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이 만드는 ‘절전은 곧 발전’의 길 찾기

2010.09.10 | 재생에너지

‘절약이 곧 발전’
에너지를 생산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에너지를 절약하는 것이다.
가정에서 에너지 1kW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약 3kW를 생산해야 하기 때문에 1kW를 절약하면 자연스럽게 3kW의 에너지를 생산하는 것과 같은 효과를 낳는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에너지 절약이 바로 전기를 생산하는 발전과 같다는 말이 있다. 1500만 가구가 에너지 절약을 실천해서 1년에 10%씩만 절약해도 우리나라 전체 가구의 약 3배에 달하는 4800만 가구가 한 달 동안 사용할 수 있는 전력량에 해당하는 120억kWh 이상의 전력절감이 가능하다. 대부분 가정에서 사용하지 않고 새 나가는 대기전력만 차단해도 최소 10% 이상 절약이 가능하다는 것을 감안하면, 사용하지 않고 버리는 전력을 모으는 것만으로도 어마어마한 발전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

그런데 에너지 절약에 대한 이야기는 어제 오늘 나온 이야기는 아니다. 아주 오랜 기간 많은 사람들이 계속 강조해 온 이야기다. 에너지 절약을 위한 구체적인 실천방안은 실천할 의지만 있다면 온갖 경로를 통해 쉽게 접할 수 있다. 정보뿐만이 아니라, 구체적인 에너지절약 실천 유도방안으로 절약을 실천하는 사람들에게 절약분에 상당하는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탄소포인트 제도 등이 최근 정부 정책으로 도입되었다. 그렇다면 현재 에너지 절약은 어느 정도의 국민 참여를 이루어내고 있을까? 그리고 그 효과는 우리 사회에 어떤 영향으로 나타나고 있을까? 이러한 질문에 구체적인 대답을 내놓을 사람을 찾는 것은 매우 힘든 현실이다. 이와 더불어 내가 실천하는 에너지 절약이 사회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를 피부로 느낄 수 없는 것이 현재의 상황이다. 에너지 절약이 개인의 실천에만 머물고 있는 이 같은 현실이 우리 사회를 저에너지 사회로 나아가는데 걸림돌이 되고 있다. 따라서 개인이 실천한 에너지 절약이 사회와 공유되고 그 의미를 피부로 느낄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

가치와 감동을 발전하는 ‘절전소’의 진화
개인의 에너지 절약에 사회적 의미를 부여하며, 서로 에너지 절약에 더 나설 수 있도록 하는 공간이 우리 사회에도 하나 둘 생겨나고 있다. 녹색교회의 대명사인 청파교회는 비행기로 출장이나 장거리여행을 다녀온 교인들이 자발적으로 ‘탄소발생 부담금’을 헌금으로 내고, 이렇게 교인들이 모음 ‘탄소발생 부담금’은 ‘녹색꿈헌금’으로 사막화 방지를 위해 몽골에 나무를 심는 일에 쓰인다. 교회에 태양광을 이용한 햇빛발전소를 만들고, ‘발전차액지원제도’를 통해 한전으로 판매한 수익으로 발생하는 수익금(매월 약 25만원)은 동네 에너지빈곤층을 위해 기부한다. 절약과 기부를 통해 에너지생산과 동시에 가치와 감동을 생산하는 좋은 사례다. 앞서 이야기한 절약이 곧 발전이라는 의미에서 이 같은 곳을 일본에서는 절전소라 부른다.

청파교회와 같은 종교조직, 에너지 자립을 꿈꾸는 마을, 공동체를 뛰어넘는 시민들의 커뮤니티 등 다양한 그룹이 참여할 수 있다. 기후변화 취약국에 대한 지원, 에너지 빈곤층에 대한 기부, 공동체의 에너지 발전시스템으로의 재투자 등 절전소의 유형과 방법은 무한하다고 할 수 있다. 절전소는 절약실천 활동의 결과가 개인만의 이익이 아닌 공동의 실천과 이로움으로 돌아가며 공동의 기후변화 역량강화에 기여한다는데 그 의미가 있다.

절전소는 탄소감축의 효과도 효과지만 기후․에너지 위기에 대한 공동체의 대응능력을 키우는 교육효과가 매우 크다는 것이 중요하다. 무엇보다 정부의 일방적 제도가 아닌 끊임없는 교육과 홍보를 통한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가능하기 때문에 그 지속성과 자생력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그러한 의미에서 절전소란 지속가능성을 담보할 수 있는 실천 프로그램이라고 할 수 있다. 탄소배출’저감’과 기후변화‘적응’이 에너지위기와 기후변화 시대에 인류가 살아남기 위한 화두인 요즘 절전소의 역할과 그 필요성은 점점 커지고 있다.

일본, 독일 등에서는 탄소배출 저감과 동시에 기후변화대응 능력강화를 위해서는 가정에서 부터의 에너지 절약 실천과, 저탄소형 생활 전환 유도를 위한 공동체의 중요성을 알고 일찍이 ‘절전소’라는 개념을 도입했다. 다양한 방식으로 에너지 절약 시민실천을 적극 이끌어 내고, 절약한 에너지를 모아서 에너지효율개선사업, 자연에너지생산 등 지역에너지자립에 도움이 되도록 기부 또는 투자하거나 지역화폐로 활용하고 있다.

지난 8월 녹색에너지포럼에서는·시민이 만드는 ‘절전은 곧 발전’의 길 찾기·라는 주제로 기존의 절전소의 개념을 더욱 진화, 확장 시키고, 국내에서 시행하고 있는 대표적인 에너지 절약 실천 프로그램인 탄소포인트제도가 절전소로서 기능할 수 있는 가능성에 대해서 토론했다.
  
탄소포인트 절전소의 만남을 주선할 때
정부주도의 대표적인 에너지절약 프로그램으로 자리잡고 있는 탄소포인트제도는 에너지시민연대가 10년 이상 진행해온 에너지절약 100만가구운동을 벤치마킹 한 것으로, 국민 개개인이 온실가스 감축활동에 자발적으로 참여하도록 유도하기 위한 프로그램이다. 지자체, 은행, 기업이 협력해 내가 에너지를 절약함으로서 줄어든 탄소량을 포인트로 환산해 인센티브로 받을 수 있으며, 감축실적에 따른 포인트는 현금, 교통카드, 상품권, 고효율기기 교체 등 다양한 형태로 가능하다. 현재 가입자가 무려 100만을 넘어섰으며, 앞으로도 각 지자체의 특성과 재량에 맞게 확대될 예정이다.


▶ 8월 녹색에너지포럼(2010.8.18, 녹색교육센터)

대국민적인 에너지절약 프로그램의 대표주자인 탄소포인트제도에 그 규모와 가입자 수와는 달리 몇 가지 아쉬움이 느껴진다. 대규모 프로그램인 만큼 참여시민과의 상호작용이 어려워 탄소배출 저감만큼 중요한 기후대응능력으로서 가입자들의 의식과 생활에 얼마나 변화를 가져왔는지를 진단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여기에 덧붙여서 에너지 절약이 개인 실천에만 머물지 않고 사회적 의미로 확대하기 위한 시민사회의 다양한 활동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점도 우려다. 이는 탄소포인트제도가 제공하는 인센티브가 개인의 활용에만 맞춰져 있기 때문이다. 개인이 아닌 공동체, 사회 공동의 실천만이 저에너지 사회로 변화할 수 있는 유일한 방안이라 본다면 탄소포인트제도의 보완은 필수적이다. 이 외에도 현 제도는 역설적이게도 평소 에너지사용량이 많은 가정일수록 혜택이 많이 돌아가고, 이미 훌륭하게 절약을 실천하고 있는 가정이나 저소득층, 에너지 지원이 필요한 농촌지역 거주자들에게는 그 어떤 이점을 줄 수 없다는 것도 보완되어야 할 과제이다.

녹색연합의 윤기돈 기후에너지국장은 탄소포인트제도가 지속성을 담보하기 위해서는 개인에 초점을 맞춘 인센티브만으로는 회의적이라며 ‘경제적 이윤이 아니라, 실천함으로서 나에게 어떤 감동을 줄 수 없다면 개인으로 끝이 날 수 밖에 없는 제도’ 라며, ‘개인의 실천을 사회로 확대할 수 있는 공간과 감동을 줄 수 있는 피드백 프로그램의 마련’이 보다 중요하다고 말하였다.

경기개발연구원의 고재경 박사는 ‘탄소포인트제도가 지자체별 자발적인 문제의식과 지역적인 고민이 결여된 정부 하달식 사업으로 진행되면 실적 경쟁으로 진행되기 쉽다. 가입자가 100명이라 해도 그 중 환경에 대한 문제의식과 생활변화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가입한 시민은 손에 꼽을 것’이라며  ‘10명이라도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는 가입자의 역할이 중요하다. 그들이 가정, 공동체에서 실천함으로서 얻어지는 효과가 크다. 즉 지속성이 담보될 수 있는 탄소포인트제도로 자리매김 하기 위해서는 공동체, 지역의 참여와 의식변화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탄소포인트제도가 가입자와의 지속적인 상호작용을 통한 교육홍보와 다양한 공동체, 지역의 기후대응능력 향상을 위한 노력이 동반되지 않는다면, 가입자 개인에게 더 이상 인센티브가 주어지지 않을 때에는 동기부여가 사라지면서 언제든지 그만둘 수 있다는 인간의 이기심에 기반하고 있는 허울 좋은 제도가 될 가능성이 높다. 탄소포인트제도가 지속가능한 제도가 되기 위해서는 개인의 실천만을 끌어내는 전략이 아닌 공동체와 지역의 사회적인 고민 확산을 위한 ‘절전소’ 전략이 함께 진행되어야 할 것이다.

이미 많은 시민, 단체, 기업이 가랑비에 옷 젖듯 삶속에 침투한 에너지 위기와 기후변화의 위력을 실감하고 있으며, 대안을 고민하고 실천할 준비가 되어있다. 100만의 가입자와 지역 네트워크가 확보된 탄소포인트제도가 이러한 지역을 고민하는 시민사회, 기업, 다양한 공동체에 귀 기울이고 손을 맞잡아 그 자율성과 다양성에 기반 한 프로그램으로 나아간다면, 에너지위기와 기후변화 대응의 든든한 파트너가 될 수 있지 않을까?
탄소포인트제도와 절전소의 아름다운 만남과 조화를 기대해본다.

글 : 김세영 (녹색에너지디자인(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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