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돌아왔다. 2달 빠른 낙동강 녹조라떼…

2013.06.08 | 4대강

그가 돌아왔다.

지난 해 낙동강을 뒤덮었던 “녹조라떼”가 본격적인 여름이 오기도 전에 낙동강 중하류에 번지고 있다. 남조류의 대량 번식으로 발생하는 녹조 현상은 4대강사업으로 인한 수질악화가 해마다 반복된다는 것을 말해준다. 더군다나 올해는 지난해(2012년)에 비해 그 시기가 1-2달 가량 빨라졌다. 천만 식수원인 낙동강의 수질이 4대강사업으로 인해 시간이 갈수록 더욱 나빠진다는 증거다. 정부가 4대강사업에 대한 검증을 미적거리는 사이에, 또다시 식수원에 대한 시민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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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구시 달성군 도동서원 앞 강변에 페인트가 번져가듯 녹조가 발생하고 있다.

낙동강 중하류에 녹조 발생

녹색연합은 지난 6월5일과 6일, 경상남도 창원시의 본포 취수장에서부터 대구시 달성군의 낙동대교에 걸쳐 낙동강의 수질을 모니터링하였다. 4대강사업으로 낙동강에 건설된 총 8개의 보 가운데 하류에서부터 창녕함안보, 합천창녕보, 달성보 인근에 위치한 지역이다. 이 중 본포 취수장, 창녕합천보 상류, 우곡교 아래, 도동서원 앞, 낙동대교 아래 지점에서 남조류가 발생한 것을 확인하였다. 특히 본포 취수장(창녕함안보 하류, 경남 창원시) 부근과 도동서원 인근(달성보 하류, 대구시 달성군) 낙동강에서는 녹색 페인트를 물에 풀어 놓은 것과 같은 녹조를 육안으로도 뚜렷이 확인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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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구시 달성군 도동서원 앞 강변에 페인트가 번져가듯 녹조가 발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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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구시 달성군 도동서원 앞 강변에 페인트가 번져가듯 녹조가 발생하고 있다.

그 이외의 지점에서도 강물 속에 녹색의 알갱이가 떠가거나 옅은 녹색 띠가 나타났다. 이는 남조류가 번성할 때 나타나는 전형적인 현상이다.

올해 남조류가 발견된 지역은, 지난 해에 마이크로시스티스(Microcystis)가 우점했던 곳이다. 이것은 마이크로시스틴(Microcystin)이라는 간질환을 일으키는 독성물질을 함유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올해 발생한 남조류도 같은 종류일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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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남 창원시 본포취수장의 취수구 모습. 육안으로도 수질이 안좋다는 것이 확인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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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취수구 주변 강변 물속에는 각종 부착조류가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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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포취수장 앞에 남조류가 발생되어 물 위에 떠 있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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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포취수장 앞에는 물을 순환시키기 위해 양수펌프가 설치되어 있다. 녹조를 확인한 6일에는 양수펌프가 작동하고 있지 않았다. 실제 이런 설비는 작년에 보았듯이 미봉책에 불과하다.
작년에 비해 빨라진 녹조 발생 시기

낙동강에서는 작년에도 이미 대규모 녹조가 발생한 바 있다. 하지만 그 시기가 올해는 더욱 빨라졌다. 2012년 본포취수장 인근에서 녹조발생이 나타난 것은 6월말이었고, 도동서원 부근에서 녹조가 확인된 것은 7월말이었다. 올해는 약 1-2달 가량 빠른 6월초부터 남조류 발생이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다. 당분간 고온의 날씨가 계속되고 비가 내리지 않는다면, 녹조 현상은 더욱 악화될 가능성이 있다.

녹조발생시기가 빨라진 것은, 4대강사업이 수질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시간이 갈수록 가중되고 있음을 말한다. 지난 해에는 봄을 전후로 해서 4대강사업 완공이 이루어졌고, 이즈음부터 보의 수문을 닫았다. 하지만 올해는 작년 이후 수문이 계속 닫혀 있는 상황이다. 강물의 정체가 길어질수록 녹조 사체 등 각종 유기물질이 축적되어, 녹조가 더욱 이른 시기에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결국 4대강의 수질이 해가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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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합천창녕보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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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합천창녕보 상류 물 속에 녹색의 알갱이가 떠 있는 모습. 더운 날씨가 지속되면 녹조가 번무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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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합천창녕보 상류에 위치한 우곡교 아래서도 물 위에 떠 있는 녹조가 발견되었다.

4대강사업의 실패를 다시 한 번 증명

지난 해 녹조 발생에 대해 이명박 정부는 이상기후 탓을 하며 “4대강사업과 무관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올해 다시 녹조가 발생함으로써 지난 해의 녹조가 예외적인 현상이 아님이 확인되었다. 또한 그 시기도 본격적인 여름이 오기 전으로 빨라졌다. 이런 현상은 4대강사업 이전과 확연히 다르다. 8개의 보로 낙동강을 토막내어 정체시키기 전에는 낙동강 중류지역에서는 녹조 발생이 거의 없었다. 이명박 정부는 4대강사업으로 수질을 개선하고, 하천 생태계를 복원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작년에 이어 올해 또다시 찾아온 ‘녹조라떼’는 4대강사업의 실패를 증명해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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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칠서취수장 앞 폭기시설. 조류를 막기에는 미봉책에 불과하다.
본격적인 검증과 대안 마련 필요

앞으로도 반복될 녹조에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필요하다. 그것은 강물을 흐르게 하는 것이다. 녹조 발생 요인으로는 영양염류, 광합성을 위한 햇빛, 적정 수온, 그리고 정체시간 등이다. 영양염류를 저감하는 시설은 이미 어느 정도 설치되어 있고, 햇빛과 수온과 같은 자연적인 조건은 인간이 통제할 수 없다. 그렇다면 인간이 할 수 있는 것은 강물을 흐르게 함으로써 정체시간을 낮추는 것이다. 결국 보가 문제다. 환경단체는 녹조발생을 막기 위해 보의 수문을 열어야 한다고 작년부터 말해왔다. 나아가 낙동강을 가로막은 보를 제거하는 것이 근본적인 해결방안이다. 정부 측이 조류 대책으로 내어놓는 폭기시설, 조류제거제(황토 등) 살포나 조류제거선 등은 실효성이 증명되지 않은 미봉책에 불과하다.

객관적이고 엄정한 4대강사업 검증과 재평가, 그리고 이를 토대로 한 4대강 복원. 환경단체들의 오랜 요구가 늦어지는 사이에 또다시 녹조라떼가 찾아오고 있다.
글, 사진: 황인철 (녹색연합 자연생태국 4대강현장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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