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 농성 12~13일차 소식 “아이에게 부끄럽지 않은 미래를 위해”

2009.06.22 | 4대강



12일 새벽부터 내리는 비가 장마의 시작이 되었습니다.
농성장에서 잠을 자던 활동가들은 갑작스럽게 내린 비에 한바탕 소동을 벌였습니다. 바닥 위에 놓여있던 갖은 물품들이 젖어가고 뒷 천막은 폭우에 한차례 쓰러지기도 합니다. 농성장 안은 천막 위로 떨어지는 빗소리에 사람 말소리도 잘 들리지 않습니다. 어쩔 수 없이 옹기종기 모여 비 오는 농성장을 어떻게 꾸릴지 얘기합니다.

주말에 엄마, 아빠를 따라 나온 아이들이 함께 농성장을 지킵니다. 낯선 사람들에게 새초롬한 표정을 짓던 아가씨는 사진을 찍는다니까 엄마와 함께 활짝 웃어보입니다.

입안 가득 수박과 땅콩을 물고 다니던 아이는 아빠를 따라 절을 합니다. 몇 번을 따라 하다가 곧 실증이 났는지 절방석에 벌렁 누워버려 아빠를 곤란하게 만듭니다. 우두커니 농성장 밖을 바라보고 있던 아이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을까요? 아이에게 부끄럽지 않은 미래를 선물하기 위해 엄마 아빠가 이곳에 있다는 것을 알고 있을까요?

거리캠페인은 지하철 역사와 터미널 안에서 진행되었습니다.
무심히 지나가는 사람들이 많지만, 일부러 와서 받아가는 사람, 애쓴다며 격려해주고 가는 사람, 죽이기가 아니라 살리기가 맞습니다 라며 저음의 목소리로 소근거리듯 말하며 지나가는 사람 등 다양한 시민들이 우리 앞을 지나갔습니다. 그러나 그런 시간도 오래 갖지 못했습니다. 터미널은 사유지라서, 지하철은 공공장소라서 홍보물 배포는 안된다네요. 대체 사유지와 공공장소가 아닌 땅은 어디에 있을까요. 그것보다 언제부터 우리의 대지가 누군가의 소유가 되어버렸을까요..

13일은 다행히 날이 맑습니다. 오히려 너무 개어버렸는지 후덥지근하게 덥습니다.
낮에는 인사동에서 큰 피켓을 들고 행진하는 캠페인을 진행했습니다. 일요일 혼잡한 인사동에 사람들의 시선이 집중됩니다. 더운 날씨에 땀이 등줄기를 타고 흐릅니다.

오전에는 약간의 소란이 있었습니다. 정체불명이 할아버지들이 몰려 오셔서 다짜고짜 농성장의 철거를 요구한 것입니다.

조계사 신도들이라고는 했지만, 스님에게 막말하는 것을 보니 그것도 아닌 것 같습니다. 오후에 나올 예정이었던 활동가들이 긴급하게 소집되었는데 다행히 별 탈없이 해프닝으로 정리되었습니다. 그런데 근래 마찰이 발생하는 현장에서 보면, 정부측의 의견을 대신하고 있는 분들은 왜 거의 다 백발의 노인분들일까요. 경인운하 주민설명회에서 반대 측을 막아선 것도, 서울대교수의 시국선언장에서 교수들의 발언을 막아선 것도 거의 다 나이 지긋한 어르신들이었는데, 우리가 ‘특히’ 그분들께 우리의 뜻을 잘 전달하지 못했기 때문일까요? 여러가지 생각이 들지만, 그렇게 판단하는 것이 가장 좋을 것 같습니다. 역시나 더 열심히 하는 수 밖에 없습니다.

폭우와 무더위의 주말, 농성장을 찾아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 함께해주신 분들
녹색교통, 환경정의 / 박종주, 양성완, 이석재 외 (생태지평) / 조상희 (우이령보존회) / 박병상 (인천도시생태환경연구소) / 황혜원 (진보신당) / 오현근 (공무원노조 서울지부) / 조홍렬, 이세걸 (강동송파환경연합) / 최판석 (녹색연합 녹색친구들) / 김태호 (에너지나눔과평화) / 류희종 (민주당 김상희의원실)

# 후원에 감사드립니다
조홍렬 생태지평 이사, 강동송파환경연합 위원 / 양성환.이석재 생태지평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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