는 사람 없다.

건설교통부는 올해 초 인수위 보고에서, “현행 법률에 따라 대운하를 추진할 경우 환경영향평가와 문화재 지표조사, 기타 행정절차를 거쳐 착공까지 3, 4년이 걸려 임기 내 완공이 사실상 어렵다”는 의견을 개진했다. ‘한반도대운하 국민검증기구’를 시급히 구성할 필요성도 제기됐다. 하지만, 소귀에 경 읽기다. 어림없다. 올해 총선 이후, 6월 정기국회 때 특별법을 제정하고, 내년 2월 첫 삽을 뜨겠다며 불도저식 밀어붙이기로 초반에 끝장낼 기세다.



우선 개념정리부터 하고 넘어가자. 한반도대운하는 뭐고 경부운하는 또 뭔가. 쉽게 말해서 한반도대운하는 우리나라 4대강인 한강, 낙동강, 금강, 영산강의 물줄기를 연결해 배를 띄우겠다는 것이며, 한강과 낙동강을 잇는 경부운하, 영산강과 금강을 잇는 호남운하, 금강과 한강을 잇는 충청운하 등 남한 쪽의 12구간 2,100여km와 통일시대의 북한운하 5개 노선 1,000여km 등 전체적으로 17개 노선, 약 3,100km를 합한 개념이다. 그 중에서 경부운하는 서울 한강의 김포대교부터 남한강을 거쳐 연결구간인 백두대간 조령지역을 넘어 낙동강 하구까지를 말하는 것으로 약 550여km 정도 되는 구간이다. 경부운하 찬성측은 사업비 14.1조의 공사비로 4년, 당선자 임기 내에 사업을 완료할 수 있다고 자신한다. “지난 10여 년 간 국내외 학자 100여명이 10년 간 기술적 검토를 마쳤다”는 것.

찬성 측에게 14.1조의 공사비와 4년의 단기간 공사기간 쯤은 별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한강과 낙동강 전 구간의 채취 가능한 골재 8억 루베(입방미터)로 공사비 50%를 해결하며, 나머지 공사비 50%는 민자유치를 통해 해결되기 때문에 정부예산은 한 푼도 들지 않는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다. 경부운하 건설에 따른 국가경제 파급효과, 고용창출효과, 공간개선효과 등을 따지면, 이건 100원 투자에 230원 이익을 남기는 황금거위 사업이다. 공사는 전국 동시다발로 삽질하면 4년이면 충분하단다. 부산~서울 간 물동량의 80%를 경부운하가 흡수할 수 있다는 과학적 자신감의 근거는 과연 증명 가능한 사실인가? 운하가 도로나 댐보다 친환경적인 교통수단인가? 운하가 환경을 보호하고 수질을 개선하고 홍수를 예방할 수 있다는 무한 낙관론은 구체적으로 실현가능한가?

하천 준설이 강바닥의 썩은 토사와 오염물질을 긁어내기에 강을 보호하는 좋은 방법이라든지, 운하를 운행하는 선박의 스크류로 하천에 산소를 충분히 공급하기에 기후변화시대에 걸맞다는 이야기는 접어두자. 나무를 보고 숲을 보지 못하는, 조그만 사실을 보편적 사실이라고 우기는, 환경의 ABC도 모르는 이야기다. 지난 12월, 발리의 기후변화당사국총회에서 한국정부는 지구온난화에 대처하는 방법으로 원자력을 제안해 국제적 망신을 사더니, 급기야 이명박 캠프는 운하를 제안했다.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저감하기 위한 국가적 노력, 즉 산업부문의 에너지효율을 높이거나 산업구조 전환은 어디가서 이야기하나.

운하는 강이 아닌 지역을 배가 다닐 수 있도록 인공적으로 만든 공간으로 강과는 달리 물이 정체되어 흐르지 않는 공간이다. 물길을 막아 하천 상류에 일정한 수위를 유지시켜주기 위한 설치물인 ‘보’, 보의 상.하류 사이에 수위를 조절해 선박을 통과시키기 위한 ‘갑문’, 그리고 운하를 이용하는 배의 화물을 선적할 수 있는 ‘터미널’ 등의 부대시설이 필요하다. 운하에 4단의 컨테이너를 실은 바지선이 통과하기 위해서 전 구간의 평균 수심은 6m, 높이는 11m가 넘어야 한다. 하천 준설과 교량 철거, 수중보와 댐 건설은 필수적이며, 수몰될 문화재도 수천억에 달한다. 당선인 비서실 추부길 정책기획팀장은 “기존 교량을 철거하고 재개설해야 할 교량은 총 11개에 불과”하다고 주장하지만, 민주노동당의 자료에 따르면, 사업 구간 전체 교량 “115개 중 90개(78%)를 재공사”해야 한다. 더욱이 “유지관리비, 교량철거.재건설비, 취수장 이전비 등 누락항목을 포함하면 40~50조원은 쏟아 부어야 할 판”이다. 당장 한강의 출발지점인 김포대교부터 역사 속으로, 지정문화재 72곳과 매장문화재 177곳은 역사 교과서에서 사라질 운명이다.

전문가의 분석을 빌려보자. 홍종호 한양대 경제금융대학 교수는 ‘경부운하 건설의 경제적 타당성에 대한 비판적 검토’란 주제의 발제에서, 물동량, 골재, 산업파급, 고용창출, 재원조달, 관광효과, 소요비용 등 8개 분야의 쟁점을 분석한 뒤 경부운하 건설은 경제성이 전혀 없다는 비용편익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경부운하는 10단계의 운송절차로 인해 서울~부산 간 운송시간이 100시간 정도 걸릴 예측이다. 경부운하의 벤치마킹 대상으로 삼고 있는 독일의 마인-도나우 운하의 경우 총 연장길이 171km를 바지선이 지나가는데 만 24시간이 걸린다. 550km의 경부운하 경우, 산술적으로 만 3일, 게다가 복잡한 운송절차를 감안한다면 최소 100시간은 족히 걸린다. 한마디로 .’빠르고 가볍게 나르는 세상‘에 ’느리고 무겁게 나르는 운하‘를 누가 이용하겠냐는 요지다. 속도 경쟁, 무한 경쟁을 최고선(善)으로 추앙하는 이명박 당선자는 시간을 중시하는 빠른 산업기반에서 4~5일을 버틸 여유가 있는가.

따라서 경부 축 서울~부산 물동량의 80%가 경부운하를 통해 소화될 것이라는 찬성 측의 예측은 실현가능성이 전혀 없는 계획이다. 골재 부문 역시, 우리나라 골재 1년 수요량이 5천만 루베(입방미터)인데, 약 16년 이상의 모래 수요인 8억 루베를 어떻게 공급할 건지에 대한 의문과 비용하락 문제를 검토해야 한다. 숭실대 박창수 교수는 경부운하 사업으로 고용 창출효과 30만명, 혹은 52만명을 주장하지만, 독일 마인-도나우 운하의 경우 시설 유지에 필요한 고용인원은 380명에 불과하다. 나머지 몇 십만 명의 인력은 경부운하 건설을 위한 단순 노무직, 비정규직으로 전락시킬 것인가? 3000만명이 마시는 물에 관한 논쟁지점에서는 신중에 신중을 거듭해야 한다. 먹는 물의 87%를 하천과 호소수로, 4대강을 직접적인 식수원으로 이용하는 우리나라의 현실을 정확히 살펴야한다. 외국의 사례에서 보듯이, 식수원에는 운하를 건설하지 않는 것이 절대불변의 정설이다. 만약 서해안 기름유출과 같은 대규모 오염사고가 경부운하에서 발생한다면…

민자유치의 결과, 건설사들이 입을 손실과 초과 공사비는 고스란히 국민의 호주머니에서 털어야 할 것이다. 당장 건설사는 경제성이 없는 사업에는 절대 뛰어들지 않는다. 건설자본이 수조 원을 투자해 돈을 남길 수 있을까? 수요량 예측이 헛갈리는 상황에서 일단은 ‘관망’ 단계. 문제는 40~50조로 눈덩이처럼 불려 지는 사업비를 찬성 측은 어떻게 보증할까? 경부고속철도는 사업비가 1989년 5조 8400억원에서 1997년 17조6294억원으로, 인천국제공항 건설사업비는 3조4165억원에서 5조7019억원으로 초기 산정 사업비에 비해 2~4배 가까이 폭등했다. 경부운하로 늘어난 공사비를 정부가 보조한다면, 결국 국민의 혈세가 아닌가. 그래서 ‘운하를 꼭 만들겠다’며 선택할 것이 경부운하 예정지 주변의 개발권을 건설사에 준다는 것. 어이없다.

한강, 낙동강, 금강, 영산강은 생명의 원천이다. 공기, 흙, 불 없이 살 수 없듯이, 물은 생존의 필수 조건이다. 지금껏 제출된 하천 관련 생태보고서만도 찬성 측의 10년간 경부운하 타당성 검토 분량을 뛰어넘는다. 올해 11월, 경남도에서는 습지와 물새서식지를 보호하기 위한 ‘람사르 당사국총회’가 개최된다. 환경올림픽이라는 수식어에 걸 맞는 전 세계 환경, 습지 축제다. 우리는 이미 만경강, 동진강의 새만금 갯벌을 잃었다. 경부고속철도로 천성산의 고층습지와 꼬리치레도롱뇽이 위기다. 서남해안개발특별법이 통과되었고, 연안지역의 각 지자체들은 각종 매립계획을 세워 언제 하향으로 돌아설지 모를 조선소 유치에 혈안이다. 경부운하, 한반도대운하로 환경부와 지자체에서 추진 중인 40조원의 수질개선 비용과 국민의 희생이 수포로 돌아설 최악의 시나리오가 꿈틀대고 있다. 운하의 나라 독일의 하우프 전 교통부장관은 “운하는 바벨탑 이후 인류가 저지른 가장 무식한 사업”이라고 경고했다. 경부운하는 국민과 대자연의 명운이 걸린, 두드리고 또 두드려서 살펴볼 사업이다. 허심탄회하게 백지화하고 재검토할 시점이다.

● 글 : 녹색연합 윤상훈 정책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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