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전환, 지역이 바꾼다

2016.03.23 | 재생에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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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덕주민투표

2011년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 이후 전국 각지의 시민들과 지방정부는 탈핵과 에너지전환 활동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곳곳에서 캠페인과 교육이 이뤄졌고, 지방정부들은 에너지전환정책을 만들었다. 5년의 시간이 지나는 동안 탈핵과 에너지전환에 참여하는 시민들과 전문가들은 크게 늘었고, 활동도 성장했다. 전국 각지에서 탈핵학교가 열렸고, 전북교육청은 탈핵교과서를 만들었다. 정부의 일방적인 핵발전과 화력발전 위주의 에너지정책은 전국 곳곳에 갈등을 불러왔고 이 갈등은 모두 주민운동으로 이어졌다. 송전탑 반대운동, 핵발전소 주변 주민들의 소송, 발전소 건설 예정지역의 소송과 조례 제정운동 활동이 그러했다. 그리고 이 활동들은 다시 대안을 만드는 지역의 에너지전환운동으로 이어지고 있다.

제7차 전력수급기본계획❶에서 핵발전소 신규부지로 지정된 삼척과 영덕은 모두 핵발전소 유치찬반주민투표를 진행했고, 80%가 넘는 주민들이 반대의사를 표명했다. 삼척은 주민투표 후에도 꾸준히 탈핵순례를 진행해 핵발전소 유치를 백지화하기 위해 활동하면서 핵발전소 대신 태양광발전소를 적극적으로 유치, 설치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삼척시는 태양에너지 전시관을 운영하고 있으며, 50메가와트(MW) 태양광발전소를 유치할 예정이다. 또한 마을과 주민이 참여하는 태양광발전소도 적극 설치할 계획이다. 지난 3월 19일~20일에는 부산 기장에서 고리1호기 인근 해수를 담수화해 수돗물로 공급하는 계획에 대해 주민들의 의사를 묻는 주민투표가 진행되었다. 이제 핵발전소 관련 시설은 주민의사를 묻지 않고 설치할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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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에너지전환선언

2015년 11월 서울시장, 경기도지사, 충남도지사, 제주도지사가 서울 프레스 센터에 모였다. 눈물과 피로 이어진 송전탑 지역 주민들과 핵사고의 위협에 불안해하는 핵발전소 지역 주민들을 위로하고, 전기 생산지역과 소비지역이 멀리 떨어져 있어 발생하는 여러 불평등을 해소해 지역경제와 미래를 위한 지역에너지 정책을 펼치겠다는 선언을 하는 자리였다.

선언에 참여한 광역지방자치단체장들은 한 목소리로 중앙정부의 에너지정책에 지역의 목소리를 반영시켜 줄 것을 요구했다. 핵발전소와 화력발전소를 늘릴 계획은 정부에서 세우고, 그 피해는 지방에서 보고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지방정부는 핵발전과 화력발전을 대체할 에너지효율화 체계와 생산계획을 갖고 있다. 이날 선언식에서 경기도는 핵발전소 7기, 서울시는 핵발전소 2기, 충청남도는 화력발전소 3기를 에너지효율화와 재생에너지 설비로 대체할 예정이라 발표했다.

이번 선언이 이루어지게 된 배경에는 서울시의 원전하나줄이기 정책이 있었다. 2011년 노원구에서 수립한 탈핵에너지전환 기본계획을 기초로 2012년 서울시의 원전하나줄이기 정책이 수립된 후 에너지절약, 효율화, 재생에너지 생산 등 여러 분야에서 2년 반 동안 핵발전소 하나가 생산하는 분량인 200백만 톤 에너지를 대체하는 효과를 거둬 시민들의 높은 호응을 이끌어 냈다. 이 정책은 전국 다른 지역의 에너지 전환정책에 큰 영향을 주었다.

많은 전문가와 비정부기구가, 대규모 화력발전과 핵발전을 기본으로 하는 정부의 중앙집중식 에너지 공급 체계에 맞선 유일한 대안은 지역에너지 중심의 분산형 에너지 정책❷이라고 주장했다. 오랫동안 이어진 에너지전환 활동에서 이것은 가장 기본 개념이었고, 꿈이기도 했다.

후쿠시마 사고 이후 5년 시간이 흐르는 동안 변화의 흐름은 계속 이어져 왔다. 전국에서 벌어진 정부 에너지 정책에 대한 시민들의 저항, 지방정부와 함께 민간이 참여해 수립하고 실행한 지역에너지정책, 마을에서 함께 실천하고 서로 연대한 에너지자립마을 운동 같은 활동들이 밑거름이 되어 이제 지속가능한 지역에너지, 분산형 에너지정책은 현실이 되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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❶ 우리나라의 전기소비예측, 발전소 설치와 폐쇄, 송전선로 계획 등을 담아 2년마다 세우는 전력정책의 기본계획. 이 계획에 따라 핵발전소와 화력발전소, 송전선로의 지역선정이 이뤄져 해당 지역주민의 격렬한 반발을 불러오고 있다.

❷ 지역에서 필요한 전기를 소규모로, 필요한 만큼 생산하는 것. 우리나라는 현재 1,000MW급 화력발전소와 핵발전소가 한 부지
안에 6~8기 모여 있는 중앙집중식이다. 보령(화력), 영광(핵발전), 부산(핵발전)에서 대규모로 생산된 전기를 나르기 위해서는 고압송전선로가 필요해 사회 갈등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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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희망 251호(2016년 3,4월호)에 실린 글을 옮겨 왔습니다.
글과 사진. 신근정 / 녹색연합 에너지기후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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