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 당선자와 환경대통령

2008.02.04 | 4대강

                                    진정한 환경대통령이 되려면 경부운하 계획부터 백지화해야

                                                                                                                최승국(녹색연합 사무처장)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는 2월 1일 환경비전을 제시하면서 스스로 환경대통령이 되겠다고 밝혔다. 녹색운동을 하고 있는 필자로서는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가 스스로 밝혔듯이 진정한 환경대통령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이 대단히 크다. 그러나 이 당선자의 호언에도 불구하고 과연 그가 환경대통령이 될 수 있을 것인가? 아니 스스로 환경대통령이 되겠다고 밝히는 것이 국민들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질지에 대한 염려가 앞서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이명박 당선자가 서울시장 재임시 교통시스템을 개혁하고 서울 숲을 만드는 등 환경문제 개선에 공로가 있는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그가 대표 업적으로 내세우고 있는 청계천 복원의 경우는 평가가 달라야 한다. 청계천 복원은 많은 아쉬움이 남긴 하지만 분명 잘 한 사업이다. 그렇기 때문에 필자가 속해 있는 녹색연합도 청계천 복원에는 ‘원칙적’으로 찬성을 한 바 있다. 그러나 기실 현재의 청계천이 생태하천으로의 복원이라고 믿을 사람이 있겠는가? 아니다. 현재의 청계천은 생태복원이 아니라 잘 꾸며진 조경사업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청계천 복원 결정을 내리고 이를 추진한 그의 결단은 높이 평가할 만 하다.

그러나 그가 대통령 후보시절부터 대표 공약으로 추진하고 있는 경부운하의 경우는 어떠한가? 경부운하는 청계천 복원과는 정 반대의 개념을 당선자가 도입하고 있다. 이미 복개된 청계천도 복원한 그가 멀쩡히 흐르는 한강과 낙동강에 인공수로를 만들고, 한반도의 상징이자 우리민족의 자부심인 백두대간에 폭과 넓이 20미터 이상, 길이 26킬로미터의 커다란 구명을 내고 물을 흘러 보내겠다는 것이다. 운하 건설로 인해 그동안 수십조의 예산을 들여 4대강 수질개선 사업을 한 것이 아무 소용이 없게 되었으며, 한강과 낙동강에 생명줄을 대고 있는 3천2백만 국민들의 식수가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다.

어디 그뿐인가? 한강과 낙동강 물을 섞으면 두 강의 생태계는 커다란 혼란에 빠질 것이며, 법으로 보호하고 있는 수많은 습지가 파괴될 것이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이명박 당선자가 추진하고 있는 정책들을 보면 염려스러운 것이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747 공약으로 대표되는 개발공약, 산림청과 해양수산부를 건설교통부에 통합시켜 전 국토와 해양을 언제든지 개발을 위한 대기상태로 만들어 놓은 일, 전 세계의 흐름에 따라 만들어졌고 유엔에서도 그 성과를 인정받은 지속가능발전위원회를 폐지시키기로 결정한 일 등을 보면 이명박 당선자는 환경대통령과는 거리가 멀어도 한참 멀어 보인다.

필자는 이명박 당선자가 정말 훌륭한 환경대통령이 되기를 간절히 바라며, 그렇게 될 수 있다면 이후 5년 동안 그를 위해 매일 새벽 기도라도 드릴 것이다. 그러기 위해 당선자가 우선 해야할 일이 있다. 아니 반드시 그리해야할 것이다. 바로 경부운하 건설 계획을 백지화하는 것이다. 아무리 따져보아도 꼭 건설해야할 당위성은 물론 경제성조차 없는 경부운하, 환경파괴는 물론 국론을 심각하게 분열시키는 경부운하를 추진하면서 환경대통령을 운운한다면 세살 먹은 어린아이도 이에 속지 않을 것이다.

이제 공인으로서 환경대통령이 되겠다고 밝혔으니 경부운하 건설계획 백지화를 바로 천명하고 정부조직개편과 국가의 주요 정책에 환경보전과 지속가능성이 보장될 수 있도록 근본에서부터 다시 살펴보기를 간절히 희망한다.

* 이 글은 2월 4일자 <경향신문>에 게재된 컬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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