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 재자연화를 향한 국제ngo의 발걸음 – 제12차 생물다양성협약에서의 4대강 활동

2014.10.20 | 4대강

제12차 생물다양성 협약 당사국총회가 2014년 10월, 한국 평창에서 개최되었다. 세계 190여개국의 대표들을 비롯하여 많은 NGO활동가들이 모여 생물다양성에 대해 논의하였고, 총회 기간 중 열린 세파페어와 각종 사이드 이벤트, 그리고 기자회견 등을 통해 총회장 안팎에서 지역별 이슈가 공유되었다. 


우리 강의 건강한 생태계를 송두리째 파괴한 4대강 사업의 이야기도 많은 이들의 관심을 끌었다. 이들은 4대강 사업 이후 강에 나타난 변화에 안타까워했고, 4대강을 본래의 건강한 하천으로 되돌리는 재자연화의 필요성에 대해 공감했다. CBD에서 함께한 각종 활동들을 계기로 세계 각지에서 습지와 강을 지키는 이들과의 연대 활동이 앞으로도 이루어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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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이드이벤트를 마치고 국제ngo들이 함께한 기념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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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시아 네 개 지역의 습지 이슈를 다룬 사이드이벤트가 "아시아 국가에서의 습지의 상황과 위협" (Threats and Status of Wetlands in Asian Countries.)라는 제목으로 진행되었다. 한국과 일본, 네팔, 그리고 메콩강 유역 등 네 개 지역의 습지 이슈가 공유되었고, 한국의 이슈로 4대강 사업이 발표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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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대강 사업 발표 자료 중 <남한강 조개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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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Truth of Korean Four Major Rivers Project'. 4대강 사업의 시작부터, 결과로 나타난 현재의 모습까지 4대강 사업의 맨얼굴을 본 이들의 첫 반응은 의아함이었다. 상식적으로 이해되지 않는 사업이 진행될 수 있었던 배경과 절차, 그리고 그 과정 속 환경단체의 활동에 대해 궁금증을 나타냈다. 사이드이벤트에 모인 약 70여명의 사람들, 이들이 지내온 환경과 쓰는 언어는 달랐지만 4대강 사업은 그 누구에게나 '광란의 삽질'이었다.


생물다양성의 관점에서 볼 때, 4대강 사업은 많은 생물종을 무덤으로 밀어 넣은 재앙이었다. 4대강 사업은 여울과 소를 만들며 건강하게 흐르던 강을 토막 내어 여러 개의 호수로 만들었고 유수역에 서식하는 생물종은 감소하고, 정수역에 서식하는 생물종은 증가하는 결과를 불러왔다. 생물다양성이 감소한 것이다. 한국은 지금 아이치타겟(아이치 생물다양성 개선 목표)과 거꾸로 달려나가고 있다. '자연서식지의 손실 비율을 최소한 반감해야 함(Aichi Target 5)'에도 불구하고, 4대강 사업으로 생태계의 보고인 습지를 파괴했다. 


또한 '침입외래종의 유입과 정착을 방지해야 함(Aichi Target 9)'에도, 4대강 사업 이후 귀화식물의 출현 종수와 분포 면적이 대폭 늘어났으며, 이에 반해 멸종위기종은 점차 줄어들고 있다. 이는 '멸종위기 종의 멸종을 막아야 하는 목표(Aichi Target 12)'와 상충한다. 또한 시민의 식수원인 강에 독성 남조류가 번무하고 있는 상황은 '물과 관련된 서비스를 포함하여 필수적 서비스를 제공하며, 건강, 생계 및 참살이에 기여하는 생태계를 복원하고 보호해야 한다'는 목표(Aichi Target 14)에 역행한다. 그리고 '생태계의 회복과 사막화 방지에 기여해야 한다는 목표(Aichi Target15)'는 한국 정부의 태도와 정면으로 충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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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대강은 흘러야 한다.' 4대강 재자연화를 촉구하는 국제ngo 공동성명 기자회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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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생물다양성 증진을 위해 노력하는 엔지오들은 4대강의 미래에 대해 깊이 염려한다. 4대강 문제는 비단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자연이 한 나라의 자원으로만 취급되던 시대는 지났다. 전 지구적으로 환경파괴와 기후변화가 가속화되고 있는 지금, 자연은 국가의 경계선을 넘어 우리 모두가 지켜야 할 자산이다. 4대강 역시 그러하다. 한국의 강은 동시에 지구의 강이며,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해 우리 모두가 함께 지켜야 할 소중한 자산이다.' – 4대강 재자연화를 촉구하는 국제ngo 공동성명문 중.


2014년 10월 9일, CBD 총회의 기자회견장에서는 세계 33개 ngo 및 네트워크가 참여한 4대강 재자연화 촉구 성명서가 발표되었다. World Wetland Network(WWN), International Rivers, Bund 등을 포함한 전 세계 33개 ngo들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4대강 16개 보의 수문을 열고, 4대강 재자연화에 관한 논의를 시작할 것을 한국 정부에 요청하였다. 또한 현재 진행되고 있는 마지막 남은 4대강 사업인 영주댐 공사를 중지하고, 높은 생물다양성을 지닌 내성천을 건강하게 보전할 것을 촉구하였다. 그리고 댐건설장기계획에 의해 계획되어있는 대형 댐 건설계획을 재검토할 것을 요청하였다.


'4대강은 다시 흘러야 한다. Four rivers must flow again' 이들이 기자회견의 제목으로 내건 구호이다. 이미 댐 건설과 재자연화를 겪은 미주, 유럽, 아시아 외 아프리카에서도 4대강 재자연화를 위한 성명에 동참하였다. 이는 제대로 된 목적과 명분도 없이 개발을 향한 탐욕 때문에 스러져간 생명을 안타까워하는 마음에서 우러나온 행동일 것이다. 4대강은 한국 정부의 강이 아니다. 오랜 시간 그 자리를 지키며 흘러온 지구의 강이다. 사람이 제 목적과 입맛대로 바꾸기에는 너무 많은 역사와 이야기가 축적되었을 하나의 거대한 생명이고 관계이다. 이는 어떠한 관계망이나 친분도 없던 33개의 조직이 하나의 목적 아래 묶일 수 있던 원동력이기도 하다.


성명의 참여한 단체 중 세계습지네트워크의 연대발언으로 카이말라이 아시아남부지역 대표는 강과 습지를 파괴하는 4대강 사업의 문제를 아시아 권역에서 공유하고, 라틴아메리카에서 열리는 다음 람사르 총회에서 의제로 제기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앞으로 4대강 사업은 한국을 넘어 아시아, 그리고 세계가 함께 논의하는 문제가 될 것이다. 세계 시민의 많은 눈이 4대강을 지켜보고 있다. 4대강 사업 후 강에 나타나는 문제들 앞에서, 한국 정부는 더 이상 고개를 돌리지 못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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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주댐 앞에서 외치는 Free The Riv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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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회견 다음날, 국제ngo활동가들은 내성천과 낙동강 상류지역을 방문했다. 이 들이 마주한 내성천의 첫 모습은 '풀로 가득한 강' 이었다. 내성천은 본래 한국 고유의 강 모습을 잘 간직한 모래강이다. 내성천 환경의 변화 원인은 영주댐이다. 영주댐으로 인해 모래의 공급이 줄어들었고, 유입되는 모래가 없이 계속 모래가 흘러가 나타나게 된 현상이다. 모래를 터전으로 살아가던 생명들의 삶터에 큰 위협이 생긴 것이다.


모든 변화의 원흉인 영주댐 건설 현장을 방문했다. 마지막 남은 4대강 사업을 눈으로 본 국제ngo활동가들은 저 큰 댐 앞에서 말을 잃었고 일부는 한숨을 쉬었다. 람사르네트워크일본의 가시와기 미노루 공동대표는 '이전에는 전기생산이라는 확실한 목적을 가지고 댐을 지었지만 최근에는 목적도 없이 댐을 건설'한다며 댐 건설 목적의 불분명함을 지적했다. 영주댐을 돌아본 현장방문팀은 이어 무섬마을과 회룡포를 돌아보았다. 고운 모래와 깨끗한 물, 그리고 자연과 어울려 살아가는 주민들을 본 이 들의 마음에는 무거움이 더해졌을 것이다. 한 참가자에게 내성천을 방문한 소감을 물으니 '참 아름다운 곳'이라며 안타까움을 전했다. 그러나 4대강 사업의 결과와 이미 시작된 영주댐 건설의 영향을 보고서도 국토부는 저 댐 안에 물을 가두려하고, 하천정비사업을 진행하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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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제ngo가 함께 내성천을 방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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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시민이 말한다. 4대강은 다시 흘러야 한다고. (4rivers must flow again.) 많은 사람들이 개발의 위협 앞에 놓인 생명들을 향해 안타까운 응원을 보낸다. 고인 물은 썩는다는 만고불변의 진리를 무시한 채 토건사업을 밀어붙이는 이들의 어깨에는 얼마나 많은 생명의 무게가 더해질까. 생물다양성 협약 총회의 의장국으로서 바람직한 모습을 갖추기에, 한국 정부는 생물다양성의 중요성에 대한 이해가 없다. 오히려 자본의 논리 아래 온 산과 들, 강을 파헤칠 궁리를 하고 있다. 4대강재자연화를 촉구하는 국제ngo들은 성명에서 '한국이 생물다양성 강국으로 거듭나기를 진심으로 희망 한다'며 한국이 '당사국 총회 개최국으로서 생물다양성 보전과 지속가능한 미래를 이루기 위한 국제사회의 노력에 모범이 되어주기를 요청'했다. 이러한 요청에 대해, 한국 정부가 책임 있는 자세로 화답하는 모습을 우리는 볼 수 있을까. 


 

글 : 평화생태국 이다솜

사진 : 평화생태국 황인철

이 글은 오마이뉴스에 기고된 글 입니다.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044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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