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 에너지 기행>착한 에너지 세상은 가능하다.

2010.10.11 | 재생에너지

기후정의 원정대, 진짜 녹색을 찾아 세계를 누비다

-착한 에너지란 무엇일까?

우리가 쓰는 에너지를 ‘착한 에너지’와 ‘나쁜 에너지’로 구분할 수 있을까? 석탄과 석유와 같은 화석연료는 이산화탄소와 같은 온실가스를 배출하여 기후변화를 일으킨다. 그렇다면 화석연료는 당연히 ‘나쁜 에너지’ 로 분류될 터이고, 골치아픈 핵 폐기물과 방사능 노출의 위험을 항상 감내해야만 하는 원자력 에너지 역시 ‘나쁜 에너지’ 축에 들 것이다. 반면 태양, 바람, 물, 땅과 같은 자연 에너지를 이용해내는 재생에너지는 ‘착한 에너지’로 구분될 수 있지 않을까.

그러나 이 질문에 답을 하는 것은 결코 이렇게 간단하지 않다.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의 7명의 활동가들이 지난 수년간 세계 곳곳의 에너지 현장을 찾아서 기록해낸 ‘착한 에너지 기행- 기후정의 원정대, 진짜 녹색을 찾아 세계를 누비다(이매진, 김현우 외 6명 지음)’ 에서는 에너지 문제를 접근할 때 이러한 단순 구분을 넘어서는 근본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는 것을 말하고 있다.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의 7명의 활동가들이 이 ‘착한 에너지’란 주제를 가지고 세계 곳곳을 누빈 여행기(?) 속에서는 진짜 녹색을 기록해내기 위한 이들의 노력이 고스란히 담겨져있다.

-4대륙, 13개국 속에서 발견하는 진짜 녹색 이야기

이들의 이야기는 기후변화와 노동자들의 고용 문제, 기후변화의 진짜 피해자와 가해자를 구분하는 문제, 선진국의 깨끗한 바이오디젤 원료 공급을 위해 전국토가 신음하는 아시아인들의 삶의 문제, 매년 개최되는 UN 기후변화 협상장의 생생한 기록들을 비롯해 기후변화와 에너지 문제를 둘러싼 다양한 이슈와 이야깃거리들을 관찰하고 기록낸 ‘기후변화 기록서’이자 ‘에너지 여행기’이다. 더불어 한국의 해외 에너지 자원 개발과 그 속에 숨어있는 묵인할 수 없는 진실과 오해 또한 고발하고 있다. 이들이 다년간 곳만 해도 아프리카 케나를 비롯해 아시아의 일본, 타이, 버마, 라오스, 인도네시아와 유럽의 독일, 오스트리아, 영국, 덴마크, 벨기에, 폴란드, 그리고 북미의 케나다 등 4대륙, 13개국에 달한다. 저자들이 한곳 한곳 직접 현장을 다녀왔기 때문에 전 세계에서 실험되고 있는 재미있는 이야기가 생생하게 기록되었다.

-선진국의 안락한 삶을 위해 필요한 에너지는 어디서 오는가?

‘난 오래전에 이혼했어요. 네 명의 아이들이 모두 내게 의존하고 있죠. 그래서 난 아파서도 안되고, 다쳐서 병원비가 들어서도 안되요. 그런데 이미 한쪽 눈이 제 구실을 하지 못하고 있죠. 등은 무거운 농약 살포기를 견디지 못해 혹이 나기 시작했어요.’

인도네시아의 팜 오일 농장의 여성 노동자 ‘조’의 인터뷰 내용이다. 책 에서는 아시아의 인도네시아의 칼리만탄 주 센타룸 국립공원에서 자행되고 있는 팜 오일 플랜테이션의 실상을 묵묵히 고발한다. 팜유는 야자수 열매로 팜유를 짜내 생산된 기름이 바이오디젤의 연료로 사용된다. 이들이 인터뷰한 팜 오일 노동자들의 삶은 저자들이 기록해놓은 글과 사진으로 고스란히 가슴속에 울림을 퍼트리고 있다. 인도네시아의 군사 정부와 다국적 에너지 기업들은 인도네시아의 국토 대부분을 팜 오일 생산을 위한 희망없는 땅으로 전락시키고 있다. 저자들은 선진국이 교통 부분의 온실가스 배출 절감을 위해 희망에 찬 ‘바이오 에너지 전환 사업’을 진행하며 행복해 할 때, 누군가는 3달러를 받으며 살아가고, 대대로 살아온 땅에서 쫓겨나고, 땅을 잃어버리고 이젠 아이들에게 교육조차시키지 못하는 상황을 알아야 한다고 역설하고 있다.

실제로 인도네시아에서는 1998년부터 2002년 초반까지 팜 오일과 관련해 41건에서 479명 고문, 14건에서 12명 사망, 21건에서 25명 납치, 77건에서 936명 체포, 25건에서 가구 파괴와 방화가 발생했다. 또한 30만 헥타르 이상의 면적에서 숲이 파괴되고 화재로 인해 소실되었다. 지난 바이오디젤 생산을 위해 팜유 생산 농장이 시작된 20년 사이 산림 파괴 1위이자 산림 자원의 벌채와 개간으로 발생하는 온실가스량을 포함하여 세계 3위의 온실가스 다 배출 국가가 되었다. 인도네시아는 현재 한반도 면적에 달하는 2000만 헥타르의 팜 오일 생산 농장 확대 계획을 발표하며 사업을 진행중이다. 저자들이 기록해 낸 이들의 삶은, 선진국의 삶과 대비되어 다양한 고민거리를 던지고 있다.

-주민들이 스스로 설치하는 ‘태양광 DIY 교육 프로젝트’

저자들은 해외 답사를 하기 위해서  어쩔수 없이 자신들이 온실가스를 배출할 수 밖에 없는 상황 역시 안타까워하고 있다. 이들은 온실가스를 줄이자고 하는 환경 활동가가 ‘책을 쓴다는 이유로’ 항공 여행을 통해 이산화탄소를 배출했다는 비판에 화답이라도 하듯,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 라오스 산골학교와 버마 국경지대 난민 교육센터에 직접 태양광 설치 사업을 진행하기도 했다. 저자들이 진행한 태양광 발전기 설치와 발전기 설치 교육 사업을 통해 태양광 전기를 사용하는 것 뿐만 아니라, 이 지역의 주민들의 일자리 창출과 교육사업 까지 이뤄냈다.

선진국에서 배출하는 온실가스로 피해를 입는 버마와 라오스 주민들을 비롯한 개발도상국들의 고통과 매년 조금씩 자국의 영토가 바다에 잠기고 있는 남 태평양의 섬나라 주민들, 아프리카 케냐 난민들의 눈물, 인도네시아 팜 오일 농장 노동자들의 눈물없이 들을 수 없는 사연을 통해서 이들이 직접 내린 결론이자 행동이었다.

-선진국의 실험에서 개발도상국의 아픔까지, “착한 에너지는 가능하다.”

저자들이 이 책을 통해서 끊임없이 강조하는 것은 ‘착한 에너지는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과정은 쉽지만은 않을 것이다. 유럽의 노동조합과 환경단체가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서 관계가 불편해졌던 사실, 매년 개최되는 UN 기후변화 협상장의 명과 암, 해마다 증가하는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과 그로 인해 위협받고 있는 인류.  그 속에서도 저자들은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책 초반부에 기록되어 있는 유럽의 조그만 시골마을에서 실험되고 있는 재미있고 흥미로운 에너지 실험들과 일본의 에너지 농부들과 NGO들이 지역에서 실행하고 있는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저절로 입가에 미소가 생긴다. 그러나 책 중반부로 접어들면서는 자원개발로 신음하는 아시아의 주민들의 처참한 삶의 이야기를 들을 때는 가슴 한편이 뭉클해지고, 후반부의 유럽의 적록 연대를 둘러싼 다양한 관점과 UN 기후변화 협상장의 생생한 역사의 기록들을 읽고 있으면 앞으로 우리가 해야할 일들에 대해서 고민하게 만든다. 저자들의 글 하나하나는 사람들의 마음을 웃게 만들고 울게 만들고 우리의 마음을 한 껏 고무시키는 힘이 있다. 저자들이 말하는 ‘진정한 녹색을 찾아 떠나는 에너지 기행’에 그 흥미로운 여정에 동참해보는 것은 어떨까?

글- 손형진 (녹색연합 기후에너지국 활동가)

* 이 글은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가 발간한 ‘착한 에너지 기행(이매진. 김현우 외 6명 지음, 14000원)의 서평을 작성하여 오마이뉴스에 올린 글입니다.

원문보기: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ss_pg.aspx?CNTN_CD=A0001459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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