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기사 2. 값싼 전기요금 정책, 우리 경제에 독일까, 약일까?

2015.06.25 | 탈핵

철을 녹이고, 바닷물을 증발시켜 소금을 얻고, 수입한 냉동고추를 건조시키는 과정에서 전기를 사용하는 경우가 늘어났다. 아래 그림에서 보듯, 1차 에너지인 유류를 바로 난방에 이용하면 열효율이 80%이지만, 유류로 전기를 만들어 다시 난방에 이용하면 그 변환과정에서 40%의 에너지가 낭비된다. 특별히 전기를 사용해야만 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삼척동자도 석유를 이용하여 난방을 할 것이다. 국가도 에너지 낭비를 막고 에너지 효율을 높이기 위해서 이 같은 정책을 펼치는 것이 합리적 선택이다. 그런데 현실에선 전기요금이 석유요금보다 싸서 소비자들은 전기를 사용하는 것이 더 경제적인 어처구니없는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자료출처 : 에너지코리아뉴스)

 

아래 그림을 보면, 전기요금이 유류가격보다 더 싸지는 현상이 처음 발생한 시기는 2003년이다. 이후 석유가격이 폭등하면서 2008년과 2011년 평균전기요금과 등유가격의 차이는 유효열량 기준 백만칼로리당 각각 78원과 79원 등유가격이 더 높았다.

 

(자료출처 : 석광훈 에너지시민연대 정책위원)

 

산업용 전기요금은 더 많은 차이를 보였고, 이러한 차이는 산업계가 그 동안 석유 등을 사용하던 시설을 전기설비로 교체하거나 새롭게 도입할 때 전기설비를 선택하게 만든 원인이 되었다. 그 결과 아래 그림에서 보듯, 2001년과 비교해서 2010년 가열/건조분야의 전기설비가 무려 393%씩이나 증가했다.

 

(자료출처 : 석광훈 에너지시민연대 정책위원)

 

여기서 질문이 생긴다.

질문 1. 40%의 에너지가 공중에서 없어지는데, 이러한 비효율적인 에너지 사용 패턴을 유지시키는 정책을 유지하는 것이 합리적 방안인가?

누군가는 이러한 질문에 전기를 생산하는 과정에서는 가스나 유류보다 석탄이나 원자력이 사용되므로 이러한 단순비교는 적절하지 않다고 비판할 수 있다. 그러나 사실상 석탄이나 원자력발전 설비용량에 한계가 있고, 전체 전력소비량 중 석탄이나 원전에서 생산된 전력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은 중유나 가스가 책임질 수밖에 없다. 아래 그림들은 이러한 차이가 만들어낸 문제점을 그대로 보여준다. 2005년 최저전력과 석탄/원자력이 생산하는 전력의 차이는 8.4GW인 반면 2010년에는 19.9GW로 배이상 증가하였다. 이 차이를 가스나 중유발전으로 보완하였는데, 그로 인한 한전의 적자폭이 2조 2,675억 원에 이른다. 그리고 이러한 문제는 산업계에 낮은 전기요금 정책을 유지할 것이라는 잘못된 신호를 보내, 앞서 살펴봤듯이 전기설비의 과잉투자를 불러와 더욱 악화되었다.

 

(자료출처 : 석광훈 에너지시민연대 정책위원)

(자료출처 : 석광훈 에너지시민연대 정책위원)

(자료출처 : 석광훈 에너지시민연대 정책위원)

 

그리고 이러한 산업계 전기설비의 비정상적인 증가는 2010년 전력판매량 증감률을 다른 영역과 비교해볼 때 보다 분명해진다. 아래 그림을 보면, 주택용이나 일반용의 전력증가율은 전년 대비 2.5배 내외였으나, 산업용만 6.8배나 증가하였다. 이러한 배경은 앞서 수차례 언급한대로 유류가격의 높은 인상과 대비되어 전기요금이 낮게 유지되면서 산업계가 가열/난방시설을 전기시설로 대체한 결과다. 참고로 2010년은 동부제철 등이 새롭게 전기로를 들여 본격적으로 가동을 한 시기이다. 그동안 정부는 이상기온과 세계적 금융위기 이후 경제 회복으로 전기사용량이 늘어났다고 했지만, 사실상 산업용과 심야 전기의 낮은 요금 정책이 부른 산업용 전기설비의 확대가 초래한 결과이다.

 

 

위 그래프에서 한 가지 더 주목할 점은 심야 전력 사용의 증감률 변화량과 심야 전기요금의 상관관계이다.

 

위 표에서 보듯, 심야전력요금은 2014년, 2004년 대비 겨울철은 2.5배, 기타 계절은 2배 정도 증가하였다. 이것은 사실상 심야전기요금을 정상가격으로 돌리는 과정이었다. 이러한 요금의 변화는 심야전력 사용량을 크게 감소시켰다. 다른 용도의 전력사용량은 적게 든, 많게 든 꾸준히 증가하였으나 심야전기는 대폭 줄어들어 2014년 사용량이 14,657,873MWh로 2004년 사용량인 15,976,384MWh보다 약 130만MWh가 줄어든 것이다. 10년이 지났음에도 절대량이 감소했다는 것은 가격신호를 어떻게 보내느냐가 합리적 소비에 막대한 영향을 끼친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런데 정부가 이야기하는 낮은 전기요금 정책에 따른 산업경쟁력 강화는 유효할까?

철강업계의 전기로 가동 사례를 살펴보자. 유가의 급등과 낮은 전기요금으로 철강업계는 전기로 설비에 투자한다. 전기로가 고로에 비해 공장건설비가 1/3수준이고, 사용하기 편리하다는 강점도 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중국산의 저가 철강이 들어오고, 한전의 적자분이 커지면서, 전기 요금을 정상가격으로 올리는 과정에서 문을 닫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대표 사례가 동부제철이다. 동부제철은 2009년 무려 1조 2,700억 원을 투자해 전기로 공장을 신설하지만, 전기요금이 올라가고, 중국의 저가 철강이 치고 들어오자, 휘청거렸고 채권단의 권고로 사실상 사업을 포기하였다. 포스코 역시 전기로 조업을 중단한 상황이며, 현대제철 역시 고민에 휩싸여 있는 현실이다. 이는 해외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호주의 알루미늄, 철강 산업의 급격한 설비 감축도 잘못된 전기요금 체계가 부른 비극적 결말이다. 이처럼 사실상 지속 불가능한 낮은 전기요금 체계를 유지할 것이라는 잘못된 정책 신호는 에너지의 비효율적인 사용을 부추길 뿐만 아니라, 철강업의 전기로처럼 잘못된 신규 시설투자로 오히려 산업계의 손실과 국고의 손실을 가져올 뿐이다.

 

여기서 둘째 질문을 던지고자 한다.

질문 2. 낮은 전기요금을 유지하는 정책이 경제에 득이 될 것인가, 아니면 심야전기요금처럼 전기요금이 지속적으로 상승해 정상 가격을 찾아갈 것이라는 정책이 득이 될 것인가?

 

7차전력수급기본계획은 전력요금 인상률을 물가인상률의 52%로 제한한다는 전제 아래, 2029년까지 연평균 1.2% 인상 계획안을 잡고 있다. 이는 결국 실질가격기준으로 볼 때 전기요금을 인하하겠다는 입장으로 밖에 볼 수 없다. 또한 앞선 기사의 수요관리의지의 실종을 통해서도 알 수 있다. 왜냐하면 수요관리의 주요 핵심 수단이 전기요금 정상화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유류가격보다 전기가격이 싼 왜곡된 가격을 바로 잡겠다는 정책의지가 실종되었다고 밖에 볼 수 없다. 2차에너지기본계획에서 에너지상대가격 왜곡을 바로잡겠다는 정책 의지를 밝혔지만, 정작 정책 이행계획이라 할 수 있는 7차 계획에서 이를 뒤엎은 것이다. 이는 앞서 지적했듯이 에너지의 비효율적인 사용을 부추길 뿐만 아니라, 철강업의 전기로처럼 잘못된 신규 시설투자로 오히려 산업계의 손실과 국고의 손실을 가져올 뿐이다. 아직 늦지 않았다. 정부가 올바른 판단을 내릴 수 있도록 국회와 시민들이 나서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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