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르노빌 30년을 기억합니다.

2016.04.26 | 탈핵

로이터

체르노빌의 원자력발전소 원자로가 폭발하는 사고가 벌어진지 꼭 30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습니다. ‘핵의 평화적 이용’이든 ‘전쟁의 악의적 이용’이든 명분은 결과에 크게 영향을 미치지 못했습니다. 의도는 다를지라도 체르노빌의 핵은 나가사키, 히로시마의 핵과 같은 결과를 만들었고 무지한 대처와 이기적이고 무능한 국가의 비밀주의는 상상을 초월하는 암울한 유령도시를 체르노빌에 세웠습니다.

전쟁보다 지독하고 긴 시간동안 엄마 배속의 죄 없는 인류까지 괴롭혔던 수습되지 못한 사고는 인류의 무지와 오만을 기억하기 위한 증거가 되었고 사고의 대가는 이제껏 인류가 경험해보지 못한 재앙으로 번졌지만 교훈으로 삼지는 못 한 것 같습니다.

사고당시 바람의 영향으로 인해 최대 피해 지역이었던 벨라루스는 2018년 완공을 목표로 핵발전소를 짓고 있습니다. 원자력이라는 쉽게 얻을 수 있는 에너지의 유혹에 인간은 아직 미련을 버리지 못했습니다. 위정자들과 핵마피아들은 치적을 쌓고 이권을 챙기기 위해 경찰을 동원하고 반대론자들을 위협하며 정보를 통제하고 언론을 조작합니다. 벨라루스 주민들은 두려움에 휩싸입니다. 다시 철저하게 소외된 주민들은 원치 않는 핵이라는 거대한 괴물과 또다시 마주해야 합니다.

30년 동안 죽어버렸던 땅은 인류가 들어서기 전의 모습으로 풀이 자라고 숲이 우거져 야생동물들의 세상을 만들었습니다. 누구는 ‘자연의 복원력’이라고 표현합니다. 하지만 인간이 들어갈 수 없는 프리피야트를 예전의 프리피야트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인간의 탐욕으로 인한 자연에 대한 무분별한 착취와 폭력은 지구상에 존재하는 인류외의 종의 생존에게는 위협적이었습니다. 인간의 기술에 대한 맹목적인 자신감과 자연에 대한 소유욕은 폭력을 부르고 현재의 프리피야트의 복원은 그 폭력이 사라진 공간에서 인간의 폭력의 세기를 보여주는 반증일 뿐입니다. 모든 생명체는 평화롭게 공존해야 합니다. 자연을 개발하고 이용하는 목적에는 인간만이 아닌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의 공존이라는 전제가 있어야합니다. 그렇다면 태생부터 군사목적의 살상무기였던 핵은 지구상에 존재할 수 없는 물질입니다.

main_900혹자는 실수였다고 하고 혹자는 기술적 결함이었다고 체르노빌 사고를 말합니다. 그리고 우리나라의 원자력홍보기관은 ‘우리는 다르다’고 합니다. 하지만 매년 반복되는 핵발전소의 사고와 핵산업계의 비리, 핵발전소의 방사능 오염을 제어할 수 있는 기술이 아직도 지구상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은 1986년 4월26일이나 2016년 4월 26일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우리는 너무 낙관하고 침묵하는 것은 아닐까요? 올해 4월26일은 체르노빌 핵발전소가 폭발한지 30년이 된 해입니다. 발전소 노동자와 소방관 주변 주민 등 수십만에서 수백만 명이 방사능에 노출되었습니다. 기형아 출산과 사망이 2배 증가했고, 어린이 암 환자는 10배나 늘었습니다. 한 세대가 지나도록 끝나지 않은 희생자분들의 고통을 기억하며 무지와 탐욕의 폭력을 멈춰야 할 때입니다. <사진, 로이터 / NBC>

글 : 에너지기후팀 김순남

donate-banner-05

녹색연합의 활동에 당신의 후원이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