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핵공연 둘째날] 경주 양남면에서 도라마을 우라분교로!
한국수력원자력 직원에 대한 유감
경주에서의 공연은 참 많은 우여곡절 끝에 이뤄질 수 있었습니다. 갑작스럽게 공연장소가 취소되면서 돌고 돌아 도라마을로, 마침내 의곡초 우라분교에서 공연을 할 수 있었습니다.
처음부터 공연 장소에 대한 고민이 있었습니다. 경주시민들이 함께 참여할 수 있는 시내의 야외공간에서 할 것인지, 아니면 월성 핵발전소 인근 지역주민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실내공간에서 할 것인지.
결국엔 월성 핵발전소 인근 양남면으로 공연장소가 정해지고 지역주민 200여 명이 참석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공연팀은 기대에 부풀었습니다.
하지만 공연 3일전에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양남면에서의 갑작스런 취소 통보! 이유는 휴가철이기 때문이라는데, 이해하기 쉽지 않았습니다.
공연을 하기로 결정할 때는 공연 날이 휴가기간인 걸 몰랐던 걸까? 농촌과 휴가기간이 무슨 관계가 있을까? 혹시, 어딘가의 물밑작업이 들어간 것은 아닐까? 의혹은 꼬리에 꼬리를 물었지만 명확하게 밝혀진 것은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공연 3일전 공연장소가 취소되었지만 경주에서의 공연을 어떻게든 해야 했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다행히도 도라마을 산촌유학센터에서 공연을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또 한 번 장소가 변경됩니다. 결국엔 센터에서 30여분 이상 떨어진 우라분교에서 공연이 진행되었습니다.
경주 환경운동연합 회원과 가족들, 도리마을 산촌유학 식구들이 하나둘 우라분교에 모입니다. 구불구불 산길 따라 참 많은 분들이 오셨습니다.
공연이 시작되었습니다. 30분 강연을 해야 하는데, 어린 친구들이 많아 참 난감했습니다. 최대한 쉽게 설명하려 했지만, 내가 쓰는 말은 이미 ‘오염’이 돼 쉬운 언어로 이야기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마지막에 한 가지는 강조해 말했습니다. 원자력문화재단이라는 곳이 있고, 우리가 내는 전기요금으로 매년 100억원씩 원자력 홍보와 교육에 사용하고 있다는 것. 그리고 최근에 어린이 뮤지컬을 만들어 탈핵현안지역을 돌며 공연하고 있다는 것.
사라지지 않는 개는 오늘도 위협적이었습니다. 어린 친구들은 비명을 지르고 이리저리 숨기 바빴습니다. 오늘 연극 공연도 잘 마무리되었습니다.
이야기 나누는 시간에는 역시나 “다음에 더 많은 사람들이 모인 장소에서 공연을 했으면 좋겠다”는 의견들이 많았고, “아이들이 꼭 봐야 할 공연이니, 각 교육청과 학교에 공문을 보내 공연을 하는 게 좋겠다”는 의견을 주시기도 했습니다.
공연장소가 2차례에 걸쳐 바뀌면서 경주시민이나 월성핵발전소 지역주민들과 함께 하지 못하게 된 것이 가장 안타깝습니다. 그리고 또 하나! (주)한국수력원자력 직원들에게도 심심한 사과를 드려야 할 것 같습니다. 경주에서의 공연이 기획된 이후 지속적으로 공연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수차례 연락을 했던 한수원 직원들. 본의 아니게 장소가 계속 변경되면서 결국엔 공연을 하지 않는 장소에 가셔야만 했던 한수원 직원. 고의가 아니었으니 이해 바랍니다.
그런데 한수원 직원들은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본인들이 한수원 직원인 것을 밝히지 않았습니다. 이유가 궁금했습니다. 그리고 한수원이라는 기업이 시민들의 문화행사를 왜 그렇게 감시하려 하는 건지도 잘 모르겠습니다. 다음엔 한수원 직원들을 대상으로 공연을 해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