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대규모 정전사태, 수요예측 실패가 아닌 수요관리 실패

2011.09.16 | 탈핵

대규모 정전사태, 수요예측 실패가 아닌 수요관리 실패

9월 15일 전국적으로 대규모 정전사태가 발생했다.

지식경제부와 한국전력은 사태의 원인을 ‘수요예측의 실패’라고 하지만 실제는 ‘수요관리의 실패’다.

발전소 23기가 점검에 들어간 상황에서 이상기후로 일시적인 전력 수요가 급증했다고는 하지만, 이것은 피크시기가 아닌 평상시에는 수요관리 시스템이 전혀 작동하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최근에는 겨울철에도 전력난방 수요 증가로 피크가 발생하고 있다.

결국, 이번 사고는 여름철 전력피크시에만 바짝 수요관리 프로그램을 작동할 것이 아니라 연중 수요관리가 제대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을 말해준다. 수요관리는 단순히 절약 캠페인 정도가 아니라 발전소를 추가하는 것만큼의 비용을 들여 체계적으로 실시하여야 하며, 값싼 전기요금을 현실화하여 절약의 동기를 부여하는 것도 중요하다.

이번 사고로 그동안 정부와 한전이 발전소 건설에 치중한 공급중심의 전력정책이 한계를 드러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에너지 수요가 폭증하는 상황에서 무턱대고 공급만 늘려서는 한계에 부딪힐 수 밖에 없다. 수요를 억제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후쿠시마원전사고로 54개 전력중 19개만 가동 중인 일본에서도 대규모 정전사태는 나지 않았다. 철저한 수요관리를 통해 전력사용량을 애초목표인 15% 감축에서 21%까지 줄이는데 성공했다.

핵발전소를 가동하지 않았기 때문에 정전사고가 일어났고 그래서 핵발전의 전력 공급 역할이 크다라고 결론 짓는 것은 문제를 제대로 바라보지 못하는 것이다. 대규모 핵발전과 화력발전에 의존하는 시스템은 위험이 분산되지 않고 전국적으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예고 없는 정전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늘 안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중앙집중형이 아닌 분산형 전원을 도입해야 한다. 핵발전 강국인 프랑스 역시 지난 2009년 겨울철 난방용 전력수요급증으로 전력 부족에 따른 대규모 정전 사태를 겪었다. 이 역시 수요관리 정책을 펼치지 않는 한 핵발전으로 필요한 전력을 전량 공급할 수는 없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다.

이번 대규모 정전사태로 우리 생활 속에서 편리하게 쓰이는 전력이 공급되지 않았을 때 어떤 불편을 겪게 되는지 확실히 알게 되었다. 이번 사고를 전력에 대한 인식을 전환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정부의 중앙집중형, 공급중심의 전력정책과 값싼 전력요금제의 문제를 해결하고 지속가능한 전력체계로 전환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2011년 9월 16일
녹색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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