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사능 아스팔트 어디로 가나?

2011.11.30 | 유해화학물질

서울 월계동 주택가 한복판에서 방사능 아스팔트가 발견되었다. 이 사건의 전후 사정을 살펴보면 방사성 물질 관리에 관한 정부의 태도를 알 수 있다. 최초 발견도 시민이 했다. 후쿠시마핵발전소 사고 후 자비로 방사능계측기를 구입해 조사하는 시민들이 생겼는데, 우연히 지나가던 길에서 수치가 높아진 것이다. 노원구도 발 빠르게 조사를 요청하고, 오염된 방사능 아스팔트를 걷어냈다.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오염된 지역의 연간 피폭허용선량이 1mSv 이하이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발표를 했다. 후쿠시마핵발전소사고 이후 독립기구로 출범한 원자력안전위원회가 발표한 내용이라 실망이 더 크다. 방사선 피폭에 안전수치란 없다. 방사선 영향은, 거리에 반비례한다. 키가 작아 방사능아스팔트에 근접한 어린이들이나 임산부의 경우 더 위험하다. 결국 정부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일에 관심 없다는 말이다. 원자력 진흥에 앞장서왔던 인물이 안전위원회의 수장이 되었기에 당연한 결과인지도 모른다.

다음은 걷어낸 아스팔트 문제인데, 노원구는 오염된 아스팔트를 마들공원 내 폐수영장에 쌓아두었다가 언론의 뭇매를 맞았다. 결국 일부를 구청 공영주차장에 이전했는데, 노원구로서는 답답한 상황이다. 지자체에서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을 처리할 수 있는 능력과 장소를 마련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원자력안전위원회가 움직여야 한다. 하루빨리 방사성폐기물관리공단에서 인수해 처리하도록 규정을 만들고, 관련 부처와 협의해 근본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시민 입장에서 궁금한 것은 도대체 어떻게 방사능이 아스팔트에 들어갔냐 하는 것이다. 우리는 생활 속에서 이미 많은 방사성동위원소(원소의 동위원소들 중에서 방사능을 지닌 것)를 활용하고 있다. 산업계, 의료계, 교육계 등에서 각종 계측기, 방사선 치료, 식품 방사선 조사, 휴대용 습도 및 밀도 측정기 등에 이용한다. 문제는 이렇게 활용하는 방사성동위원소가 매우 허술하게 관리된다는 점이다. 정부는 2002년 ‘방사선 및 방사성 동위원소 이용 진흥법’ 제정해 산업계가 방사성동위원소를 사용할 때 허가제에서 신고만 하면 사용할 수 있도록 제도를 완화했다. 현재 방사성동위원소 이용업체는 5,048개에 달하고 대부분 신고업체들이다. 세슘 137을 산업용으로 이용하는 업체만도 345개에 달한다.

현재 이 업체들이 부도나 파산으로 폐업을 해도, 방사성동위원소를 어떻게 처리하고 관리하는지 확인할 길이 없다. 지난 2001년부터 10년 동안 확인한 방사성동위원소 분실과 오염사고만도 20차례이다. 국민의 건강과 직접 연결되어 있는 방사성동위원소 관리가 이렇게 허술하다는 것은, 월계동 방사능아스팔트와 같은 사고가 언제든지 재발될 수 있다는 말이다. 비교적 낮은 방사성물질조차 제대로 관리 못하는데, 2024년까지 위험천만한 핵발전소를 13기나 더 짓겠다는 정부를 어떻게 믿을 수 있을까?

이번 노원구 방사능 아스팔트 사태도 어떻게 수습하는지 그 과정을 잘 지켜봐야 한다. 감당 못할 핵발전소 확대정책에 전념하는 정부란 것을 인식하고, 시민들이 똑똑해져야 한다. 생활 속 방사능 오염에 대한 경각심을 가져야 하고, 핵물질을 확산시키는 원자력진흥계획과 방사성물질이용진흥법을 폐기시켜야 한다.

이유진 (녹색연합 녹색에너지디자인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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