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반세기 동안 한국인은 지구 1.5개를 더 소비하였다.

2017.12.06 | 탈핵

<보도자료 – 생태발자국 지정 공모 사업 녹색서울실천사업 결과 발표>
사반세기 동안 한국인은 지구 1.5개를 더 소비하였다.
– ‘아무것도 사지 않는 날’을 맞이하여 1990년과 2016년 한국인의 생태발자국 비교 발표
– 에너지 영역 생태발자국은 1990년 대비 3배 증가
– 원전하나줄이기 캠페인을 통해 대한민국 생태용량의 약 1.4% 만큼 생태발자국 감소 확인
– 3020 에너지 계획 실현할 경우 대한민국 생태용량의 50%를 넘는 생태발자국 축소 가능

조류독감과 구제역 등으로 수많은 생명이 땅 속에 생매장되는 뉴스를 접하거나, 에너지 자원 고갈, 기후변화, 핵발전소 사고 등의 뉴스를 접할 때면, 우리는 가끔 스스로에게 지구가 감당할 수 있는 양의 소비를 하고 있는지에 대해 묻는다. 이 질문은 지구가 감당할 수 있을 만큼 소비하기 위해, 얼마나 소비를 줄여야 하는지를 묻는 과정으로 이어진다. 생태발자국은 이런 질문의 답을 제시하기 위한 방안에서 나왔다. 지구 상 모든 사람이 나처럼 생활한다면 지구가 몇 개 필요한지를 보여줌으로써, 소비에 대한 자각을 일깨운다.

*생태발자국이란?
생태발자국은 캐나다 진보재정의협의회(Redefining Progress) 경제학자 마티스 웨커네이걸과 윌리엄 리스에 의해 개발된 지수로 인간이 소비하는 에너지, 식량과 주택, 도로를 만들기 위해 사용하는 자원을 생산하고, 폐기물을 처리하는 데 드는 모든 것을 토지로 환산한 값이다. 생태발자국을 통해 한 사람 한 사람이 지구에 얼마나 많은 흔적을 남기는지를 또 얼마나 자연에 영향을 미치는지를 측정할 수 있다. 지수가 높을수록 그만큼 자연에 많은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생태발자국’은 ‘생태파괴지수’라고 할 수 있다. 생태발자국의 단위는 글로벌헥타르(gha)를 사용한다.

내일(24일)은 미국에서 ‘블랙프라이데이’라 불리는 세일기간이 시작된다. 사람들의 닫힌 지갑을 열게 하여, 재고 물품을 소진시키는 전략이 블랙 프라이데이를 만들었다. 이에 맞서서 캐나다 한 광고업자가 시작한 ‘아무 것도 사지 않는 날(Buy Nothing Day)’ 캠페인도 1992년 시작되었다.

녹색연합은 ‘아무 것도 사지 않는 날’을 맞아, 한국인의 생태발자국 변화를 발표한다. 녹색연합은 생태발자국 변화를 통해, 약 사반세기 동안 한국인의 소비가 어떻게 변했는지, 이 변화가 지구생태계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를 보여주고자 한다. 그리고 생태발자국을 줄이기 위해서는 개인이 소비를 줄이는 것뿐만 아니라, 국가 정책의 변화도 중요하다는 사실도 몇 가지 사례 분석을 통해 보여준다. 이번 조사는 서울시 녹색서울실천공모사업의 지원을 받아 진행되었음을 밝힌다.

○ 사반세기 한국인의 소비 증가는 생태발자국을 얼마나 증가시켰나?
녹색연합은 1990년과 2016년 식품 소비량, 주거면적, 에너지 소비량을 데이터를 확보하여 대한민국 1인당 생태발자국을 분석하였다. 그 결과, 지난 사반세기 동안 한국인의 생태발자국은 1990년 3.16글로벌 헥타르( )에서 2016년 5.81글로벌 헥타르로 약 1.8배 증가하였다. 이를 지구가 감당할 수 있는 1인당 생태용량인 1.7gha로 환산하면, 지난 사반세기 동안 우리나라 사람들의 소비량은 지구 하나 반을 더 필요로 할 만큼 증가한 것이다.

우리나라 1인당 생태발자국 변화량 추이

생태발자국 증가의 주요 원인은 에너지 소비의 폭발적 증가이다. 전기사용량은 약 5배, 도시가스 사용량은 약 20배 늘어났으며, 휘발유와 경유도 약 1.5배 늘어났다. 먹을거리에서는 돼지고기, 닭고기, 소고기 등 육류소비가 2~3배 늘어난 것이 생태발자국 증가에 영향을 끼쳤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에너지 사용량 증가폭이 최근 5년간 둔화되고 있다는 점과 지난 사반세기동안 이뤄진 연료 전환(등유, 석탄・연탄에서 도시가스로 전환)을 통해 생태발자국이 줄어든 점이다.

○ 국가・지방자치단체의 정책이 생태발자국에 끼치는 영향은?
이번 생태발자국 조사 목적 중 하나는 국가나 자치단체의 주요 정책이 생태발자국에 얼마만큼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를 파악하는 것이었다. 이는 개인이 소비를 줄이는 것 못지않게 정부 정책 변화가 생태발자국에 끼치는 영향력이 클 수 있다는 전제 아래 진행되었다. 대표 사례로 시행 전후를 비교할 수 있는 서울시 ‘원전하나줄이기 캠페인’, ‘RFID 음식물 처리기 도입’, ‘3020 재생에너지 계획’을 조사하였다.

□ 원전하나 줄이기 캠페인이 생태발자국에 끼친 영향
원전하나줄이기 캠페인이 생태발자국에 끼친 영향을 분석하기 위해 캠페인이 시작되기 직전인 2010년과 2016년 서울 1인당 주택용 월 평균 전기 사용량과 대조군으로 같은 해 전국 1인당 전기 사용량을 비교분석하였다. 전체 전력사용량이 아닌 주택용 전력만 따로 떼어서 비교한 이유는 서울의 경우 전체 전력사용량에서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산업용 전력사용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추가적으로 1인당 주택용 전력사용량과 난방에너지 사용량의 변화도 서울시와 전국을 비교 분석하였다.

위 그림에서 보듯 2010년과 2016년 서울 가정에서 1인당 전력사용량(103.1kWh→108.7kWh)은 전국의 증가량(100.9kWh→109.7kWh)보다 적다. 전국 1인당 가정용 전력 사용량 증가(8.8kWh)를 100으로 봤을 때, 서울의 증가량(5.6kWh)은 64에 그쳤다. 이는 원전하나줄이기 캠페인이 서울시민의 에너지 절약을 이끌어내는데 효과가 있었음을 입증한다. 이에 따라 가정용 전력소비의 생태발자국 크기도 0.01gha를 줄였다. 이는 대한민국 생태용량(0.7gha)의 1.4%에 해당하는 양이다.

주택용 전력사용량에 더해서 난방용 에너지까지 확대하면, 아래 그림처럼 원전하나줄이기 캠페인의 효과는 극명하게 보이기는 한다. 서울의 주택에너지분야 생태발자국은 2010년 0.70gha에서 2016년 0.64gha로 0.06gha만큼 줄어들었다. 반면에 전국 평균은 0.72gha에서 0.68gha로 0.04gha 줄어들었다. 서울이 0.02gha 더 줄어든 것이다. 그런데 이것이 ‘원전하나줄이기 캠페인’의 효과로만 볼 수는 없다. 이는 2010년 난방용까지 포함한 생태발자국이 전국보다 서울이 낮은 이유에서 드러난다. 난방용 에너지가 등유나 연탄에서 도시가스로 전환된 양이 서울이 더 많이 진행되었기 때문에 생태발자국이 더 낮기 때문이다. 이는 개인이 소비를 줄이는 것 이상으로 시스템의 변화가 중요함을 입증한다. 이는 이후 RFID음식물처리기 도입이나 3020 전력설비구조의 변화에서 재차 확인할 수 있다.

주택용 전력사용량에 더해서 난방용 에너지까지 확대하면, 아래 그림처럼 원전하나줄이기 캠페인의 효과는 극명하게 보이기는 한다. 서울의 주택에너지분야 생태발자국은 2010년 0.70gha에서 2016년 0.64gha로 0.06gha만큼 줄어들었다. 반면에 전국 평균은 0.72gha에서 0.68gha로 0.04gha 줄어들었다. 서울이 0.02gha 더 줄어든 것이다. 그런데 이것이 ‘원전하나줄이기 캠페인’의 효과로만 볼 수는 없다. 이는 2010년 난방용까지 포함한 생태발자국이 전국보다 서울이 낮은 이유에서 드러난다. 난방용 에너지가 등유나 연탄에서 도시가스로 전환된 양이 서울이 더 많이 진행되었기 때문에 생태발자국이 더 낮기 때문이다. 이는 개인이 소비를 줄이는 것 이상으로 시스템의 변화가 중요함을 입증한다. 이는 이후 RFID음식물처리기 도입이나 3020 전력설비구조의 변화에서 재차 확인할 수 있다.

*원전하나줄이기 캠페인이란
시민과 함께 에너지를 절약하고 태양광 등 친환경에너지 생산을 확대하여 원자력 발전소 1기가 생산하는 에너지양인 200만TOE를 대체해 나가겠다는 서울시 에너지 정책으로 박원순 서울시장이 당선직후 구상하여 2012년부터 본격 진행함. 태양광발전기를 중심으로 재생에너지(미니태양광보급사업 등) 발전기를 보급하고 건물효율화사업, LED조명사업 등 에너지효율화 사업과 에코마일리지 확대, 절전소, 에너지 자립마을 등의 에너지절약 활동을 진행하고 있음.

○ RFID 음식물 처리기 도입이 생태발자국에 끼친 영향
아파트단지를 중심으로 도입되는 RFID 음식물처리기가 음식물쓰레기 감소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생태발자국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를 알아보기 위해, 2016년 1월부터 RFID 음식물쓰레기를 도입한 마포구 상암동 월드컵파크 3단지(540세대)를 대상으로 조사하였다.

아래 그림에서 보듯이 RFID 음식물 처리기 도입이 음식물쓰레기 발생량을 줄이는데 효과가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그리고 이에 따라 생태발자국 크기도 0.0058gha 감소하였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이는 대한민국 생태용량의 0.8%에 해당하는 크기이다.

*RFID 음식물 처리기 도입 사업이란?
음식물쓰레기 종량기(RFID)방식은 기존 음식물쓰레기 배출방법과 전혀 다른 방식으로 음식물쓰레기를 배출한 양만큼 카드가 인식하여 무게를 확인하고, 그 무게가 누적되어 세대별로 전기요금처럼 관리비 내역에 부과되어 납부할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 2015년 기준 서울시내 공동주택 39만세대에 종량기기 6500대가 설치돼 보급률이 26.4%다.

○ 3020 에너지 계획이 생태발자국에 끼치는 영향
문재인 대통령은 전력 생산을 석탄화력발전과 원자력발전 중심에서 벗어나 지속가능하고 안전한 에너지 시스템으로 전환하겠다는 3020 에너지 계획을 발표하였다. 계획에 따르면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설비에서 생산하는 전기 발전량을 현재 수력포함 약 4.7% 수준인 것을 2030년까지 20%까지 끌어올리겠다는 야심찬 계획이다.

이 계획이 실현되었을 때, 대한민국의 1인당 생태발자국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를 파악하기 위해 2016년 전국 1인당 월 전력사용량(801.2kWh/월)을 가지고, 2017년 3월 15일 한국에너지공단이 제안한 전력설비 구성을 적용하여 생태발자국을 계산하였다.

아래 그림에서 보듯 화석연료에서 재생에너지로 에너지 설비를 바꾸는 것만으로도 전력분야의 생태발자국이 2.27gha에서 1.91gha로 0.36gha가 줄어듦을 확인할 수 있다. 이는 대한민국 생태용량 0.7gha의 50%에 해당하는 양이다.

생태발자국이 가지는 한계도 있지만, 몇 가지 사례분석을 통해 생태발자국이 각 개인이 자신의 소비가 지구 생태계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와 더불어 국가의 정책이 지구 생태계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를 이해하기 쉽게 보여주는 좋은 도구가 됨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번 연구가 시민들이 자신의 소비 행태에 대한 자각과 함께 국가나 지방정부의 제도를 바꿔내고, 우리 사회가 보다 지속가능한 시스템으로 바뀌도록 관심을 가지고 행동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새삼 인식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녹 색 연 합
2017년 11월 23일

문의 : 녹색연합 에너지기후팀 윤기돈 (kdyoon@greenkore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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