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서] 한전은 해외 석탄발전사업 투자 추진을 중단하라

2020.10.05 | 탈석탄

녹색연합은 지난 9월 23일 세종정부종합청사 산업통상자원부 건물 외벽에 해외석탄발전 투자 추진 등을 비판하는 메시지를 투사하는 퍼포먼스를 벌였다.

오늘 이사회에서 붕앙-2 사업 안건 부결하고, 모든 해외 석탄발전사업 투자 중단하라

한국전력공사 (이하 “한전”)이 오늘인 10월 5일 이사회를 열어 베트남 붕앙-2 석탄화력 발전사업 (이하 “붕앙-2 사업”) 투자에 대한 안건을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사회 안팎의 논란에도 불구하고 결국 인도네시아 자와 9·10호기 석탄화력 발전사업 (이하 “자와 9·10호기 사업”)투자 강행을 결정한 지 세 달만의 일이다. 기후위기의 현실과 눈 앞에 빤히 보이는 사업적 손실을 무시한 채 해외 석탄발전사업 투자를 계속하는 한전의 무책임한 행태에 깊은 실망과 분노를 느낀다.

붕앙-2 사업은 예비타당성 조사에서 사업 추진 시 1,000억 원의 손실을 입을 것으로 평가된 바, 자와 9·10호기 사업 (사업성 -102억 원으로 평가)에 비해서도 수익성이 떨어지는 사업이다. 또한 이번에 한전이 인수하려는 해당 사업 지분 40% (총 사업비 22억 달러)는 중국계 회사인 중화전력공사(CLP)가 매각한 지분이며, 기존에 시공사로 참여하던 미국의 제너럴일렉트릭(GE)과 중국의 광동화전공정총공사(GPEC)가 그만둔 자리를 삼성물산과 두산중공업이 메우려 하고 있다. 한 마디로 중국과 미국 기업이 빠져나간 사업을 한국 기업들이 채우는 모양새다.

그러나 뻔히 예상되는 경제적 손실은 오히려 부차적인 문제다. 해외 석탄발전사업 투자의 진짜 문제는 우리나라 정부 부처와 공기업이 기후위기 대응의 심각성과 시급성을 전혀 느끼고 있지 못한다는 데 있다. 기후변화 대응에 앞장서겠다는 정부는 그린뉴딜로 73조 원을 투여해 2025년까지 온실가스 1,229만 톤을 감축하겠다고 한다. 그러나 한전이 추진하는 해외 석탄발전사업이 실현되면 또 다시 수억 톤의 온실가스를 내뿜을 것이다. 국경을 모르는 온실가스가 전세계에 불러올 기후 재난은 지난 여름 우리가 겪은 폭우 수준에 그치지 않을 것이다.

한전은 석탄발전이 개발도상국의 현실적인 에너지 대안이라는 핑계를 대고 있다. 그러나 기후위기 시대의 현실적인 에너지 대안은 석탄발전이 아니라 태양광·풍력 등의 재생에너지다. 석탄발전을 수출하며 국민 건강을 해치고 기후 안정을 위협하는 것이 이웃나라를 돕는 일은 결코 아닐 것이다. 한국이 진정으로 베트남의 에너지에 대한 지원과 협력을 하겠다면, 그것은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이 중심이 되어야 한다.

한전은 지난 10년 간 (2010~2019년) 1조 2,743억 원의 해외 사업 평가 손실을 입었고, 이 중 절반이 넘는 6,437억 원의 손실은 석탄사업에서 발생했다. 이는 더 이상 석탄사업은 돈이 되지 않는다는 증거이며, “해외사업을 추진함에 수익 창출을 최우선 목표로 하고 있”다는 한전 입장의 빈약한 근거를 드러낸다. 

이 모든 것은 한전만의 문제가 아니다. 산업통상자원부를 필두로 한 정부 부처와 청와대가 해외 석탄투자를 용인하고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정부 여당을 비롯한 국회도 그 책임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 기후위기 대응과 탈석탄에 대한 단호한 의지가 있다면, 한전이 지금과 같은 행태를 계속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린뉴딜로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척’ 하면서 해외 석탄발전사업에 계속  투자하는 행위는 우리 국민에 대한 기만이며, 개발도상국의 발전을 돕는다는 이유로 석탄발전소를 짓는 것은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는 행위다. 또한 기후위기 시대에 온실가스 최대 배출원을 늘리는 행위는 지구에 대한 폭력에 다름 아니다. 한전은 오늘 이사회에서 붕앙-2 사업 투자 관련 안건을 부결하고, 해외 석탄사업 투자를 모두 중단하라. 

2020년 10월 5일

녹색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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