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발전 가동 반세기, 10년에 한번 꼴로 중대 사고! 핵발전소 과연 안전한가

2011.04.10 | 탈핵

이웃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폭발사고가 핵발전소 안전성에 대한 강한 의문을 제기하였다. 기후변화시대 에너지원으로 다시금 핵발전소 카드를 만지작거리던 많은 나라들이 손을 털고 다른 대안을 모색 중이다. 우리나라도 예외여서는 안 된다. 그러나 정부는 핵발전 확대정책을 계속 유지할 태세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핵발전소는 안전한가? 핵발전 건설․운영․비상대응 사례를 살펴보면, 안전을 담보할 수 없다는 결론이다. 이 글에서는 다루지 않지만, 사용후핵연료(고준위 방사성폐기물)의 안전한 관리 역시 쉽지 않아 보인다.

핵발전소는 설계에 따라 완벽하게 건설되는가?
그 어느 시설보다 사고의 피해가 크기에 핵발전소 건설은 철저하게 이루어질 것이라는 것이 보통 사람들의 믿음이다. 그러나 실상은 다르다. 핵발전소가 설계대로 시공되는 것이 아니며, 내부에 공구를 넣은 채로 배관을 연결해버리는 등 시공 과정에서 발생한 작업자의 실수가 사소한 것으로 치부되며 묻혀버리기도 한다. 1991년 2월, 간사이전력 미하마 핵발전소에서 세관이 파손, 절단된 사고가 대표 사례다. 이 사고는 긴급원자로냉각장치를 수동으로 움직여 원전운전을 중단할 만큼 큰 사고였다. 놀랍게도 사고 원인은 2㎜ 정도의 가는 배관에 붙어 있는 접촉방지 금속구가 설계대로 들어가지 않은 것이었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1999년 국정감사에서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 책임연구원이 울진 1호기 원자로 냉각기계통 배관에서 설계에 없던 불법용접이 있음을 증언하였다. 1994년 영광핵발전소 3, 4호기 건설과정에서도 설계도면에 없었던 불법용접 부분 49곳을 확인하여 배관을 교체한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다른 사례도 있다. 2011년 2월 영광핵발전소 5호기가 원자로냉각재펌프 정지에 의해 원자로가 자동 정지하는 사고가 발생하였다. 발전소 건설 과정에서 냉각재 펌프 안에 실수로 빠뜨린 것으로 추정되는 드라이버가 모터 코일에 접촉되면서 쇼크가 발생한 것이 원인이었다. 이외에 2002년 4월 울진원전 4호기에서 문제가 있는 재료를 사용하여 증기발생기 세관이 찢어진 사건도 있었다. 이러한 사례는 핵발전소가 설계대로 완벽히 시공되지 않고 있거나 최고의 재질을 사용하지 않음을 입증한다. 평상시 운전 과정에서는 사소한 차이라고 넘어간 부분이 위급한 상황이 발생했을 때 어떤 재앙으로 닥칠지는 아무도 모른다.

다음은 핵발전소를 가동하는 중에 얼마나 자주 고장나는가, 큰 사고가 몇 번이나 일어났는가, 중대 사고를 예방할 수 있는 감시체계가 잘 작동하고 있는가 이다.
십만 년에 한번 중대사고가 발생할 정도로 안전하게 건설되었다는 핵발전소가 불과 반세기만에 최악의 원전사고라 불리는 체르노빌을 포함하여 ‘국제 원자력 사고․고장 등급’ 4등급 이상의 사고가 6건 발생하였다. 후쿠시마사고는 1~4호기 모두에서 발생하였으니, 총 9건으로 칠 수도 있다. 여하튼 6건이라도 핵발전소가 가동된 이후 거의 10년에 한번 꼴로 사고가 발생한 것이다. 과연 이것을 안전하다고 말할 수 있는가?

끔찍한 사고는 아니더라도 잦은 고장 역시 불안을 가중시킨다. 원전안전운영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1978년 핵발전소를 가동한 이래 총 643건의 고장이 발생했으며, 이중 인적실수나 외부영향이 아닌 시스템이나 기계자체의 문제로 발생한 고장이 차지하는 비율이 무려 74%에 이른다. 다행히 대부분 경미한 고장이었으나, 우연한 사고와 겹치면 어떤 재앙으로 발전할지는 어느 누구도 장담하지 못한다. 거대 시스템의 일상적인 작동 과정에서 무시무시한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는 찰스페로우의 ‘정상 사고(normal accident)’이론을 우리는 주목해야한다.

핵발전소가 불안전하다면, 안전한 운영을 위한 관리․감독은 제대로 이루어질까? 2002년 일본을 흔든 도쿄전력스캔들은 관리․감독이 철저하지 못함을 입증하였다. 당시 도쿄전력은 연료안내구조물 균열, 냉각재 재순환 배관시스템 문제, 격납용기 누설률 조작 등 무려 29건의 안전성 검사를 축소․은폐했다. 이것이 이번 후쿠시마 핵발전 사고의 또 다른 원인일 수 있다. 당시 일본 원자력안전원이 진상을 철저히 규명했다면, 현재 벌어지는 핵사고의 피해 규모가 줄어들었을지도 모른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여서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은 1999년 도둑용접을 포함하여 크고 작은 사고에 대한 문제제기에 대해 근본적 접근보다 사소한 문제로 치부하며, 철저한 조사를 진행하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비상시 대응시스템은 완벽한가의 문제이다.
핵발전소는 만약의 사고에 대비해 하나하나의 원전이 독립된 비상대응시스템을 갖고 있다.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는 독립된 비상대응시스템이 비상 상황에서 하나 같이 무용지물이라는 것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충격적이다. 전력 공급이 끊겨 냉각수 공급이 되지 않을 경우, 작동해야 하는 비상발전과 비상냉각시스템이, 운전 중이던 1, 2, 3호기 모두에서 문제를 일으켰다. 100%의 실패, 우리는 이를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 우리나라 핵발전소는 다르다고 말할 확증은 없다. 아니 우리나라에서도 발생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더 강화된 대비책을 세우는 것이 올바른 판단이다. 여기에 통제하기 어려운 위험 시설이 집중되었을 때 사고가 악화될 수 있음을 이번 사고가 보여주었다. 1호기 폭발이라는 위급상황에 대응하다 4호기 사용후핵연료 저장수조의 예상할 수 있는 문제점을 간과하게 만들어 사태를 악화시킨 것이다. 우리나라도 핵발전소가 집중되어 있다. 특히 부산과 같은 대도시 옆에 12기의 핵발전소가 가동될 예정이니, 만약의 사고가 고리에서 일어났을 때 재앙은 후쿠시마 피해 규모를 훨씬 초월할 것이다.

35년이 지난 지금도 사람이 살 수 없는 체르노빌은 핵발전소 폭발사고의 피해가 얼마나 광범위하게, 얼마나 오랜 기간에 걸쳐 진행되는지를 가르쳐주었다. 그러나 우리는 체르노빌의 교훈을 잊어버렸다. 아니 과학기술이 위험을 통제할 수 있다며 애써 외면했다. 그러나 과학기술은 위험을 통제할 수 없다. 불안전한 핵발전소를 억지로 믿으며 핵발전소를 유지, 확대할 것이 아니라, 지금부터 차근차근 준비해 탈핵사회에 대한 장기적 로드맵을 그려야한다.

이 글은 4월 4일자 한겨레신문 맞대면에 기고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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