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전력사용량 최대치를 갈아치운 올 겨울, 세종로의 조명은 무관한가?

2010.01.31 | 탈핵

겨울철 세밑의 시내는 화려하다. 겨울이 주는 스산함과 세밑이 주는 허전함으로부터 사람들을 달래기 위한 따뜻한 배려라 여기기에는 너무나 화려하다. 성냥팔이 소녀가 성냥에 불을 붙이며 느꼈던 따뜻한 온기는 사라지고, 무미건조한 화려함만이 세밑에서 새해를 관통한다.

지난 12일, 최경환 지식경제부 장관은 최대 전력사용량이 사상 최대치를 갈아치우자, 에너지 절약에 적극 동참해 달라는 대국민 담화문을 발표하였다. 그러나 지식경제부장관의 담화는 그 다음날(13일) 오전 11시 전력사용량이 최대치를 또 다시 갈아치우면서 무색해졌다.

왜 이 같은 일이 발생하였을까? 에너지 절약이 몸에 배지 않은 국민 탓이라고 비난하는 것은 본말을 전도하는 것이다. 물론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의 작은 변화가 모여 커다란 변화를 가져온다는 것은 역사적 진실이며, 진리이기도 하다. 그러나 사람들이 삶 속에서 작은 변화를 만들어내는 것은 실로 어려운 일이다. 삶을 바라보는 시각의 변화가 동반되지 않는 한 일시적 변화로 끝나버리기 쉽기 때문이다. 삶을 바라보는 시각의 변화는 개인의 자각뿐만 아니라, 교육 등 사회전반의 시스템도 함께 변화해야 그 가능성이 높아진다. 따라서 시간을 갖고 천천히 해나가야 하는 일은 호시우행 하되, 국민들의 잘못된 에너지 사용 습관을 유발한 시스템을 찾고 그것을 하루빨리 바로 잡는 것이 문제를 해결하는 바른 수순이다.  

정부는 그 원인으로 계절별 차등요금을 지적하고 겨울철 전기요금 인상을 검토하겠다고 발표하였다. 그런데 계절별 차등 요금은 수요가 많을 때 높은 가격, 적을 때 낮은 가격이라는 시장원리를 적용한 것으로 잘못된 시스템은 아니다. 그렇다면 연중 전력사용량 최대치를 겨울철에 갈아치우게 된 최근 사태의 원인 중 잘못된 시스템으로 발생한 것은 없을까? 그 해답은 바로 난방용 에너지원이 등유나 도시가스에서 전기로 바뀌게 된 점에서 찾을 수 있다.  

가정에서 같은 온도를 유지하려 할 때 전기요금은 등유가격의 82%에 불과하다고하니, 소비자가 이왕이면 사용도 간편하고, 가정 내에서 다른 오염물질을 발생시키지 않는 전기를 선택하는 것은 당연하다. 이 때문에 사무실을 중심으로 가정과 상가에선 전기를 이용하여 냉난방을 하는 시스템 에어컨이나 개인용 전기난로가 급속히 보급됐다. 그 결과 겨울철 전체 전력수요 중 난방용 수요가 차지하는 비중이 올해엔 24.4%로 치솟았으며, 올 들어 최고 춥다던 날, 연중 전력사용량 최대치를 경신하게 된 것이다.  

난방용 에너지원이 전기로 바뀐 것에 어떤 문제가 있을까? 지난 연말 열렸던 한 토론회에서 원종률교수(안양대)는 10L의 석유로 전기를 만들어 다시 난방용으로 전환해 만들어지는 열량은 4L의 등유로 직접 난방을 할 때 나오는 열량에도 미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석유를 전기로, 전기를 다시 난방으로 사용하는 과정에서 6L의 석유가 공중에서 사라졌음에도 소비자 가격은 전기난방보다 등유난방이 더 비싼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그 원인이 전기요금이 지나치게 낮은 탓인지, 등유가격이 지나치게 높은 탓인지는 꼼꼼하게 따져볼 필요가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 에너지원에 붙는 각가지 세금이 일관성이 없다는 점, 에너지원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반영되어 있지 않다는 점, 그리고 여러 형태의 교차보조가 발생하면서 불공정성과 불합리성을 유발한다는 사실이 잘못된 에너지 선택을 불러왔다는 것은 분명하다. 이 같은 현실이 소비자로서 국민의 합리적 선택을 가로막으며, 에너지 복지에도 왜곡을 불러왔다. 에너지복지 왜곡이란 에너지복지라는 이름으로 저소득층에 직접 도움을 주는 국가재정보다, 저소득층에서 주로 사용하는 에너지원이란 이름 아래 유지되는 낮은 가격정책으로 인해 지출되는 국가재정의 규모가 훨씬 크며, 이에 따른 환경 부작용 등이 큰 것을 의미한다.

이글의 제목으로 돌아가보자. 세종로의 조명과 올 겨울 연중 전력 사용량 최대치를 갈아치운 것 사이에 직접적 연관성은? 없다. 전력사용량의 최대치는 오전 11시~12시 사이에 발생한 것이며, 세종로 조명이야 밤중에 이뤄진 것이니 이에 대한 연관성을 이야기하는 것은 논리비약이다. 그러나 겨울철 세밑이 되면 으레 나무를 전선으로 칭칭 감고 반짝이는 전등에 대한 성찰 없이, 사람들의 가슴에 온기를 불어넣기보다 소비를 부추기는 도구로 전락한 불빛에 대한 성찰 없이, 우리가 잘못된 에너지 시스템을 바로 잡을 수 있을까? 지식경제부 장관의 담화에도 여전히 반짝이는 세종로 조명은 우리의 현재를 비춰주는 거울이 아닐까 싶다.

※ 이글은 한겨레신문(1월28일, 기고란)에 게재되었습니다.

글 : 윤기돈 (녹색연합 기후에너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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