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사능에 안전하다는 말보다 최악의 상황 대책 홍보해야

2011.03.17 | 탈핵

일본 후쿠시마 핵(원자력)발전소 연쇄 폭발사고로 일본은 물론 전세계가 공포에 떨고 있다. 그런데 일본과 가장 가까운 한반도는 의외로 차분하다. 초대형 강진과 쓰나미 마저도 일본열도가 막아주었으니, 방사능 피해로부터도 한국은 안전지대가 된다면 얼마나 다행일까? 그러나 꼭 그렇지만은 않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주장이고 또 과거의 경험이 이를 말해주고 있다. 만의 하나 방사능이 한반도로 날아올 경우 어떻게 해야하는지 치밀하게 따져보고 대처하는 것이 최선이라 생각한다.
  
정부는 일본에서 진도 9.0의 초강력 지진이 발생하고 이어지는 쓰나미로 수천명이 목숨을 잃고 수만명이 실종자가 발생하였으며, 핵발전소가 연쇄폭발을 일으키고 있는 지금까지 하고 있는 말은 단 한가지 뿐이다. ‘한반도는 안전’하다는 것이다. 다행히 강진과 쓰나미는 일본의 희생을 바탕으로 한반도는 무사히 피해갔다. 그러나 그 다행스러움이 언제나 계속 되리라는 보장이 있는 것일까?
  
나는 가뜩이나 어려운데 우리사회의 불안을 조장을 생각은 털끝만금도 없다. 그러나 핵발전소 사고와 방사능 피해는 단 한차례만 있어도 치명적이기 때문에 최악의 상황을 늘 염두에 두고 대비해야 한다는 신념을 갖고 있다. 일본 핵발전소 사고는 이미 체르노빌에 이어 역사상 두 번째로 심각한 상황을 맞고 있다. 하지만 불행 중 다행으로 아직 최악의 상황은 일어나지 않고 있다. 그럼에도 방사능 공포는 전세계를 긴장시키고 있다. 지금까진 바람이 태평양 쪽으로 불어주어 일본 열도 내에서도 그 피해가 많지 않았지만 이틀전부터 바람의 바람이 바뀌어 발전소로부터 수백킬로미터 떨어진 도쿄에서도 방사능이 검출되고 역시 발전소로부터 100킬로미터나 떨어진 이바라키현에서는 방사능 수치가 평소의 100배나 검출되었다.
  
만약 바람의 방향이 한반도쪽으로 분다면 어떻게 될까? 물론 동해의 10킬로미터 상공에는 늘 강한 제트기류가 형성되어 방사능이 한반도 쪽으로 올 가능성이 적다고 한다. 다행스럽긴 하지만 그 아래는 어떤가? 후쿠시마 핵발전소(나는 한국에서 원자력발전소라고 하는 것 자체가 모순이라 본다. 다른 모든 나라는 핵발전소를 나타내는 nuclear power plant를 쓰는데 한국만 부정적 이미지를 고려해 전략적으로 원자력(atomic)이란 용어를 쓰는 것 같다)에서 방사능 누출이 언제까지 지속될지 지금으로서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짧게는 몇 주에서 길게는 몇 달이 걸릴 수도 있다. 아니 해를 넘길 수도 있는 문제이다. 원자로가 폭발할 경우는 더 심각하다. 그 긴 세월동안 바람의 방향이 계속 남서풍이 불 것이라고 기대할 수 있는가? 계절이 바뀌면 바람의 방향도 바뀌게 된다. 따라서 방사능이 한반도로 날아올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 아니 언젠가 한반도에도 날아온다고 가정하는 것이 현실적일 것이다.
  
실제 한국 정부는 최악의 핵발전소 사고로 기록된 1986년 체르노빌 핵발전소 폭발사고 때도 한반도는 안전하다고 앵무새처럼 말하면서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었다. 지금 정부의 모습과 어쩌면 그리도 똑 같은지 이상할 정도이다. 이에 반해 사고지점으로부터 2천킬로미터 이상 떨어진 유럽 전역은 방사능 낙진에 대비해 외출을 자제하고 채소류를 폐기하고 유제품 판매를 중단했다. 그런데 결과는 어떠했는가? 유럽 전역은 물론이고 결국 한반도에도 방사능 낙진이 떨어지고 그 때 어린 소녀였던 여성들이 3,40대 접어들어 갑상선 암등이 발생하여 고통받고 있다는 증언들이 속속 나타나고 있다. 지금 30대 후반에서 40대 여성들이 갑상선 암 발병율이 상대적으로 높다는 것이 그 일환이라는 믿을만한 증거들이 나오고 있지만 정부에서는 애써 이를 부정하고 있다. 체르노빌과 한반도의 거리는 일본과 한반도의 거리보다 더 떨어져 있음에도 말이다.
  
백번 양보해서 한반도에 방사능이 넘어올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해도 나는 정부의 태도가 달라야 한다고 본다. 한국에도 수십기의 핵발전소가 가동되고 있고 사고의 위험은 늘 상존해 있다. 이번 기회에 방사능 누출에 대비한 지침을 만들고 대피훈련을 해야 하는 것 아닌가? 어제 동해안에서 민방위 훈련을 실시하면서 쓰나마 대피훈련을 같이 했다고 하는데 주민들이 어디로 피해야 하는지도 모르고 있었고 많은 사람들은 아예 대피훈련을 무시했다고 한다. 이래가지고는 실제 상황이 발생한다면 그 피해는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렇게 오랫동안 지진과 쓰나미에 대한 대비를 한 일본도 막상 대재앙 앞에서는 한없이 무기력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넋놓고 있다가 당한다면 그야말로 아수라장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정부의 태도가 전향적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한반도는 안전하다고만 주장할 것이 아니라 ‘한반도는 안전하다고 믿지만 만의 하나 있을 경우를 대비해 방사능 누출에 대비한 지침을 만들어 시민들에게 알리고 대피훈련을 실시’ 하는 것이 정말 국민을 위한 정부의 모습이 아닐까? 정부가 국민들의 불안을 조장할 필요는 절대 없지만 무지와 안전 불감증으로 전체 국민의 목숨을 거는 경우는 더 더욱 없어야 하기 때문이다.

어제 누군가가 한반도에 방사능 낙진이 떨어질 것이란 인터넷 글을 올려서 혼란이 일었다고 한다. 정부에서는 이러한 유언비어를 조장하지 말라고 언론을 동원하여 대대적으로 홍보하더니 급기야 경찰을 동원하여 최초 글을 올린 사람을 추적하고 있다고 한다. 나 또한 불필요한 유언비어를 퍼뜨리는 것에 절대 동의할 수 없다.

하지만 왜 이런 상황이 발생했을까 짚어보면 어떨까? 일본 정부도 정확한 방사능 수치를 내놓지 않고(못하고) 있고 한국 정부도 아무런 문제도 없는 듯이 지나가고 있다. 심지어 이 상황에서 대통령 내외는 일상활동으로 아랍권을 방문하고 돌아왔다. 정부와 정책 당국이 전혀 긴장감도 없고 대책도 없는 속에서 불안한 국민들이 스스로 정보를 수집하고 발전시키는 것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일일수도 있다.

지금 시기 정부에서 방사능 낙진에 대한 유언비어를 단속하는 것보다 더 급한 것은 제대로된 정보를 공개하고 대책을 마련하는 것 아닐까? 내가 보기엔 ‘방사능 낙진이 한국에 올 수 있다는 말보다 한국은 아무 문제가 없을테니 안심해도 좋다는 것이 더 큰 유언비어’라고 생각한다.

일본에서 지진과 쓰나미가 발생한지 엿새째를 맞고 있다. 그러나 핵발전소 폭발의 위기와 공포는 사라지기는커녕 더 심각해지고 있다. 이제 정부에서도 차분하게 우리에게 닥칠지도 모를 위험에 대한 대비책을 만들기 바란다. 국민들도 침착성을 잃지 말고 상황을 예의 주시하면서 정부와 전문가들이 내놓을 위기 대처 방안을 숙지하고 필요하다면 대응 훈련에 임해야 할 것이다.

최승국(시민운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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