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방폐장, 과연 안전한가

2013.04.15 | 탈핵

경주 방폐장 하역동굴 - 출처 : 한국방사능폐기물관리공단

경주 방폐장 하역동굴 – 출처 : 한국방사능폐기물관리공단

경북 경주에 건설 중인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분시설(방폐장)의 안전성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경주 방폐장 부지는 애초부터 암반상태가 좋지 않아 문제가 된 바 있다. 또한 현재 건설 중인 동굴처분방식(사일로)에 있어서는 잦은 설계 변경으로 공사비가 급증하고 있다는 비판과 완공 후 지하수로 인한 침투로 인해 방사능이 누출되는 사고가 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최근 논란의 핵심은 경주 방폐장 운영 기간이 끝나고 폐쇄된 이후 사일로 내에 지하수가 침투될 것이냐 여부에 대한 것이다.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이 김익중 동국대학교 교수의 질의에 대해 지난 2010년 8월 26일에 답변한 자료에 따르면, 경주 방폐장 1단계 처분시설의 사일로는 지하수면 아래에 놓이므로 처분시설 폐쇄 후 궁극적으로 물에 잠기게 된다.

사일로는 지하 80m~130m에 6개의 처분고를 건설하여 총 10만 드럼을 처분할 수 있도록 건설 중이다. 나머지 70만 드럼의 처분시설은 향후 중·저준위방사성폐기물 발생량 추이와 경주 방폐장의 지질 특성 등 제반 여건을 고려해 천층처분방식과 동굴처분방식 중 적절한 방식으로 건설할 예정이다.

사일로 폐쇄 후 지하수 침투 논란

문제는 사일로에 방사성폐기물을 처분한 이후 60년이 지나면 사일로를 폐쇄하게 되는 데, 폐쇄 후 지하수로 인한 침투로 인해 방사능 물질이 누출될 수 있다는 우려다. 김익중 교수는 “일반적으로 방폐장은 자연방벽이란 것이 있어 콘크리트가 필요 없거나 필요하더라도 조금만 필요한 상황이지만 경주 방폐장은 그 반대로 자연 방벽이 없으니 믿을 것은 사일로 콘크리트 방벽 하나 뿐”이며. “그렇기 때문에 물이 침투되지 않기 위해서는 이 벽에 균열이 생기면 안 되는데, 만약 균열이 발생하고 사일로 안에 물이 들어가는 날에는 핵물질을 녹이게 되고 방사성 물질이 사일로 밖으로 서서히 나오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한국방사성폐기물관리공단은 사일로는 굴착 암반면에 약 15~40cm 두께의 숏크리트를 타설하고 그 위에 부직포와 방수시트를 붙인 다음 100cm 이상 두께의 철근 콘크리트로 시공하므로 지하수가 사일로 안으로 들어가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또한 폐쇄 후에는 사일 로 내부를 쇄석(깬 돌)과 콘크리트로 채운 후 입구부를 방수재와 콘크리트로 밀봉하여 지하수를 차단하도록 할 계획이다.

하지만 사일로 내부를 쇄석으로 꽉 채우게 되면 폐쇄 후 사일로 안으로 물이 들어오는지를 확인할 수 없게 된다. 방폐물관리공단은 “사일로 내부에 물이 채워지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하지만, 그렇게 될 것을 가정하더라도 안전성 평가에서 매우 높은 수준의 안정성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따라서 폐쇄 후 사일로 안으로 물이 들어오는 것을 인지하기 위한 시스템이나 복구지침을 갖추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그러나 만약의 경우 폐쇄 후 환경방사선 및 지하수 감시 결과 방사능 오염이 발생한다면, 주민에게 미치는 영향이 없도록 하기 위해 상황에 따라 제한구역내의 접근금지 강화, 누출부위 봉쇄, 누출원 제거 등의 조치를 취하게 될 것이라는 입장이다. 김익중 교수는 “제한구역을 어떻게 설정한 것인지, 쇄석으로 채워진 방사성폐기물 드럼통을 어떻게 제거하고 누출부위를 봉쇄할 것이지 의문이다”라고 밝혔다. 관리공단은 이에 대해 처분시설 폐쇄 전에 규제 기관의 심사를 거쳐 안전성이 입증되어야만 폐쇄할 수 있으므로 안전하게 폐쇄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잦은 설계 변경으로 공사비 급증

한국방사능폐기물관리공단 홍보관

경주 방폐장의 안전성 논란은 공사기간이 거의 끝나갈 무렵인 2009년 6월 1일 갑자기 공사기간을 30개월 연장한다는 발표 이후 시작됐다. 2007년 7월에 시작된 공사는 예정대로 라면 2009년 12월에 마무리되어야 하는 데, 2012년 12월까지 하겠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이후 한 차례 더 연기돼 2014년 6월에 완공예정이다.

공사를 연장하고 설계를 변경할 수밖에 없던 이유는 경주 방폐장 부지의 암반이 당초 예상보다 부실했기 때문이었다. 암반의 등급을 5등급으로 나눌 때 최하등급인 5등급 부지가 전체의 절반을 넘어서는 상태였음이 밝혀진 것이다. 부지 암반의 연약과 지하수 문제 등으로 안전성 문제가 제기되면서 공기는 2번이나 연장되었고 설계변경도 12번이나 이뤄졌다. 이로 인해 공사금액은 계약 당시 약 2584억원에서 2배에 달하는 약 4696억원으로 급증했다.

불법 하도급으로 안전 시공 부실 우려

이 뿐만이 아니다. 최근 방페장의 시공을 맡았던 건설사가 법정관리를 신청하면서 방폐장 공사에 차질을 빚고 있다. 이에 따라 방폐장 안전 시공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국내건설산업기본법에 따르면 하도급률이 82%이하로 떨어질 경우 하도급이 적절했는지 여부를 발주자가 의무적으로 심사하도록 의무화돼 있다.

그러나 정수성 새누리당 국회의원에 따르면 방사성 공사의 원도급은 대우건설과 삼성물산이 예정가의 98.78%로 높게 수주한 반면 하도급의 핵심공정을 맡고 있는 태아건설 낙찰율은 원도급액의 77.54%에 불과해 원도급사가 폭리를 취하고 있다. 당초 공사금액인 966억원에서 원도급사는 792억원 이상에 하도급을 주어야 하는 데 751억원에 하도급 계약을 한 것이다. 결국 발주자의 불성실한 하도급 관리로 인해 부실공사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경주시민은 방폐장 유치 이후 행복한가

경주 방폐장 유치가 결정되면서 정부가 경주시민에 약속한 것들은 ▲특별지원금 3000억원 ▲한수원본사 경주 이전 ▲양성자 가속기 경주 유치(시비 1604억원 소요) ▲ ‘+α’ : 55개 사업 3조 4350억원 등이다. 그러나 현재 이 약속 중 이행된 것은 특별지원금 3000억원 뿐이다.

그런데 이마저도 지역갈등을 부추기는 결과를 야기하고 있다. 특별지원금 사용처를 놓고 경주시와 경주경실련 사이에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방폐장이 들어서는 동경주 주민들은 지원금 3000억원 중 1500억원을 동경주 지역 지원과 사회인프라 구축에 지원하겠다는 약속을 어긴 경주시에 반발하고 있는 실정이다.

에너지기후국 권승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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