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지금 어떠한가?

2014.10.15 | 4대강

 

우리는 지금 어떠한가

글: 유종반(인천녹색연합 공동대표)

강허리를 잘라 거대한 보로 막아버린 4대강 물은 옛날처럼 제대로 흐르지 않고 정체되어 버렸다.
해마다 녹조로 뒤덮이다가 최근에는 주로 고인 물에서만 산다는 큰빗이끼벌레가 이곳저곳에서
발견되고 있다. 수질전문 교수출신 수자원공사사장은 큰빗이끼벌레는 4대강 사업 때문에 생긴 것이
아니라고 강변하지만 지나가던 소도 웃을 일이다.
이명박 정부의 한반도대운하 대선 공약 때부터 변질된 4대강 사업을 누구보다 앞장서서 반대해왔던 우리 환경단체들은 ‘녹조라테’와 '큰빗이끼벌레’로 상징되는 4대강 사업의 폐해를 변함없이 관찰 조사하면서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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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속담에 고인 물은 반드시 썩는다는 말이 있다. 물은 흘러야 한다. 흐르지 않는 물은 저절로 썩게 되어 있다. 살아있는 것은 늘 변하기 때문이다. 변하지 않는 것은 곧 죽음을 의미한다. 물만 그런 것은 아니다. 사람의 생각도, 사회도, 단체나 조직도 정체되면 썩게 돼 있다.
파렴치한 국가정보원의 불법 대선개입은 물론이고 무능하고 부패한 사회를 보여주는 세월호 참사,
국무총리와 장관 같은 연이은 최악의 인사 실패, 반인권 폭력이 난무한 군대문화 속에 계속되는
군인들의 죽음, 끝을 알 수 없는 총체적 국가무능과 정치부재 사태에도 선거마다 참패하는 야당은
국민들에게 기대는커녕 존재의미 조차도 찾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말로는 변화를 외쳤지만
실상은 구태의연한 그대로 고여 썩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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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강의 썩은 물도, 야권의 썩은 물도 우리 사회에서 시급히 해결해야할 문제지만 녹색연합 창립 20주년이 지난 지금, 우리 자신의 모습은 어떤지도 스스로 돌이켜 봐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살아 있는 건강한 생명체는 자기 몸에 조그만 이상이라도 생기면 본능으로 느껴 즉시 원인을
파악하고 적극 문제를 해결한다. 그러나 죽어가는 생명체는 자기 몸에 암세포가 생겨도 아무런 느낌도 없고, 설사 그것을 알아도 대수롭게 여기지 않고 차일피일 내버려 두다가 결국 죽음에 이르게 된다. 녹색활동가로서 내 삶은 무늬만 녹색이 아닌지, 잘 길들여진 망아지처럼 야성이 사라져 습관화되고 관료 같은 모습이 아닌지, 눈 앞 환경 현안에만 매달린 채 허우적거리며 뒷북만 치는 운동은 아닌지, 세상을 바꾸겠다면서도 자신은 조금도 바꿔내지 못하고 있지 않은지, 맨 처음의 녹색 세상에 대한 열망과 꿈틀거림은 사라져버리고 세상에 안주한 채 존재 의미조차 사라진 집단으로 전락하지 않았는지,이제 심각하게 고민하고 또 헤아려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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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생명의 소리를 듣고 나와 조직이 건강하게 살아있는지, 4대강 녹조라떼를 말하기 전에 나와
우리 안에 녹조라떼는 생겨나지 않았는지, 고인물 속 큰빗이끼벌레를 말하기 전에 나와 우리 안에
있는 큰빗이끼벌레는 무엇인지 정말 진지하게 생각해 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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