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정책 청문회 ①] 경부하요금, 당장 사퇴하십시오!

2017.06.23 | 탈핵

○ 이 자료는 경향신문과 공동기획한 기사를 가공한 자료입니다.

녹색연합: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한국전력 경부하요금 제도(이하 한경제): 저는 일반용, 산업용, 교육용 전기사용자가 선택할 수 있는 시간제 전기요금으로 저녁 11시부터 아침 9시까지 전기사용이 급격히 줄어드는 시간대의 전기요금입니다. 전력수요가 많은 밤시간대에 싸게 전기를 쓰고, 전력수요가 적은 낮시간대에 전기를 비싸게 써서, 피크부하를 줄이고, 전력사용을 분산시키는 효과가 있습니다.

녹색연합: 그럴듯하게 자신을 포장하시는데, 전력 수용의 변동에 따라 바로바로 생산량을 조정할 수 없는 원자력발전과 석탄발전이 가지는 한계와 이에 따라 밤시간대에 남아도는 전기를 저장할 수 없으니, 남아도는 전기를 싸게 팔겠다 이런 논리로 만들어진 거 아닙니까? 당신 때문에 주택용 전기사용자가 전기 요금을 많이 냈다는 사실을 알고 있습니까?

한경제: 무슨 말씀이신지?

녹색연합: 제가 전기요금 원가가 공개된 2005년부터 2016년까지 전기요금 판매원가와 용도별 판매단가의 차이에 용도별 전기판매량을 곱하여 계산한 결과, 아래 그래프에서 보듯 주택용과 일반용은 판매원가보다 높게 책정하여 지난 12년 동안, 각각 총 누계 약 18조 8천억 원과 18조 2천억 원의 순이익을 냈습니다. 그런데 이 비용은 고스란히 판매원가보다 낮게 책정된 산업용, 농사용, 심야 전기요금의 순손실액 약 25조 1천억 원, 7조 1천억 원, 8조 4천억 원을 보전하는데 사용되었습니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주택용 전기요금의 판매단가와 판매원가의 차이는 2006년 kWh당 37.88원으로 가장 컸고, 점차 줄어들어 2016년 kWh당 10.18원의 차이를 보였습니다. 한편 산업용 전기요금도 2006년 kWh당 -14.53원으로 적자폭이 가장 컸고, 점차 줄어들어 2016년 kWh당 -4.23원의 차이를 보였습니다. 이러한 결과 한국전력공사가 주택용에서 가장 많은 이익을 올렸던 해는 2006년으로 약 2조 422억 원의 이익을 올렸고, 산업용에서 가장 많은 손실을 본 해 역시 2006년으로 약 2조 6600억 원의 손실을 보았습니다. 주택용의 이익으로 고스란히 산업용의 손실을 메워 준 것입니다. 이래도 시치미를 떼실 겁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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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제: 그거야 정부가 산업용 전기요금을 낮게 책정해서 발생한 것이고, 그걸 제 문제라고 얘기하시면 곤란합니다.

녹색연합: 아니죠. 그렇게 뭉뚱그려 이야기하니까 문제가 안 고쳐지는 거 아닙니까? 산업용 전기 요금이 너무 낮은 거 아니냐는 문제 제기가 많자, 정부는 2011년을 시작으로 전기요금 판매원가의 인상분을 상당부분 산업용 전기요금에 반영시키고, 주택용의 인상율을 낮춤으로써, 두 용도별 요금의 차이를 줄여왔습니다. 이는 2005년 판매원가가 74.39원/kWh에서 2016년 111.34원/kWh로 49.7% 인상율을 보인 반면, 주택용 판매단가는 2005년 110.82원/kWh에서 2016년 121.52원/kWh로 9.7%로의 인상율에 머물렀고, 산업용 판매단가는 2005년 60.25원/kWh에서 2016년 107.11원/kWh로 77.8%로의 인상율을 보인 것을 통해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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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산업용 전기에서 많은 손실액이 발생하는 것은 바로 경부하요금 당신때문입니다. 한국전력공사 홈페이지에 게재된 2017년 월간 전기요금표에 보면 경부하 요금의 최저 가격은 52.8원/kWh입니다. 위 그래프에서 보듯, 이를 2016년 산업용 전기의 평균 판매단가(107.11원/kWh)와 비교하더라도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낮은 금액입니다. 또한 한국전력공사에서 2016년 6월에 발행한 제85호(2015년) 한국전력통계에 의하면 원자력발전으로부터 한국전력이 전기를 구입한 가격은 62.61원/kWh입니다. 따라서 경부하 시간대 한국전력이 판매하는 전기는 가장 싸게 구매한 단가보다도 kWh당 약 10원을 덜 받고 팔고 있는 것입니다. 경부하 시간대 원전만 가동하는 것이 아니고, 석탄화력발전 뿐만 아니라, 가스발전을 돌리는 경우도 종종 발생하니, 원가에도 미치지 못해 발생하는 손실액은 눈덩이처럼 불어납니다. 그리고 앞서 자료에서 봤듯이 이러한 손실분을 주택용 전기사용자로부터 충당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래도 할 말씀이 있습니까?

한경제: 그래도 저 때문에 산업경쟁력이 높아졌고, 남아도는 전기를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거 아닙니까?

녹색연합: 산업경쟁력을 높였다고 말씀하셨는데, 오히려 당신 때문에 공정한 시장경쟁이 형성되지 않고 있습니다. 산업계 내의 불공정 경쟁을 유발시키고 있습니다. 경부하 시간과 최대부하 시간에 전기 사용을 조절할 수 있는 업종(사용자)과 그렇지 않은 업종(사용자) 사이의 형평성 문제를 발생시키고 있지요.

그리고 당신이 밤샘노동 확장의 빌미를 주고 있어요. 밤샘 노동은 생체리듬을 파괴하는 비인간적 노동일 수밖에 없습니다. 생명보다 이윤을 중시하는 풍토가 밤샘 노동의 일상화를 만들었습니다. 여기에 값싼 전기를 사용할 수 있다는 경부하 요금 제도가 밤샘 노동의 일상화에 또 다른 빌미를 주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나 세월호 참사를 통해 우리는 ‘이윤보다 생명이 우선’한다는 너무나 당연한 사실을 새롭게 자각하였습니다. 따라서 밤샘 노동이라는 비인간적 노동의 고리를 끊어내는 방향에서도 경부하요금은 정상화 될 필요가 있습니다. 밤샘노동의 경우 노동자의 건강뿐만 아니라, 노동생산성이라는 측면에서도 면밀히 검토될 필요가 있습니다

자료출처 : 민주노총 심야노동철폐 프리젠테이션

자료출처 : 민주노총 심야노동철폐 프리젠테이션

마지막으로 당신은 불필요한 전기사용을 부추기고 있습니다. 이는 사실은 당신과 태생이 같은 심야전기요금이 정상화 되면서 사용량이 얼마나 줄어들었는지를 통해 확인할 수 있어요. 더 이상 값싼 심야전기는 없을 것이라는 정책방향을 확고히 하니까, 2010년 19,690,056MWh의 최대 판매량을 보였던 심야전기 판매량은 지속적으로 감소하여, 작년 2016년도에는 13,415,826MWh를 판매량을 보여 거의 2002년 수준으로 떨어졌습니다. 이는 전기요금을 더 이상 낮게 유지하지 않겠다는 정부의 확고한 시그널에 대해 시장이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보여주는 좋은 사례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당신의 존재를 가능하게 했던 2가지 전제조건(남아도는 전기, 저장할 수 없는 전기)이 무너지고 있습니다. 전기저장장치(Energy Storage System, ESS) 기술이 발달했고, 석탄화력발전과 원자력발전에서 가스복합화력을 거쳐 재생가능에너지로 발전의 무게 중심을 이동시키겠다는 미래 비전이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당신은 사퇴하고 새롭게 변모할 필요가 있습니다.

한경제: 제가 퇴출되면 이제 막 성장하기 시작한 ESS시장이 무너질 텐데요?

녹색연합: 경부하 요금을 올리는 것이 ESS시장 활성화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우려에 대해서는 ESS에 전기를 저장할 때 드는 전기비용을 낮추기보다 ESS에 축적된 전기를 사용하는 것에 혜택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가는 것이 맞습니다. 이것이 같은 전기로 더 많은 전기를 저장할 수 있도록 효율화 기술을 발전시키는 것에도 도움이 되는 정책방향입니다. 이래도 할 말씀이 있습니까? 경부하요금제도 당장 사퇴하세요!!!

※문재인대통령과 더민주 정부는 지금처럼 원가이하로 운영되는 경부하요금을 원가 이상으로 인상하는 조치를 통해, 석탄발전과 원전을 줄여나가겠다는 의지를 시장에 보여줘야 한다.

※농사용 전기가격을 낮게 유지하기 보다 농작물에 대한 적정 가격을 보장하라!
사회약자, 농어업, 이제막 시장에 진입하는 새로운 기술에 대한 지원 형식이 간접지원에서 직접지원 형식으로 바뀌어야 한다. 전기요금인하처럼 간접지원은 사실상 지원되는 분야의 비효율적 사용과 도덕적 해이를 부추겨 국가 전체로 보면 자원의 낭비를 불러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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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6년부터 2015년까지 계약종별 전력사용량의 증감률을 5년 단위로 끊어서 비교했다. 위 그래프에서 보면 농사용을 제외하고는 확실히 증가추세가 큰 폭으로 둔화 된 것을 알 수 있다. 특히 주택용과 일반용, 교육용은 최근 5년간 증가율이 1%에도 못 미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산업용도 1%대의 증가율을 보인다는 것은 매우 유의미한 징표이다. 이는 심야전기요금이 정상화 되면서 오히려 사용량이 줄어든 것에서 알 수 있듯이, 전기요금의 합리적 가격 산정이 합리적 소비를 이끌어낼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는 농사용 전력사용량이 크게 줄어들지 않는 점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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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년 동안 전력요금의 판매 단가가 주택용은 37.22원, 일반용은 41.46원, 교육용은 37.22원, 산업용은 60.27원, 가로등은 58.77원 증가하였으나 농사용은 11.14원 증가에 그쳤으며, 그 금액도 다른 용도별 판매 단가의 절반에도 미치치 못하는 47.31원에 그침을 확인할 수 있다. 이러한 가격정책이 농사용 전기의 불필요한 사용을 부추기고 있을 것이다. 따라서 국가 재원의 효과적인 운영이라는 측면에서 낮은 전기요금의 형태로 농업을 지원하기보다 할인된 전기요금을 올리는대신 같은 금액을 농업생산물에 직접지원하는 방식으로 전환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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