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일본 한국인 대피 및 안전대책 시급히 마련해야

2011.03.17 | 탈핵

일본에 거주하는 한국교포와 기업인, 여행객에 대한 즉각적인 대피와 귀국을 포함한 안전대책마련이 시급하다. 일본 핵발전소(원자력발전소) 폭발로 인한 방사능 누출이 우려했던 대로 심각한 수준에 이르고 있다. 이미 후쿠시마 핵발전소 인근은 평소보다 6,600배나 되는 방사능이 검출되었고 수백킬로미터 떨어진 일본 수도 도쿄까지 방사능이 검출되고 있다. 이미 프랑스 정부는 후쿠시마 핵발전소 인근 지역은 물론 도쿄에 머물고 있는 자국민에게 위험지역을 떠날 것을 권고하는 등 각국 정부가 일본에 거주하고 있는 자국민들의 철수를 포함한 안전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이에 반해 한국정부는 한반도가 안전하다는 말만 되풀이할 뿐, 후쿠시마 지역을 제외한 일본내에 있는 수십만의 한국교포와 기업인, 그리고 여행객에 대한 아무런 대책도 내놓지 있지 않다. 이제 일본 핵발전소 폭발로 인한 방사능 피해는 물론 대형 참사는 피하기 어려운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외신들은 이제 타월을 던지는 일(포기 선언)만 남았다는 표현까지 써 가며, 핵발전소 폭발로 인한 대형참사를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물론 아직도 핵발전소 내에서는 목숨을 건 사투를 벌이고 있는 수십명의 전문가들이 있고 우려하는 최악의 상황은 발생하지 말아야 한다.

그러나 만약에 있을 최악의 상황에 대한 대비책도 마련해야 하는 것이 정부의 책임이다. 이미 간 나오토 일본 총리도 “최악의 경우 동일본이 박살나는 것도 각오해야 한다.”고 표현할 정도로 일본의 상황은 이미 통제불능 상황으로 가고 있다. 더 늦기전에 일본에 있는 한국인들의 안전 대책이 시급한 이유이다.

물론 일본정부가 상황을 가장 정확하게 알고 있다는 것을 전제한다면, 일본에 거주하는 사람들은 일본정부의 지침을 따르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미 일본정부도 통제불능의 상황에 있고 총리실에서 방사능 수치와 인체에 미칠 위험에 대해 언급하지 말도록 지시하는 등 현재의 상황에 대해 정확한 정보를 차단하고 있다는 보도를 염두에 둔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프랑스는 핵발전소 의존도가 가장 높은 국가이며 세계에서 핵발전소 보유수도 두 번째로 많다. 그만큼 핵이 얼마나 위험한 물질이며, 핵발전소 사고에 따른 방사능 오염이 얼마나 심각한 문제인지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러한 프랑스 정부가 자국민의 대피를 포함한 안전대책을 국제사회의 비난을 받을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서둘러 발표한 것은 그만큼 현재의 위험성이 크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한국 정부는 일본 핵발전소 사고를 강건너 불구경하듯 할 것이 아니라 당장 한국 국민들의 목숨과 건강을 지킬 수 있는 안전대책을 수립하고 이행해야 한다. 우선은 일본에 꼭 머물러야 할 이유가 없는 여행객들을 가능한 빨리 귀국시켜야 할 것이다. 그리고 방사능 누출 위험지역과 가능성이 있는 지역에서 기업활동을 하고 있는 사람들의 경우 꼭 필요한 인원은 방사능 누출에 따른 대피 요령을 정확히 숙지시켜서 체류하도록 하고 그 가족들은 가능한 빨리 귀국시켜야 한다. 총련계를 포함한 일본 교포들에 대해서는 한국정부가 별도의 안전대책 및 대피요령을 숙지시키고 원할 경우 한국내 장기체류를 포함한 지원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후쿠시마는 물론이고 방사능 낙진 가능성이 있는 도쿄를 포함한 일본 대부분의 지역에 대한 여행 금지 또는 제한 조치도 취해져야 할 것이다.

물론 상황이 어려움에도 일본에 계속 머물러야 하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이들에겐 상황의 심각성과 대피요령을 분명하게 이해시키는 것이 가장 시급할 것이다. 필요하다면 요오드 등 방사능 피폭에 대응한 응급처방약을 지급하는 것도 고려대상에 넣어야 할 것이다. 잊지 말아야 할 것은 강진과 쓰나미로 엄청난 피해를 본 지역에서 구조작업을 하고 있는 사람들과 취재 기자들이다. 이들에게도 방사능 오염을 방지할 수 있는 분명한 지침이 주어져야 한다. 사고 초기 폭발한 핵발전소 앞에서 방사능 피폭을 방지하기 위한 아무련 장치도 없이 보도를 하고 있는 기자를 보면서 안타까움에 혀를 찼던 적이 있다.  

나는 일본 열도 전체가 위험에 빠져 있는 상황에서 한국인들만 살자고 우리 정부의 대책마련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다. 상대적으로 일본 국민들은 위기 상황에 대처하는 훈련을 많이 받았고 대처 능력도 높지만 일본에 오래 거주하지 않은 외국인의 경우 최악의 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판단을 하기 어렵기 때문에 자국 정부가 이에 대한 지침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프랑스 정부가 취하고 있는 것처럼 말이다.

그리고 필자가 어제 다른 글에서 밝혔듯이 한국도 방사능으로부터 절대 안전지역이 아닐 수 있음을 고려한 국내 대책도 시급히 마련하여 전 국민의 안전을 지킬 수 있기를 다시금 요청한다. 한국정부와 언론이 앵무새처럼 한국은 안전하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지만 런던에 본부를 두고 있고 국제원자력 기구의 방사능물질 경보를 항공사에 전달하는 역할을 하는 ‘화산재예보센터(VAAC)’는 “한반도 상공에도 방사능 위험가능성이 있다”고 어제(16일) 공식 경보했다. 이 기회에 한국정부와 언론의 책임있는 정보공개와 보도를 함께 요구한다.

최승국 / 시민운동가(녹색연합 전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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