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바이, 애초부터 신기루였다

2009.12.09 | 탈핵

두바이가 사막의 신기루에 불과했음이 드러나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언론, 기업, 정치계 할 것 없이 다 ‘두바이’를 배우자 했다. 기업들은 두바이의 랜드마크인 돛대모양을 한 ‘버즈 알 아랍 호텔’을 광고모델로 자주 내세웠고 대규모 개발사업을 벌이고 있는 지자체들은 모두가 자기네가 제2의 두바이라고 말했다.

한동안 두바이는 지자체 공무원들, 기업 임원들의 단골 답사지 였다. 특히 현 대통령은 서울 시장 재임시절부터 두바이의 통치자 셰이크 모하메드와 자신이 닮은 꼴이라 말하기 좋아했고 두바이 신화를 한국에서 재현 하겠다 공언해 왔다. 그러나 올초 두바이는 아랍에미리트연합의 중앙은행인 아부다비로부터 100억 달러의 구제금융을 받으며 중동의 부도위험국가 1순위로 꼽히면서 급격하게 무너지기 시작하다 결국 모라토리엄을 선언했다.

상황이 이렇게 흐르자 언론은 이제야 두바이가 원천적으로 갖고 있었던 문제점들을 이야기 하기 시작했다. 두바이처럼 하자고 부르짖던 과거는 반성하지도 않은 채 두바이 경제가 제조업 기반 없이 건설업과 외국자본에 의존하고 있고 공급과잉으로 거품이 붕괴할 수밖에 없었다는 이야기를 내어 놓는다. 그러나 은행과 투자자들이 계속 돈을 쏟아 부었다면 두바이는 ‘위기’에 봉착하지 않았을까? 두바이의 위기가 단순히 금융위기일까?

두바이는 ‘석유고갈 이후’를 준비하며 2011년 두바이 경제의 석유의존도를 0%로 만드는 것을 목표로 개발 사업들을 추진해 왔다. 건설, 관광, 물류, 쇼핑, 부동산 사업으로 몇 년 동안 승승장구했던 두바이의 계획이 성공했다면 석유 수출 없이도 두바이 경제가 굴러갔을지 모른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석유로 대표되는 에너지에 대한 의존도는 훨씬 높아졌다. 그들은 자신들이 수출한 석유보다 훨씬 많은 석유를 수입해 와야 되었을 것이다. 석유에 절대적으로 의존할 수밖에 없는 초고층 빌딩 숲이나 인공 섬을 만들어내는 것이 그들의 전략이었기 때문이다.

기후를 고려한 적정한 대안에너지나 에너지 효율보다는 더 호화롭고 더 높은 건물을, 많이 지어 분양하는 그들의 전략이 정말 석유 고갈이 된 이후에는 어떻게 되었을까? 석유가 없으면 바로 삶터에서 죽음의 아수라장으로 변할 초고층 빌딩과 호텔, 인공섬들을 상상해보면 두바이가 말하는 석유이후의 대비가 얼마나 모순적이었는지 짐작할 수 있다.

그들의 삶의 모습은 또 어땠나?
웬만한 서구 국가의 소비수준을 넘어선 두바이 주민들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연간 1인당 44t 정도 규모로 미국의 1인당 12t 보다도 배가 넘었다. 세계야생동물기금(WWF)이 펴낸 보고서에 따르면 두바이가 속한 아랍에미리트 연합의 소비 수준을 유지하려면 지구가 12개에서 많게는 20개가 더 필요하다고 말하였다. 또한 그들의 이런 안락하고 풍요로운 생활은 가난한 나라에서 온 노동자들의 저임금 노동이 있어 가능한 것이었다.

기후 위기의 시대인 요즘, 지속가능한 사회가 화두가 된 지 오래다. 현 정부는 마치 그들이 내세우는 녹색성장이 ‘지속가능성’인 것처럼 왜곡해서 그 의미를 ‘얼마나 오랫동안 우리가 잘 살 수 있을까’의 문제로 왜곡하는데 실제로는 자연 생태계와의 조화, 사회의 합리적이고 윤리적인 관계 등을 모두 포괄하는 개념이다.

이런 지속가능성으로 보았을 때 두바이의 지속가능성은 애초부터 제로에 가까웠다. 생태적으로도 윤리적으로 지속가능한 사회로 갈 수 없는 구조였기 때문이다.

탈석유를 이야기하면서도 화석연료 의존형 개발 사업에 골몰하는, 지속가능하지 않는 사회를 만드는 일에 열 올리는 곳이 어디 두바이 뿐일까? 100층 넘는 초고층 건물 계획이 10여개가 넘고 뉴타운 열풍이 휩쓸고 있는 서울이나, 두바이를 그대도 따라하겠다며 동북아의 두바이를 자처했던 새만금이나 송도, 무엇보다 국토개조에 가까운 토목공사인 ‘4대강 사업’.  이 모든 것들은 지속가능하지도 않고, 생태에도 인간에게도 이롭지 않은 사업이다.

누구보다 앞장서 두바이를 외치던 현 대통령이 아직 아무 말이 없는 걸 보니, 그는 두바이를 보고도 아무런 교훈을 얻지 못했나 보다. 절망스러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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