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양에 송전탑 대신 희망을!

2013.12.04 | 탈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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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사 재개 후 무려 61일 만이다. 밀양의 주민과 밀양 희망버스 참가자들이 동화전, 도곡, 여수마을에서 경찰에게 막힌 길을 열고 처음으로 공사현장에 올랐다. 오르는 길이 쉽지만은 않았다.

밀양 전역에 4천 명의 경찰이 진을 치고 각 도로와 마을, 산으로 오르는 길을 막고 있었으니 말이다. 길이 아닌 곳에 길을 만들며 올라간 이들도 있고, 경찰의 저지선을 뚫고 올라간 이들도 있었다. 그렇게 올라선 공사현장에서 희망을 찾았다. 그리고 다시 내려왔다.

이 짧은 순간으로 밀양 송전탑 공사를 중단할 수 없다는 것을 안다. 그럼에도 주민들과 밀양 희망버스 참가자들이 현장에서 찾은 희망이란 무엇일까.

밀양 주민들 몇몇이 오르내리던 그 산길을 이제는 수많은 사람들과 함께 오르고, 방패로 무장한 경찰들의 저지선을 함께 뚫고, 그렇게 함께 현장에 오르고 내려 온 그 연대의 기억이 바로 희망이지 않을까.

그리고 “우리 모두가 밀양이다”를 외치며 밀양송전탑 건설 중단 촉구를 위해 밀양역에 모인 3천여 명의 사람들이 바로 희망 아닐까.

밀양역 문화제 이후 희망버스 참가자들은 11개 마을로 들어가 주민들과 다양한 뒤풀이 행사를 가졌다. 주민들은 마을마다 돼지를 잡거나, 소머리를 고아 나누고, 전, 호박죽 등의 다양한 음식을 대접하며 희망버스 참가자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그렇게 서로의 얼굴과 미소가 눈에 들어오고 우리 모두가 밀양의 얼굴들임을 확인했다.

보라마을에 모인 밀양의 얼굴들. 이제는 각자의 삶터로 떠나야 하지만, ‘우리 모두가 밀양이다’라고 적힌 손수건을 목에 걸어주며, 눈시울을 붉히며, 다시 올 것을 다짐했다.

“고맙데이, 꼭 다시 온나~”라는 그 말이 바로 희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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