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의 성북절전소 활동을 돌아보며

2016.12.22 | 재생에너지

녹색연합이 2011년 성북구의 용역으로 제작한 ‘성북구의 온실가스 감축 행동수립을 위한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당시 성북구 가정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성북구 전체 배출량의 40%를 차지하고 있다. 이에 녹색연합은 성북구의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주민참여형 온실가스 감축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주민들의 절전소 활동을 성북구가 정책적, 행정적으로 지원하기를 제안하였다.

녹색연합이 성북구의 ‘녹색환경정책추진위원회’ 활동으로 ‘성북구의 온실가스감축을 위한 조례’ 제정에 참여하면서 주민들의 자발적인 온실가스감축 활동에 대한 지원 근거를 마련하였고, 또한 전체 공무원을 대상으로 탈핵 에너지전환 교육을 진행하면서 성북구의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민관 협치의 기반을 다졌다.

과정과 성과 – 성북절전소, 주민들의 참여는 에너지절감으로 가는 확실한 지름길

녹색연합이 성북구와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시민 실천 프로그램 ‘실천으로 감축하고 나눔이 있는_실감나는 성북절전소’ 사업을 진행한지 5년이 되었다. 성북절전소의 내용을 기획하고 운영에 참여하면서 민과 관의 내용과 역할을 기획하고 조율하였다. 공동주택2개소, 주민커뮤니티 1개소로 시작된 성북절전소는 올해 61개소까지 양적증가를 하였으며, 2012년부터 2015년까지의 전기에너지 절감양은 7,718,779kwh로 온실가스 3,632톤에 이른다.

성북절전소의 절감양은 성북구 전체 절감양의 18%에 해당하는 양이며 같은 시기 성북구 전체 전기사용량 절감율이 4.2%였던 거에 비해 성북절전소의 절감율은 9.2%에 이른다. 적극적인 주민들의 정책 참여가 다른 어떤 제도보다 긍정적인 효과가 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절감량4

 

순수하게 주민들의 열정과 노력으로 이룬 성과이지만 성북구청장을 비롯한 성북구 환경과의 환경정책에 대한 의지와 공무원들의 노력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기도하다. 녹색연합이 제안했던 구체적 프로그램들을 정책에 반영하여 주민들에게 행정적으로 지원함으로서 녹색연합이 기획한 성북구의 에너지전환에 대한 내용을 주민들에게 알릴 수 있는 접점을 폭넓게 형성할 수 있게 하였다.

절전소마다 절전소장을 뽑아 매월 회의를 통해 절전소 활동의 노하우들을 공유하였으며 에너지절약 정보와 핵발전소의 이슈를 담은 소식지를 배부하였고 주민축제나 캠페인을 통해 절전소 활동을 쉽게 주민들에게 전달하였다. 또한 절전소 길라잡이를 양성하여 절전소 주민들의 에너지 절감활동에 가이드 역할을 할 수 있는 인력을 배치하였으며 절감량이 높고 공동체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절전소들에게 인센티브를 제공하였다.

2016년 12월 현재 56개소의 절전소가 ‘절전소 에너지절약 경진대회’를 통해 4,420만원의 인센티브 혜택을 받았다. 절전소 주민들은 인센티브 혜택을 받은 것에서 그치지 않고 절감한 공동전기요금으로 경비원들의 고용문제, 처우개선이라는 성숙한 공동체 의식을 보여줌으로서 타에 모범이 되는 긍정적인 사례를 보여주기도 하였다.

녹색연합은 구차원의 절전소 운영기획 외에도 서울시의 ‘원전하나줄이기 사업’과 연계하여 태양광 지원사업과 쿨루프지원사업, ‘서울시 에너지절약 경진대회’, ‘에코마일지’ 등, 다양한 정책들을 적극 홍보하여 구청의 행정적 지원을 이끌어내고 주민들에게 혜택이 가도록 가이드 역할을 했다. 이로써 ‘서울시의 에너지절약 경진대회’를 통해 25개 자치구중 성북절전소가 총 21개소 6,980만원의 인센티브를 받았다. 서울시 에코마일리지의 경우에도 성북절전소 주민들 개개인이 1,724건의 5,860만원의 인센티브 혜택을 받을 수 있었다.

성북절전소 주민들은 정기적으로 타운홀미팅을 통해 성북절전소 활동에 목표치를 설정하고 주요 활동을 논의해왔으며 본인들이 필요로 하고, 하고 싶은 프로그램을 직접 제안했다. 2015년과 2016년은 주민이 주체가 되어 서울시와 성북구의 ‘주민참여예산제’에 사업을 제안하여 예산을 받아 ‘미스터 갈릴레이’의 별볼일 있는 절전특강, 학교절전소 에너지환경 교육 등 절전소 프로그램 일부를 기획하여 진행하기도 했다.

 

그림1

 

학습 – 에너지줄이기에서 에너지전환으로 역량을 높이다.

성북절전소의 주민들은 타 지역의 주민들에 비해 탈핵과 지역의 에너지전환에 대한 중요성과 필요성을 잘 인식하고 있다. 먼저 시작한 에너지자립마을들의 사례를 탐방하고 탈석탄, 탈핵에 기반한 대안 에너지 시스템을 공부하기위해 동절기 난방이 취약한 강원도 홍천 느릅마을의 대안 에너지 펠릿보일러를 견학가기도 했다.

올해는 에너지 현안에 대한 문제의식을 가지고 도시의 에너지 대안을 고민하고 실천하기 위해 당진 석탄화력발전소 지역 피해주민들의 이야기를 들었으며 안산시민들의 자발적인 재생에너지 발전 활동과 안산시의 모범적인 거버넌스 사례인 안산시민햇빛발전소를 견학했다. 구청 담당자와 절전소 길라잡이는 절전소 주민들과 아이들의 환경수업을 위해 다양한 주제의 에너지 강의와 ‘민주주의 기술학교’로 부터 참여수업기법에 대한 강의를 들었다. 녹색연합은 구청과 절전소 주민들에게 절전소 사업이 의미하는 다양한 이해관계들을 소개하고 활동에 필요로하는 요소들을 제공함으로써 절전소 주체들의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

전기요금제를 둘러싼 논란… 고민과 과제

그러나 열정과 노력으로 보낸 5년의 절전소 활동도 올해 누진제 개편과 같은 국가의 주요정책들의 영향으로 향후 절전소 활동에 고민거리가 깊다. 누진제가 3단계로 조정되었지만 금전적 혜택은 사실상 기존 500kwh 이상을 소비하는 세대에게 해당된다. 대다수 국민들의 금전적 혜택은 거의 없다. 대신 비슷한 전기요금대에서 더 많은 양의 전기를 사용할 수 있을 뿐이다. 이것은 지금껏 열심히 절약하며 온실가스 감축 활동에 참여해온 절전소 주민들과 그 활동을 확대하고자 하는 이들에게는 난감한 일이다.

DSC06853 2016년 12월 19일 성북구청에서 진행된 성북절전소 평가보고회는 5년 동안의 성과와 과제를 짚어보는 자리였다. 더욱 어려워진 여건에서 주민들은 2017년 주민들의 절전소 활동 참여를 독려하고 절전소 절감량을 높이기 위한 방안을 논의했다.

결론은 ‘그래도 우리는 여전히 즐겁게 활동 한다’이다. 김영배 성북 구청장은 우리가 보고 느끼고 누리는 ‘나무’와 ‘공기’와 ‘물’과 ‘자연’의 혜택을 우리세대에서 책임지고 다음세대가 향유할 수 있도록 습관을 바꾸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이야기 했다. 습관을 바꾸면 세상을 바꾸게 된다고, 그것이 결코 쉽지 않은 일임을 알기에 5년 동안 꾸준히 활동하며 발전해온 절전소 주민들에게 감사함을 전했다.

 

성북절전소 로고

 

기후변화를 ‘지구적 문제’라고 일컫는 것은 현재 지구안에서 살아가고 있는 개개인의 역할과 책임이 분명히 있음을 의미한다. 서울의 25개 지자체의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노력이 다양한 범위에서 진행되고 있으나 에너지를 소비하고 살아가는 개개인의 실천 없이 성과를 이루기는 어렵다.

녹색연합은 지난 5년간 성북구와의 협치를 통해 성북절전소 사업을 이끌어왔다. 혹자는 스트레스 받아가며 절전하지 말고 마음껏 쓰면서 태양광 사업을 확대하자고 주장하기도 한다. 그러나 녹색연합이 평범한 주민들과 어려운 에너지이야기를 하면서 긴 시간을 함께하며 이루고자 하는 것은 기술적이고 획일적인 제도의 영향으로 바뀌는 에너지 전환이 아니다. 시민이 이해하고 납득하고 결정하는 그래서 내가 스스로 삶의 방식을 공동체 안에서 바꾸고자 하는 움직임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이것이 지속가능한 사회를 위한 에너지 전환이다. 성북절전소의 성공과 실패의 경험들이 나비효과가 되어 세상에서 새바람을 일으키길 바란다.

글 : 녹색연합 에너지기후팀 김순남

녹색연합의 활동에 당신의 후원이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