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산지석(他山之石), 신규원전계획부터 중단하자

2011.04.01 | 탈핵

일본 원전사고를 보고도 신규원전 건설 강행은 미친 짓이다.

최승국 / 시민운동가

일본에서 원자력 발전소 폭발사고가 일어난 지 20일이 지났지만 아직 해결의 기미는 보이지 않고 방사능 공포는 점점 심해지고 있다. 평소보다 10만배에 이르는 방사능 물질이 검출되고 우유와 채소는 물론 지하수까지 방사능에 오염되어 일본 시민들은 안전한 마실물조차 구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그리고 방사능 물질은 일본열도는 물론이고 한국을 포함하여 전세계 곳곳에서 검출되고 있다.

이제 한국이 방사능의 안전지대라든지, 방사능 검출량이 적기 때문에 인체에 무해하다든지 하는 이야기는 더 이상 의미가 없어 보인다. 바람의 방향은 언제든지 바뀔 수 있고, 정부당국의 이야기와는 달리 시베리아 상공을 거쳐 한반도 곳곳에도 이미 방사능이 도달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일본 원전에서 나오는 공포의 방사능은 점점 농도가 짙어지고 있다.

기왕에 발생한 폭발사고도 땅을 치고 통탄할 일이지만 더 중요한 것은 앞으로의 일이다. 인류는 일본 사고로부터 무엇을 배워야 할 것인가? 일본과 가장 가까이 있는 한국은 이번 참사로부터 어떤 점을 타산지석(他山之石)으로 삼을 것인가? 이미 많은 사람들이 원전 안전신화의 허구성과 에너지 정책의 대 전환을 촉구하고 있다. 노후 원전 가동중단, 신규원전 계획 백지화, 원자력 중심의 에너지 정책 탈피 등 그간 녹색운동 진영에서 숱하게 제기했던 내용들이 하루가 멀다하고 쏟아져 나오고 있다. 그러나 실천하지 않고 말만 요란하다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 시간이 지나면 또 잊혀질 것이고 우리는 또 다른 대형 사고를 당해야만 그 때 실천하지 않은 것을 후회할 것이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엄청난 대참사로부터 분명한 교훈을 얻고 그 교훈을 실행에 옮겨야 한다는 것이다.

이번 원전 폭발 참사로부터 제기된 수많은 교훈 중 나는 정부와 시민들이 한가지씩만이라도 우선 실행에 옮기길 제안한다. 한꺼번에 다 하자고 하면 엄두가 나지 않는다. 하나씩 해 보다보면 자신감이 생길 것이고, 그 다음단계로 쉽게 넘어갈 수 있을 것이다. 제일 쉬우면서도 지금 하지 않으면 돌이키기 어려운 것부터 시작하자. 그것이 바로 ‘신규 원전 건설계획 중단’이다. 다른 정책들은 조금 시간을 갖고 판단할 수도 있지만 새로 발전소를 짓기 시작하면 중단하기 어려울뿐만 아니라 원전 사고의 위험을 그만큼 증가시키는 것이기 때문이다.

정부에서 원전 건설계획을 철회하고 이에 따라 혹 부족할도 모를 에너지는 다른 대안 모색과 더불어 전 국민 모두가 ‘에너지 절약’에 조금씩 더 신경을 쓰는 것이다. 가장 평범하고 어쩌면 진부해 보이지만 에너지 절약과 효율제품 사용이야말로 제 3의 에너지를 만들어 내는 효과를 가져온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의 에너지절약 잠재량은 전체 에너지의 30% 수준에 이른다고 한다. 이 정도면 단 한기의 원자력 발전소도 더 짓지 않아도 아무런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

지금 강원도 삼척과 경북 울진, 영덕 지역이 신규 원전 후보지로 거론되면서 심각한 지역갈등에 휩싸여 있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 폭발사고가 발생하기 전까지는 지역 주민들이 불안하긴 해도 정부의 말을 믿고 원전 건설에 찬성하는 사람들이 많았던 것 같다. 그런데 최근 삼척 등을 방문해서 지역주민들의 여론을 들어본 결과 대부분 사람들은 정부에서 일방적인 안전성만 홍보한 것에 대해 속았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더구나 일본 대지진과 쓰나미, 이어진 원전폭발 사고를 보면서도 쓰나미에 가장 취약한 동해안에 치명적인 위험을 안고 있는 원자력 발전소 건설을 강행하려는 정부당국에 대해 분노를 여과없이 드러내고 있다. 이제 더 많은 후회를 하기 전에 신규원전 건설계획부터 중단하고 더 현명한 대안을 논의해 보자.

이 글은 경향신문 4월 1일자게 게재된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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