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방 후기] 석탄발전소에 다녀온 녹색활동가의 이야기 ① 석탄발전소에는 사람이 있다

2022.07.28 | 탈석탄

7월 14,15일 이틀간 충남의 당진과 태안의 석탄화력발전소를 찾아갔다. 어느새 무감각해져버린 ‘기후위기’와 ‘탄소중립’ 같은 어지러운 말들 속에서, 바쁜 일상을 도망치다시피 빠져나와 당진으로 향했다. 고속도로를 나와 국도로 진입하면서 압도적으로 드러난 당진의 상징은 송전탑이었다. 무엇을 위해 연대라도 하는 것처럼 선을 이어대고 있었지만, 산과 들을 꿰메듯 자리잡은 송전탑들은 그야말로 ‘고압’적이다.

석탄화력발전소를 짓기위해 우리는 너무 많은 것들을 내주었다. 갯벌을 내주고 회처리장과 발전시설을 지었다. 갯벌에 깃들어 살고 있던 수많은 생명들을 내주고, 주민들의 땅도 내주고, 건강도 내주었다. 석탄화력발전의 유해성이 알려지면서 마을은 소멸되고, 땅은 가치가 떨어져 팔리지 않는다. 이제 노년이 된 부모들이 떠나면 이곳에 들어와 살 사람들은 아무도 없다. 이렇게 다 내어준 결과는 도시에 전기를 공급하고, 산업이 흥하고, 나라가 흥하고 블라 블라 블라.. 그와중에 시멘트회사들은 일본산 석탄찌꺼기를 사들여와 돈을 번다. 일본에서 돈을 주고 석탄재를 넘기면, 한국 시멘트 회사들이 이를 기꺼이 받아 한국의 공장에서 시멘트를 만든다. 한국의 석탄재는 갯벌을 매워 만든 회처리장에 고스란히 묻힌다. 지금은 바닷물로 채워진 저수지 같은 공간을 가득 메우고 나면, 또 어느 갯벌을 회처리장으로 만들까.

버스를 타고 직접 들어가 본 발전소 내부는 컸다. 단지 컸다. 그 커다란 곳에서 날마다 석탄을 수없이 태우고 있다. 태우기 위해 석탄을 날라야하고, 잘 타게 하기 위해 부숴야한다. 석탄을 태워 보일러를 가동시키고, 보일러는 증기를 만들어 터빈을 돌린다. 터빈이 돌면서 전기를 생산한다. 동시에 바닷물을 끌어다 보일러를 식힌다. 그러면 바닷물은 뜨거운 ‘온배수’가 되어 바다로 다시 버려진다. 다 태운 석탄은 버려야하고, 만들어진 전기는 멀리 도시로 보내야한다. 사람이 보고 싶었는데, 사람은 보이지 않는다.

태안의 발전소는 베트맨 촬영장처럼 생겼다. 악당과 히어로가 끝을 보는 장소 같다. 밤에 보는 발전소는 낮보다 더 강렬했다. 사이렌 소리같은 소음이 끊임없이 들리고, 굴뚝에서는 연기가, 또 어떤 굴뚝에서는 화염이 솟구친다. 밤인데도 커다란 화물차량들이 계속 오갔다. 이번에는 좀 더 감각적으로 볼 수 있었다. 저 안에 사람이 있겠지.

발전소를 코앞에둔 숙소에서 숙박을 하는 일이 망설여졌다. 잠들기 전까지도 확신이 들지 않았다. 여기서 꼭 자야하나. 그런데 왠걸, 자고 일어나니 다름없는 아침이었다. 우리는. 이렇게 위험에 대해, 위기에 대해 무감각해지는 것일까? 짙게 드리워진 연무인지, 해무인지, 아니면 발전소에서 나온 것인지 알 수 없는 안개 속에 촌스럽게 디자인된 우주선 같은 발전소 건물이 보였다. 석탄이 디자인의 모티브인 것 같다.

태안발전소를 떠나 태안 읍내의 노동조합 사무실에서 가서야 사람을 만날 수 있었다. 발전소의 사람들. 스스로를 노동자라고도 칭했지만, 더 힘주어 ‘엔지니어’라고 말했다. 이들은 지구온도나, 온실가스 배출량, 연도와 같은 수치가 아닌, 삶이 통째로 달라지고 있고 또 달라져야 하는 ‘사람’에 대해 말하고 싶어했다. 들어보니 그것은 ‘정의로운 전환’이라는 이슈가 한국사회에서 언급되기 이전부터 ‘정의로웠어야’ 하는 것이었다. 그분들은 그 이전부터 위험의 외주화와 비정규직 문제에 대해 투쟁하고 있었다. 이를 해결하지 않고서는, 정의로운 전환은 가능해보이지 않았다. 탈석탄은 환경문제이기 이전에 노동문제이기도 했다. 그게 미안했다. 그들이 예전에 싸우던 자리에도 우리가 함께 있었어야 했을지도 모르겠다.

많은 사람들이 전기를 ‘소비’의 입장에서만 경험하기 때문에 ‘탈석탄’을 단지 ‘다른 방식으로 전기를 얻는 것’으로 쉽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전기의 생산과정과 거기 있는 ‘사람’을 만나보니, 탈석탄은 온수 레버를 냉수로 바꾸듯 되는 것이 아니다. 전기 에너지의 발견과 개발이 인류에게 미지의 세계를 열어주었던 것처럼, ‘탈석탄’의 세계도 분명 우리가 경험하지 못한 미지의 세계가 될 것이다. 모르는 세계를 ‘정의’롭게 만들어 낼 수는 없다. 사람들을 더 만나고 더 들어야 한다. 더 머리를 마주해야하고 더 토론해야한다. 또 무엇인가 잘못 판단하고 쥐고 놓지 않는 무리가 있다면, 쟁취해야한다. 적게 이기고 많이 지더라도 해야한다. 석탄발전소에는 사람이 있다.

글 : 대전충남녹색연합 임도훈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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