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자료] 녹색연합, “경주, 월계동 세슘오염원은 국내 무적(無籍)방사성동위원소(RI)”, “원자력안전위의 수입고철탓은 방치된 국내 RI업체 난맥상 숨기려는 꼼수”

2011.11.15 | 탈핵

녹색연합, “경주, 월계동 세슘오염원은 국내 무적(無籍)방사성동위원소(RI)”,
“원자력안전위의 수입고철탓은 방치된 국내 RI업체 난맥상 숨기려는 꼼수”

녹색연합은 15일 경주와 서울시 월계동 도로 방사능 오염사건의 원인으로 그동안 원자력안전위원회(이하 원자력안전위)에서 지목해온 수입고철과 달리 국내에 떠돌아다니는 이른바 “무적(無籍) 방사성동위원소”라는 제기를 하였다. 녹색연합은 원자력안전위의 전신인 교육과학기술부(이하 교과부)가 지난 20년간 국내 방사성동위원소(이하 RI) 이용업체 난립과 RI 남용을 방치해온 문제를 덮기 위해 의도적으로 “수입고철”탓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녹색연합은 국내 RI 이용업체가 지금처럼 난립하고 주인없는 RI가 떠돌아다니는 한 언제 어디서 유사사건이 터져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라며, 이번 사건의 경우도 수입고철보다는 국내 건설업체들이 사용하다가 방치했거나 파손된 토질 및 도로 밀도측정기(세슘 137사용)일 가능성이 더 높다고 제기하였다.

한국동위원소협회의 방사선이용통계에 다르면 국내 방사성 동위원소를 이용해 영업을 하는 업체는 허가대상 업체 1,200여 곳, 신고대상 3,700여 곳으로 산업계, 의료계, 교육계 등에서 광범위하게 사용된다. 녹색연합은 이중 신고대상 업체는 그동안 일단 교과부에 신고만 하면 그 이후의 관리현황에 대해서는 보고할 의무가 없어 규제사각지대에 방치되어 왔다고 제기했다. 분기별로 사용현황을 보고해야 하는 허가대상 업체도 수가 많아 이들이 자발적으로 보고하지 않는 이상 현재의 규제인력으로 일일이 직접 확인하기란 불가능한 현실이다. 매년 업체 수는 평균 10%(연간 300~400개)씩 증가하는데, 전담기관인 원자력안전기술원의 규제인력은 지난 1990년부터 거의 변동되지 않은 채 불과 14명에 머물러 있다.

경주, 월계동 도로오염은 RI업체 난립 조장과 규제완화의 결과
이러다 보니 매년 RI의 분실, 도난, 오염, 작업자 피폭이 끊이지 않고 일어났다. 지난 1970년대부터 지금까지 국내에 보고된 RI 사건사고는 65건, 분실사례는 28여건에 이르며 이중 9건(RI 선원 및 장비 20개)이 회수되지 않은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원자력안전기술원의 통계에 따르면 지난 2001~’10년 기간동안 해외에서 보고된 전체 RI 도난/분실사례, 오염사례가 각각 17건, 5건이었던데 비해 동기간 국내의 사례는 각각 10건, 2건으로 국제적인 수준에서도 높은 빈도의 사건사고가 일어나고 있다. 대표적으로 지난 2000년, 대한검사기술 울산출장소에서 작업자가 비파괴검사장비를 다루는 과정에서 방사성 이리듐 파편이 건물내부, 작업자의 의복, 심지어 주변 민가 도로까지 오염된 사건이 있었다. 이듬해인 2001년에는 포철 광양제철소에서 측정용으로 사용하던 RI(코발트60) 뭉치가 분실된 이후 결국 회수되지 않았다. 지난 2006년 한화석유화학(주) 여수공장에서는 배관속 액체높이 측정장비(세슘137 장착)가 부주의로 파손되어 공장내부가 방사능에 오염된 사례도 발생하였다.

상황이 이러함에도 지난 2002년 당시 과학기술부(과기부)는 오히려 <방사선 및 방사성동위원소 이용진흥법>의 제정을 통해 그렇지 않아도 업체난립으로 안전규제가 어려운 RI 이용시장에 신규업체들의 진입을 권장해왔다. 여기에 더해 과기부는 지난 2006년 원자력법 시행령 및 시행규칙을 고쳐서 허가대상 사업체들에 대한 주기적인 검사를 면제하거나 서류심사로 대체하는 방식으로 대폭적인 규제완화조치를 취하였다. 10여명에 불과한 현장 규제인력에게는 불가피한 조처였겠으나 규제당국인 과기부는 규제의 책임을 포기했다는 비난을 받을만하다. 녹색연합은 결국 이번 경주나 월계동 사건이 그동안 정부의 RI 산업 진흥정책으로 인한 업체난립과 규제완화로 인한 인재이며 이 같은 상황을 방치하는 한 앞으로도 반복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동안 신고된 실종 RI만 20기
이보다 더 섬뜩한 것은 RI 이용업체들이 부도, 파산 등으로 종적을 감춰버리는 경우이다. 지난 2007년 과기부와 원자력안전기술원이 신고대상 RI 업체들에 대한 실태조사를 벌인 결과 2,353 곳 중 답변을 주지 않은 업체가 118 곳에 달했다. 이들 중 실태조사 시 끝까지 소재가 파악되지 않은 업체가 57곳으로, 1년이상 지나 안전조치가 취해질 때까지 이들이 보유한 RI 장비들은 계속 방치되었다.


이번 경주 및 월계동 사건의 원인인 세슘 137을 이용하는 것으로 집계된 업체 및 기관만 하더라도 2010년 현재 345개에 이른다.

이중 부도사실을 알린 허가대상 업체들로부터 원자력안전기술원이 지난 2007년까지 수거한 RI 장비 중에도 이번 경주, 월계동 사건의 원인인 세슘137 이용 장비가 포함되어 있어 보다 철저한 관리가 필요하다.

해외의 세슘 137 이용 측정장비 관련 사건, 사고와 교훈
캐나다 핵규제위원회(CNSC)는 최근 2010~’11년 기간동안 세슘을 이용하는 밀도측정기가 도로공사현장에서 파손된 사례가 20회라는 보고한 바 있다. CNSC는 비록 이로 인해 방사선원이 차폐제 외부로 누출지는 않았으나 이 같은 사고로 인한 방사능오염 위험이 상시적으로 존재하므로 사고시 대책을 준비하도록 경고하고 있다. 미국에서도 지난 2009년 도로건설과정에서 세슘 137를 사용하는 수분/밀도측정기가 중장비차에 파손된 사례가 있었다. 비록 도로가 오염되지는 않았지만 세슘 방사선원이 장비에서 분리되었고, 선원을 회수하는 운반차량에서 최대 60마이크로시버트(μSv/h)의 공간방사선량률을 보였다. 영국에서도 지난 1986년 1건, 1994년 2건 등 도로건설과정에서 토양 및 도로포장 밀도 측정에 사용되는 세슘 137 장비가 중장비차, 덤프트럭 등에 손상된 사례들이 있다.


녹색연합은 위와 같은 해외사례를 제시하며 이번 노원구 월계동 도로의 방사능 오염 원인으로 국내 고속도로 및 기타 토목공사에서 사용하는 방사성 밀도측정기를 원인 중 하나로 검토할 것을 제안했다. 고속도로 및 기타 토목공사에서 세슘 137를 활용한 밀도측정기 사고가 발생해 골재나 아스팔트오염이 가능하고, 아스콘이 재활용되어 월계동 주택가 도로에 시공되었을 가능성을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또 하나 오염이 의심되는 경로는 원자력 안전위원회가 지목한 방사능에 오염된 고철이다. 2008년 원자력안전기술원에서 발간한 ‘무적선원실태 2007’ 보고서에 따르면 방사능 오염 고철 재활용은 방사능 물질 오염의 주요 경로이다. 이 보고서에서 지적된 방사능 오염 고철경로는 공장에서 방사성동위원소를 사용한 산업용 게이지를 계측용으로 많이 사용하는데 공장을 해체할 때 이 산업용 게이지가 고철로 재활용된다는 것이다. 이 고철슬래크가 폐아스콘에 섞였을 가능성도 살펴봐야 한다. 2011년 현재 세슘 137을 이용한 산업용 게이지를 활용하는 업체는 113곳에 달한다.  

원자력안전위, 수입고철 탓 그만하고 RI 업체 난립과 남용부터 바로잡아야
정부의 <방사선 및 방사성동위원소 이용진흥법> 등 정부의 RI 진흥정책에 힘입어 지금도 하루에 한 개 꼴로 신규 RI 사업자가 늘어나고 있다. 규제인력은 20년 전과 마찬가지로 10여명에 머물러 있고 2006년 규제완화 조치로 사실상 규제의 ‘항복선언’을 한 바 있다. 지난 30년간 분실, 도난사례로 보고된 20기의 방사성선원 및 장비가 국내에 떠돌아다니고 있고, 57개의 RI 업체는 행방불명 상태이다. 이에 대해 녹색연합은 이처럼 국내 RI 관리에 엄청난 구멍이 존재함에도 “수입고철”탓을 하고 있는 원자력안전위의 행태는 명백히 의도된 은폐행위라고 비난했다.

녹색연합은 지난 경주나 노원구 월계동 사건은 구멍난 국내 RI 관리체계에서 발생할 수 밖에 없는 사건으로 이들의 출처를 규명하는 작업과 함께 RI 규제정책을 전면 개선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우선 업체난립을 부추기는 <이용진흥법>을 폐지하고, 허가대상 RI 업체에 대한 분기별 검사를 재도입할 것, 정기검사에서 면제되어온 신고대상 RI 업체에 대해 최소 매년 정기검사를 의무화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또한 20년간 10여명에 머물러 있는 규제인력을 현실에 맞게 근본적으로 보강할 것을 제안했다.

녹색연합은 또한 RI 이용업체 및 기관들도 RI의 남용을 중단하고 이미 해외에서 상용화된 대체기술들을 적용할 것을 촉구하였다. 미국의 위스콘신, 켄터키, 오하이오 등 많은 주에서 교통당국의 규제에 따라 또는 건설업체들이 자발적으로 도로 및 토목공사에서 습도/밀도 측정 RI 장비들을 방사능위험이 없고 성능면에서 우수한 전자장 측정장비로 대체하고 있다. 또한 국내 의료기관에서 갑상선 호르몬 검사등에 사용되는 방사성면역측정건도 연간 무려 2천만건으로 남용되고 있으나, 선진국에서는 방사성물질 취급시 피폭위험을 줄이기 위해 지난 1990년대부터 효소면역측정법이나 형광면역측정법 등으로 대체하거나 보완하고 있는 실정이다.

2011년 11월 15일
녹 색 연 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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