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캠퍼스 만들기의 핵심은 ‘저탄소’와 ‘지속가능성’이다.

2009.11.24 | 재생에너지

기후변화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은 가운데, 대학 사회의 새로운 대안으로 ‘저탄소 그린캠퍼스’가 대두되고 있다. 기후변화 위기가 점차 심각해지고 있다는 인식과 대학 자체의 에너지 소비량이 너무 많다는 사회적 인식이 대학들을 행동에 나서게 하고 있다. 실제로 대학이 소비하는 에너지는 2000년부터 2007년까지 7년 동안 84.9%나 증가했다. 같은 기간 우리나라 전체 에너지 소비 증가량이 22.5% 증가세를 나타낸 것과 비교하면 에너지 증가폭이 무려 3배 이상 높다. 대학들 역시 이에 대해 문제의식을 갖고 2008년 ‘한국그린캠퍼스협의회’의 출범을 시작으로 대학을 저탄소 그린캠퍼스로 만들려는 움직임을 활발하게 전개하고 있다. 그러나 저탄소 그린캠퍼스에 대한 개념은 확실히 정립되지 않고 있다. 실제로 그린캠퍼스를 표방한 몇몇 대학들의 사례를 확인해본 결과, 녹지를 훼손하면서 신축 건물을 세우고 있거나 대학 홍보에만 치중해 내용은 없고 겉만 요란한 ‘녹색 시늉’인 경우가 많았다. 빈 강의실이나 기존 건물로 공간 활용이 가능함에도 불구하고 경쟁적으로 건물을 신축하면서 에너지를 낭비하면서 ‘녹색캠퍼스’나 ‘그린캠퍼스’를 내세우는 현상을 과연 어떻게 바라봐야 할지 난감할 때가 있다.

‘저탄소 그린캠퍼스’의 원칙은 ‘저탄소(low carbon)’를 기반으로 하는 기후변화 대응 운동이 되어야 한다는 것과, ‘지속가능성(sustainable)’을 기반으로 하는 대학 운영의 장기적 안목이 수반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해외의 유명 대학들은 이미 과거 10여 년 전부터 지속가능성과 저탄소의 개념을 대학 운영의 철학으로 정립해나가면서 기후변화 대응의 성공적인 모범사례를 만들어 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바로 하버드 대학교의 녹색캠퍼스 프로젝트이다. 하버드 대학은 ‘하버드 그린캠퍼스 이니셔티브(HGCI)’ 프로그램을 통해서 인력과 예산을 마련하여 학내 에너지 효율 정책을 벌여 매년 8만 달러의 이익을 남기고 2만 7천 톤 이상의 온실가스를 절감했다. 뉴햄프셔 대학교는 ‘지속가능한 학습공동체’를 만들었고, 미들베리 대학교는 ‘탄소중립 프로그램’을, 예일대학교는 온실가스 인벤토리 구축을 위한 ‘예일대 이니셔티브’를, 도쿄대학교는 ‘지속가능한 대학 프로젝트’를 진행해가고 있다. 이들 대학들의 성공 사례에는 모두 저탄소와 지속가능성의 개념이 있었다.

지속가능성과 저탄소라는 원칙에서 국내 그린캠퍼스 운동을 바라볼 때, 아직 가야할 길이 멀다는 것을 느낀다. 국내 대학들의 문제는 건물 면적의 증가와 그에 따른 에너지사용량의 급증이다. 2004년부터 2008년까지 4년간 우리나라의 고등교육기관의 수는 점차 줄어들었지만 같은 기간 전체 고등교육기관의 건물 면적은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교육기본시설의 면적은 16.5%, 지원시설은 31.2%, 연구시설은 30.9% 증가했다. 늘어나고 있는 대학의 건물들은 에너지 낭비와 공간낭비, 에너지 효율감소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대학들은 증가하는 건물들의 에너지 사용량을 고려하여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방안이 무엇인지에 대한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고민을 해야한다. 저탄소와 지속가능성의 원칙이 없는 그린캠퍼스는 허울뿐인 말장난에 불가하다.

저탄소 그린캠퍼스의 원칙이 저탄소와 지속가능성이라고 한다면, 저탄소 그린캠퍼스 운동이 국내에 잘 정착되기 위해서 필요한 성공조건은 다음과 같다. 첫 번째는 대학의 장기적인 운영 방침 속에 기후변화 대응의 개념이 들어가야 한다. 대학의 장기적인 계획 속에 온실가스 감축 선언이나 감축 프로그램이 반드시 수반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두 번째로는 저탄소를 위한 대학의 실험이 단순히 ‘선언’이나 ‘계획’에서 머물지 않도록 튼튼한 기반과 실행주체를 만들어야 한다. 담당 부서나 담당 직원을 두고 전문적으로 이 문제에만 집중하는 주체가 있어야 한다. 세 번째로 대학 내 리더그룹들의 현명한 리더십이 필요하다. 대학은 어느 곳 보다 자율적이고 개방적인 공간인 동시에 개성이 강한 구성원들이 모여 있는 공간이다. 대학 구성원간의 자율성과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넘쳐날 수 있게 만드는 통찰력 있고 강인한 리더십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대학 운영의 투명성을 보장하고 사회적인 논의 창구를 열어두는 것이다. 대학이 감축하고자 하는 온실가스 감축의 문제는 더 이상 대학만의 문제가 아니다. 대학의 온실가스 감축 프로그램을 수행하고 모니터링 역할을 할 수 있는 기후변화 감축 네트워크가 필요하다. 이 네트워크는 민·관·학이 결합된 투명하고 공정한 협력체로 운영되어야 할 것이다.

온실가스를 줄이는 노력은 대학 공동체를 살리고 대학을 더욱 건강하고 지속가능하게 만든다. 실제 해외 대학의 사례에서도 에너지 사용량을 줄이면서 절감된 대학의 운영비가 다시 재투자되면서 대학의 건전성과 환경성이 높아졌고, 구성원들의 만족도 또한 높아지는 효과를 냈다. 물론 그 과정에서 온실가스는 자연스럽게 줄어들었다. 국내 대학들 역시 원칙과 기준이 있는 저탄소 그린캠퍼스 운동을 잘 정착시켜 나가기를 바란다. 잘 정착된 저탄소 그린캠퍼스 운동은 전 세계에 기후변화 대응의 모범사례로 기록될 것이다.

* 디지털 파워에 기고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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