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고리 5·6호기 공론화 과정에서 우리 사회가 함께 생각해야 할 것

2017.08.28 | 탈핵

※ 8월 25일부터 신고리 5·6호기 공론화 과정 참여 여부를 묻는 여론조사가 시작된다고 한다. 본격적인 공론화 과정이 시작된 것이다. 우리가 공론화 과정에서 성찰할 내용에 대해 쓴 글이 있어서 공유한다. 이 글은 지난 8월 9일 진행된 「탈원전과 신고리 5·6호기 공정한 공론화 방향 모색 토론회」 토론문을 일부 수정한 글임을 밝힌다.

신고리 5·6호기 공론화 과정에 대한 두 분 교수님의 발제에 공감합니다. 두 분이 말씀하신 절차적 방안에 동의하며, 저는 공론화 과정이 담아야 할 내용에 대해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이는 두 분 모두 강조한 숙의 과정을 제대로 진행하기 위해 토론 의제를 어떻게 잡을 것인지가 매우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하동현 교수님이 말씀하신 공론 조사의 판단 기준 중 참가자의 능력 향상을 높이는 데도 중요하며, 선택지 구성의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해서도 매우 중요한 부분이라 생각합니다. 그럼 숙의 과정에서 다뤄야 할 몇 가지 주제를 제안하겠습니다.

첫째. 기존 에너지 정책 수립 과정의 폐쇄성을 성찰하는 과정이어야 합니다.

정부의 탈원전 정책과 신고리 5·6호기 공론화 과정을 두고 원자력계의 반발이 큽니다. 저는 원자력계가 집단적 반발 이전에 지난 전력정책 수립 과정과 원전부지 선정 과정 등에서 진행되었던 잘못에 대한 반성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개구리 올챙이 적 생각 못한다고, 지난 7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수립과정과 2차 에너지기본계획 수립 과정에서 합리적 질문 자체에 대해 모르쇠로 일관한 태도나, 영덕과 삼척의 신규원전부지 지정과 관련하여 지역주민들의 의견을 무시한 것에 대한 반성은 찾아볼 수 없습니다.

저도 위원으로 참여했던 7차전력수급기본계획 수립 과정에서 동계와 하계의 최대부하전력 패턴이 6차와 달라진 것이 원전을 짓기 설비용량을 맞추기 위해 조작된 것이 아니냐는 합리적 의심에 대해 답이 없었고, 동해안에 설비물량이 집중됨으로써 전력망의 불안정성이 증가되고, 대규모 송전선로가 이미 강원도를 가로지르는 현실에서 2중 3중으로 고전압 송전선로를 건설한다면 제2의 밀양을 잉태할 것이라는 지적도 무시되었습니다. 따라서 기존 에너지 정책과정의 폐쇄성이 낳은 잘못을 되짚어보는 과정은 공론화 과정이 왜 필요한지에 대한 공감대를 확장하는 계기가 될 것이며, 앞으로 주요 국가 정책 수립 과정에서 공론화의 중요성을 전 국민이 인식함으로써 이를 제도로 정착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둘째, 에너지 생산과 소비방식을 성찰하는 과정이어야 합니다.

원자력계는 원전이 값싼 전기 공급으로 우리나라 산업을 성장시켜왔다고 주장합니다. 그런데 정말 원전은 전력생산의 긍정적 요소만 만들어냈을까요? 그렇지만은 않습니다. 원전이 기여한 부분도 있지만, 원전은 불필요한 소비를 부추기고, 에너지원의 비효율적 사용을 부추겨 오기도 했습니다. 심야 전력은 대표적 사례입니다. 한번 가동하면 출력조정이 무의미한 원전의 특성상 전력사용이 줄어드는 심야에도 원전은 전기를 낮과 똑같이 생산합니다. 생산한 전기를 저장할 수 없기에 값싸게라도 팔기 위해 심야전기요금제도를 만들어내고 이를 이용해 난방을 하도록 권장했습니다. 그 결과 심야 전기의 사용은 급증했고, 그 수요를 맞추기 위해 LNG발전까지 전력생산에 투입되기도 했습니다. 이것이 심각한 문제가 되자 심야전기요금을 올리고 더 이상 신규 심야전기 신청은 받지 않습니다. 그러자 심야전기 사용량은 매년 감소하여 지금은 2002년 수준으로 감소했습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원전이 주장하는 값싼 전기의 공급에도 그림자는 있습니다. 바로 에너지의 비효율적 사용을 부추긴 것입니다. 아래 그림에서 보듯 2002년과 비교하여 2014년 직접가열분야의 전력사용이 급증하였습니다. 1차에너지원의 가격이 2차 에너지원인 전기 가격보다 높기에 나타난 현상입니다. 이 과정에서 60%의 에너지가 증발됩니다.

따라서 공론화 과정은 이러한 잘못된 에너지 사용 패턴에 대해 성찰함으로써 에너지 사용 방식의 변화를 가져오고 이것이 정책으로 확립될 수 있는 계기가 되도록 설계되어야 할 것입니다.

셋째, 에너지 사용으로 발생하는 악영향에 대한 현 세대의 책임을 성찰하는 공간이어야 합니다.

화력발전으로 발생하는 연간 환경비용이 약 13조 원에 이르는 반면, 우리가 이에 대해 지불하는 비용은 연간 약 3조에 불과하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우리가 제대로 지불하지 않은 비용이 미세먼지와 기후변화라는 부메랑이 되어 우리에게 되돌아오고 있는 것입니다.

한 가지 웃지 못할 사실이 있습니다. 2015년 유연탄 판매에 따른 세수의 총액은 1조 6,743억 원이고, 천연가스는 1조 5,331억 원이었는데, 담배 판매에 따른 세수의 총액은 무려 10조 5,181억 원에 이른다는 사실입니다. 개인이 선택할 수 있는 담배에 대해서는 건강을 이유로 막대한 세금을 물리면서, 개인이 선택할 수 없는 미세먼지나 기후변화를 발생시키는 석탄화력발전에 대해서는 세금을 이토록 조금 물려도 되는 것인지에 대해 성찰하는 과정이어야 합니다.

원자력발전도 예외가 아닙니다. 원전의 사고 위험 부담액은 사고당 5,000억 원의 배상한도를 두고 있습니다. 후쿠시마의 사고 수습 비용은 2016년 말 205조 원에 이릅니다. 그리고 이 비용은 계속 늘어날 전망입니다. 일본은 사고 수습 비용을 전기요금에 부과하여 확보하고 있습니다. 만약 그런 일이 없어야겠지만, 미래 언젠가 고리에서 사고가 일어난다면 그 피해 비용은 200조 원을 훨씬 뛰어넘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 수습 비용은 모두 우리 후손들이 지불하게 될 것입니다.

이 뿐만이 아닙니다. 적어도 수 만년을 관리해야 하는 고준위 핵폐기물의 올바른 해결책은 아직 전 세계적으로 전무한 실정입니다. 고준위 처분장 건설에서 중요한 요소 중 하나가 암반입니다. 관련 법상 천연방벽(지하 암반)은 지하수의 침투가 수천 년 동안 발생하지 않아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 이런 암반지대가 존재하는지도 확인되지 않고 있습니다. 만약 이런 암반지대를 발견할 수 없다면 인공방벽만으로 수만 년 정도의 지하수 침투를 견뎌야 하는데 이럴 때 건설 비용은 천문학적으로 증가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현재 이 비용을 모두 미래세대에게 전가하고 있는 것입니다. 원전이 값싼 전원이 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합니다.

따라서 우리는 이번 공론화 과정을 통해 우리가 사용하는 에너지원에 대해 우리가 적정한 가격을 지불하고 있는지 성찰해야 합니다. 혹 우리가 지불하지 않은 비용이 미래세대에게 사회약자에게 그리고 지역적 불평등을 가져오는 것은 아닌지 성찰해야 하며, 그 비용을 제대로 지불하겠다는 사회적 합의를 형성하는 계기로 만들어야 합니다.

넷째, 우리사회가 위험을 어떻게 바라보고, 수용할 것인지를 성찰하는 공간이어야 합니다.

“인간은 신이 아니며, 불완전하다. 따라서 원전이 가동되는 동안, 원전사고 발생확률이 0이 될 수 없다. 스리마일, 체르노빌, 후쿠시마가 이를 입증한다. 만약 우리나라에서 후쿠시마처럼 원전사고가 발생한다면, 그 피해 규모는 상상을 초월한다. 모든 위험을 0으로 만들 수 없지만, 위험 자체를 회피하는 것은 가능하다. 원전 사고의 위험성을 0으로 만드는 유일한 방법은 탈 원전뿐이다.”

“인간은 끊임없이 신의 영역에 도전해 왔다. 그것이 오늘날 인류 역사를 만들어냈다. 위험은 그 과정에서 수반되는 하나의 부분이다. 그러한 위험은 과학기술로 통제할 수 있다. 따라서 후쿠시마와 같은 사고가 우리나라에서는 발생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니 일어나지도 않을 사고 걱정으로 원전을 포기하는 것은 비합리적인 행동이다.”

탈원전을 주장하는 측과 친원전을 주장하는 측의 대략적 인식흐름은 위와 같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공론화 과정에서 우리 사회가 어떤 위험을, 어느 정도 위험까지를 감수할 것인지 혹은 수용할 것인지를 논의해야 합니다.

어느 행위든 위험이 0일 확률은 없습니다. 행위를 선택하는 순간 위험은 감수해야 합니다. 그러나 우리가 모든 행위를 선택할 필요는 없습니다. 매우 심각한 결과를 초래하며, 인류가 통제하지 못하고, 그 영향이 지속되는 위험은 회피할 수 있습니다.

사소한 위험, 사소하지도 않고 중대하지도 않은 위험, 매우 심각한 위험 등에 대해 살펴보면서 원전의 사고 위험을 어떻게 평가하고 수용할 것인지를 논의해야 합니다. 이 과정은 전문가와 일반인의 인식차이가 극명하게 드러나는 공간이 될 것입니다. 왜냐하면 전문가는 위험을 발생확률과 피해의 심각성을 곱한 크기로 인식하는 반면, 일반인은 위험을 발생확률과 피해의 심각성을 더한 크기로 인식하기 때문입니다. 무엇이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닙니다. 위험을 대처하는 방안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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