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폐된 진실의 현장… ‘문명의 끝에서’를 보고

2024.07.03 | 폐기물/플라스틱

매일 생겨나는 수만 톤의 쓰레기는 다음 날이면 감쪽같이 사라집니다. 눈앞에서 사라졌으니 잘 처리된 것 같은데, 쓰레기 문제가 심각하다는 기사는 연일 쏟아집니다. 영화 <문명의 끝에서>는 쓰레기가 파도를 이루는 선별장, 그물에 걸린 새우만큼 하천을 뒤덮은 비닐 쓰레기, 사용 종료를 앞둔 수도권 매립지까지… 쓰레기 문제를 직면할 수 있는 현장을 담았습니다. 녹색연합은 지난 6월, 두 차례(6/18, 6/26)에 걸쳐 제21회 서울국제환경영화제 한국경쟁부문 대상을 수상한 <문명의 끝에서>를 함께 보고 수도권 매립지 현장에 다녀왔습니다. 영화를 보고 현장에 다녀온 시민들의 이야기를 함께 나눕니다.

 

메캐한 냄새를 풍기며 쓰레기 소각장이 화면을 가득 메웠다.
숨이 탁! 멎을 것 같은 답답함이 밀려왔다. 우리가 수없이 쓰고 버린 쓰레기들이 묵직한 기계 속으로 빨려 들어가면서 쓸모 있는 것과 그 곳에서조차도 쓸모없어 버려지는 신세가 되는 것이다.

장면이 바뀌어 도시는 철거와 재건축의 전쟁터와 같다. 건물을 철거하면서 발생한 건축 쓰레기들이 마지막 길을 떠나고 그곳에서 재개발의 희망에 꿈을 걸었던 사람들이 기다리다 못해 묵묵히 묵혀온 삶의 터전에서 마치 쓸모 없어져 버려지는 쓰레기들처럼 다시 낯선 곳을 향하는 사람들,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길을 가게 되지만 남들처럼 번듯하게 살아보고픈 아파트의 꿈을 품고 산다. 이루어질 수 없는 허공에 그려놓은 꿈들… 

수없이 쏟아지고 버려지는 쓰레기들, 그 속에서 실낱같은 삶의 희망을 줍는 사람들, 정들었던 삶의 터전에서 다시 길을 찾아 떠나야 하는 사람들. 마치 도심 속의 유목민이 되어 버린 듯한 광경들이 커다란 선풍기 바람 속으로 흩날리며 떨어지는 비닐 조각들이 겹쳐 보이며 우리네 삶도 별반 다르지 않다는 생각을 했다.


👉인천녹색연합 문경숙회원의 글 자세히 보기

영화 ‘문명의 끝에서’는 제 고향 인천 이야기입니다.
그래서일까요? 영화를 보는 동안 덤덤하고 씁쓸하면서도 추억이 떠올라 묘한 감정이 들었습니다. 한편으로는 화가 나고 마음이 아프고 걱정도 됩니다. 화가 나는 이유는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 쓰레기의 양 때문인 것 같고 마음이 아픈 것은 많은 쓰레기로 망가지는 땅, 산, 하천, 바다. 그리고 쓰레기와 석탄, 석유, 천연가스 연료 소각 시 나오는 미세먼지와 분진으로 혼탁해진 공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그리고 걱정이 되는 것은 또다시 마계 인천으로 불리는 것은 아닐까.

단편 3분 애니메이션, Steve Cutts 의 ‘MAN’의 마지막 장면이 생각납니다. 쓰레기 산 위에 인간은 외계인으로부터 밟혀 발 매트가 되고 마는데요. 정말 이대로 살다간 문명의 끝에서 우린 이런 발 매트가 되는 건 아닐까 싶습니다.

지금 당장 달라집시다. 그리고 알리고 요구하고 행동합시다. 쓰레기가 사람을 지구를 죽이고 있습니다. 아니, 사람들의 무관심이 지구를 생명을 죽이고 있습니다. 지금 당장 실천할 때입니다.

 👉 소비자기후행동 오아시스 최정희 실천가의 글 자세히 보기

<문명의 끝에서>는 보는 내내 집중하게 만드는 영화였습니다.
사는 곳이 인천이라 인천 지역의 이야기가 중심인 영화에 점점 빨려들어 갔습니다. 급기야 너무 몰입한 나머지 영화가 끝나고는 조금 기진맥진한 상태가 되었습니다. 폐지를 줍는 노인들의 이야기부터 고물상에서 벌어지는 자원순환의 실제, 재개발의 광풍 속에 나오는 건설폐기물 문제까지. 아, 저 쓰레기는 어디로 가서 얼마나 쌓여있을 것인가! 

우리 문명의 소비 끝에 버려지는 물건들의 종착지!  가장 충격적인 장면은 ‘쓰레기가 없다!’는 점이었습니다.
내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쓰레기가 하나도 단 하나도 없었습니다! 냄새도 없고 위험해 보이는 환경이 없는 공간이 기이하게 느껴졌습니다. 쓰레기를 보러 왔는데, 쓰레기가 없다니! 

쓰레기 문제는 너무나 심각하지만 자고 나면 말끔히 사라지는 덕에 우리는 문제를 잊고 삽니다.
수도권매립지의 모습은 마치 ‘은폐된 진실’ 같기도 했습니다. 쓰레기를 너무나 깨끗하게 잘 관리하고 있었습니다. 쓰레기 산에 조성된 녹지도 그 바로 아래에 쓰레기가 있다는 사실을 잊게 만들었습니다. 이건 뭐지? 싶은 부조화의 상태가 탐방 초반 저의 마음을 어지럽힌 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다시 돌이켜 보면 우리의 쓰레기가 어디로 가는지, 어떻게 처리되고 있는지, 매립지의 역사와 규모 또 이후의 문제들에 대해 경험할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그리고 매립지관리공사는 그 일을 잘해내야 하는 게 맞고요. 만들어진 쓰레기를 잘 처리하는 한 편, 그 심각성을 알리고 쓰레기를 줄이는 사회로 나아가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된 시간이었습니다. 

👉 녹색연합 조형주 회원의 글 자세히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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