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 가뭄은 없다”?? – 무용지물 7억톤 강물

2012.07.03 | 4대강


가뭄에 타들어가는 농심

“제발 비 좀 오게 해 주세요..”

지난 6월, 가뭄현황 조사 도중 충남 태안에서 만난 한 농민의 하소연입니다. 가뭄에 타들어가는 농민분들의 마음이 이 한마디에 담겨 있었습니다. 

올해 충청남도의 서산, 예산, 태안, 보령, 그리고 전라북도 일부 지역 등이 심각한 가뭄피해를 겪었습니다. 강수량이 예년의 2-30%에 불과해서 논밭이 쩍쩍 갈라지고 저수지 물이 말라버렸습니다.  

마늘을 다듬고 계시던 그 태안의 농민은, 비가 너무 안와서 호박농사, 고추농사, 마늘농사 모두 다 문제라며 답답해 하셨습니다. 마을에 모내기 못한 논도 많다며 걱정을 많이 하시더군요. 오죽하면 저를 붙잡고 하소연을 하셨을까요. .


충남 서산시 팔봉면의 논. 모내기를 마친 뒤 물이 말라 땅이 갈라지고 있다.

 

 

충남 태안군 소원면. 모내기를 하지 못한 오른편 논에는 마른 흙만 날리고 있다.

 

딴 나라 대통령

그런데 비슷한 시기에 우리나라 대통령은 해외에 나가 이런 연설을 하셨더군요. 

“수자원 인프라 개선사업은 홍수와 가뭄 모두를 성공적으로 극복하고 있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이 브라질의 리우 정상회의에서 행한 연설입니다. 

참 이상한 일이지요. 농민들은 물이 없어 애태우는데, 대통령은 ‘수자원 인프라 개선사업’, 곧 4대강사업 덕분에 “가뭄을 성공적으로 극복하고 있다”고 자랑스레 홍보하고 있으니.. 이명박씨는 한국이 아닌 딴 나라 대통령인가요?

쓸 수 없는 강물 7억톤

4대강 주변과 가뭄취약지역 서로 불일치한다.”]

4대강사업을 하면 가뭄이 사라진다는 호언장담은 사업 초기부터 정부가 해오던 주장입니다. 과연 4대강사업은 가뭄해소에 효과가 있는걸까요? 

올해 6월 가뭄은 정부의 이런 주장이 사실인지를 검증하는 첫 시험대였습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4대강사업의 시험성적은 낙.제.였습니다. 


준설과 보 설치로 확보한 물의 양이 자그마치 7억톤입니다. 4대강 16개 보에는 물이 철철 넘쳐나는데, 농민들은 물이 없어 애태우고 있습니다. 왜 그럴까요? 


답은 쉽습니다. 4대강사업으로 확보된 물은 가뭄해소와 아무 상관없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 상습가뭄피해지역은, 산간지역이나 해안가 등 4대강과 멀리 떨어진 지역입니다. 이번에 가뭄피해가 큰 충남 예산, 서산, 서천, 홍성 등도 4대강 본류에서 물을 대는 것이 아니라, 저수지, 지하수, 그리고 하늘에서 내리는 비로 농사를 짓는 곳입니다. 

금강의 공주보. 물이 가득 채워져있으나 정작 충남지역 가뭄에는 쓸 수가 없다.

 

4대강의 양수장 – 거짓으로 일관하는 정부

4대강사업의 허구성을 보여주는 또다른 사실이 있다. 바로 4대강 본류로부터 물을 공급받는 양수장 개수와 논의 면적. 이 통계가 중요한 것은, 설령 4대강사업으로 보에 채운 물이 강 주변의 농경지에 도움이 되었다해도, 만약 그 혜택을 받는 면적이 미미하다면 정작 4대강사업의 효과도 거의 없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금강 부여보 근처에 위치한 양수장. 양수장을 물을 끌어올려 논에 공급하는 시설이다. 농어촌공사와 시군에서 운영한다.

전국의 양수장 6686개 가운데 절반 정도를 농어촌공사가, 나머지 절반을 시군이 운영합니다. 양수장이란 물을 퍼서 논에 물을 대는 공급시설을 말합니다. 농어촌 공사는 전국 양수장 가운데 3483 곳을 운영하는데, 이 중 4대강에서 취수하는 곳은 단 182여 곳에 불과합니다. 여기서 물을 공급받는 논의 면적은 3만7천 헥타르에 불과하고, 이는 밭을 포함한 전체 농경지 170만 헥타르 가운데 약 2%에 불과합니다. 


(***관련보도링크:  KBS “4대강 가뭄 해갈 전체 논의 4%, 효과 미미” ) 

이 보도가 나가자, 4대강사업추진본보는 해명자료를 내면서, 4대강 주변의 양수장이 3899곳에 수혜면적 10만천헥타르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시군에서 운영하는 양수장을 합치더라도 너무 많은 수치였습니다. 


며칠 뒤 농림수산식품부는 “4대강 5km내에 위치한 양수장”이 약 2천9백개라고 밝힙니다. 이 또한 동문서답 식 해명입니다. 4대강 본류에서 취수하는 양수장 개수를 밝히라는데, 왜 5km내의 양수장 개수를 내어놓는 것일까요. 숫자를 부풀리기 위함이라는 의혹이 생깁니다.

”]

논란을 종식시키고 의혹을 풀어준 것은, 녹색연합이 가지고 있던 통계자료였습니다. 유역별 홍수통제소를 통해 정보공개를 청구해서 얻은 자료에는 바로 4대강 본류의 취수시설 개수가 나와 있었습니다. 이 자료에 따르면 4대강 본류에서 농업용취수시설은 총 307개 (한강 26, 낙동강 136, 금강 73, 영산강 72)라고 명확히 나옵니다. 전체 6686곳의 양수장 가운데 4.6%에 불과합니다. 

결국 정부의 거짓말이, 정부기관의 자료로 탄로나게 됩니다. 그리고 4대강사업으로 인한 효과가 극히 미미(4.6%)함이 다시 한 번 밝혀집니다. 

(***관련기사링크: 한겨레 “3899곳이라던 양수장 실제론 307곳.. 실제 효과는 1.3%)



열매맺지 못하는 사업

사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사실 4대강 사업 이전에도 본류에는 물을 충분히 공급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문제가 있었다면, 물이 없는 것이 원인이라기보다 양수시설이나 관개시설의 미비했기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정부도 환경단체도 모두 다 인정하는 건, 16개 보에 물이 가득 담겼다는 점입니다. 하지만 7억톤이나 모아둔 이 물이 정작 아무 쓸모가 없음이 올해 가뭄을 지나며 드러났습니다. 


아무런 열매를 맺지 못하는 22조원짜리 국책사업.

이것이 바로 4대강사업의 맨얼굴입니다. 


충남 서산 팔봉리 논에 119 차량이 비상급수를 하고 있는 모습.


 


농업용수를 저장하는 작은 저수지(소류지)입니다. 하지만 다 말라버려 주변 수로에도 물이 흐르지 않습니다. 물을 더 담아보고자 포크레인으로 바닥을 파낸 자국이 더 안타깝게 보입니다.


 



충남 서산 강수저수지. 저수율이 거의 0%로 바닥이 드러나 있다.


 


글: 황인철 (녹색연합 자연생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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