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그래서, 플라스틱 생산 감축 추진할 건가요?

2024.11.25 | 폐기물/플라스틱

  • 플라스틱 오염 종식할 열쇠는 ‘협약 성안’이 아니라 ‘협약 내용’
[기자말]
2024년 11월, 플라스틱 오염을 끝낼 수 있을지 전 세계의 관심이 부산에 집중된다. 지난 2022년 3월, 법적 구속력 있는 국제협약을 올해 말까지 성안하기로 결의(UNEA/RES/5/14)하고 4차례의 회의를 진행해 왔다. 그러나 협상과정에서 플라스틱 생산 규제 등에 대한 각국의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하면서 의미있는 진전을 이루지 못했다. 과연 5차 회의에서 플라스틱 오염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국제플라스틱협약 성안을 위해 세계 각국은 어떤 입장으로 협상에 임하고 있는지 INC-5 회의 과정을 기사로 발행한다.

BIFF광장에서 부산 시민들이 플라스틱 비닐 쓰레기로 뒤덮인 사람에게 다가가 비닐 쓰레기를 떼어주고 있다. ⓒ 녹색연합

지난 11월 24일, 부산 도심에 플라스틱 비닐로 뒤덮인 사람이 나타났다.

부산 시민들에게 플라스틱 오염의 심각성과 국제 플라스틱 협약을 완성하기 위한 제5차 정부간협상위원회(INC-5)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한 녹색연합의 행위극이었다. 플라스틱 비닐 쓰레기로 덮여 손발이 꽁꽁 묶인 사람은 부산 시민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행위극을 지켜보던 시민들이 그 사람에게 붙어있는 플라스틱 쓰레기를 하나씩 떼어내주자 그는 결국 자유로워질 수 있었다. 우리가 플라스틱을 너무 많이 사용하고 있고, 플라스틱으로 인한 환경 문제가 심각하다는 녹색연합의 메시지에 많은 부산 시민이 고개를 끄덕였다.

BIFF광장에서 부산 시민들이 플라스틱 비닐 쓰레기로 뒤덮인 사람에게 다가가 비닐 쓰레기를 떼어주고 있다. ⓒ 녹색연합

이에 공감하는 시민이 우리나라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전세계 1만 3000개 이상의 단체와 개인이 모여 활동하는 국제연대체 BFFP(Break Free From Plastic, 플라스틱추방연대)가 11월 22일 발표한 조사에 따르면 미국, 프랑스, 한국 등 10개국 국민의 84%가 플라스틱 오염을 막기 위해 플라스틱 생산량을 감축해야 한다는 데에 동의했으며, 정부가 국제 플라스틱 협약에 서명하는 것을 지지했다.

이뿐만 아니라 생물 다양성 손실을 막고 지구 온난화를 1.5°C로 제한하기 위해 국제 플라스틱 협약에 플라스틱 생산량 감축이 포함되어야 한다는 것에 약 80%가 동의했다. 이처럼 지금 국제사회가 논의하는 국제 플라스틱 협약의 핵심은 플라스틱 전 생애주기에 걸쳐 발생하는 환경 오염을 해결하는 것이다.

BIFF광장에서 녹색연합 활동가들이 부산 시민들에게 플라스틱 오염 문제와 국제 플라스틱 협약에 대해 알리고 있다. ⓒ 녹색연합
BIFF광장에서 녹색연합 활동가들이 부산 시민들에게 플라스틱 오염 문제와 국제 플라스틱 협약에 대해 알리고 있다. ⓒ 녹색연합

기본만 합의하자는 의장… 구속력 있는 조치는?

INC-5 개회를 하루 앞둔 일요일(24일) 오후, 부산 벡스코 회의장이 북적이기 시작했다. INC-5 공식 옵저버 간담회에 참여하기 위해 전 세계에서 온 산업계·시민단체·학계 관계자들이 회의장을 찾았다. 협상회의 때마다 옵저버와 질의응답을 해 의견을 수렴하는 자리를 마련해 왔고 이번 INC-5에서도 진행되었다.

이 자리에는 UN 환경계획 사무총장 잉거 앤더슨, INC 의장 루이스 바야스 발디비에소, INC 사무국장 조티 마투르 필립이 참석했다.

제5차 정부간협상위원회를 하루 앞둔 11월 24일, 부산 벡스코 컨벤션홀 205호에서 진행된 옵저버 간담회 ⓒ UNEP

INC-5 회의를 앞둔 지난 10월 29일, 루이스 바야스 발디비에소 위원회 의장은 ‘제3차 비문서(Non-Paper 3.0)’를 발표했다. 비문서란 지난 4번의 협상회의 간 워낙 다양한 쟁점들이 첨예하게 대립했기 때문에, 마지막 회의를 좀 더 원활하게 진행하고자 의장이 회원국들에게 제안한 협상의 틀이다.

그러나 이 비문서에는 협상회의에서 핵심 쟁점으로 다뤄지는 플라스틱 생산 감축 에 대한 내용은 전혀 언급되지 않았다. 핵심의무사항도 구속력 있는 조치가 아닌 국가별 상황에 맞춘 자발적 목표와 그에 따른 조치로 제안하고 있었다. 플라스틱 생산 감축을 포함한 플라스틱 전 생애주기에 대한 법적 구속력 있는 규제와 관리를 통해 플라스틱 오염을 끝내야 한다고 주장하는 국제 시민사회는 당연히 이 비문서에 우려를 표할 수밖에 없었다. 플라스틱 오염 종식이라는 궁극적인 목표가 아닌 단순히 협약을 성안하는 것만을 목표로 하는 의장의 의지가 읽힌다고 비판했다.

그런데도 이번 간담회에서 잉거 앤더슨 사무총장은 위원회 의장이 제안한 비문서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더불어 다음 INC는 가급적 없도록 하고자 협상 기간 내에 협약문이 합의를 이루길 원한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이어 발디비에소 의장도 일주일이라는 제한된 시간 안에 협약을 성안하기 위해 기본적인 사항에 대해 합의하고 향후 당사국총회(COP)를 통해 세부적인 내용을 강화해 나가면 될 것이라 강조했다.

11월 24일 진행된 옵저버 간담회에서 발언하는 INC 사무국장 조티 마투르 필립(왼쪽에서 두번째). 그 옆에는 INC 의장 루이스 바야스 발디비에소(왼쪽에서 세번째), UN 환경계획 사무총장 잉거 앤더슨(맨 오른쪽)이 앉아 있다. ⓒ UNEP

간담회장은 금세 질문 공세로 뜨거워졌다. 플라스틱에 사용되는 유해 화학물질이 인류 건강을 위협한다는 의료계, 협약 내용에 따라 영향을 받게 될 플라스틱 산업 노동자의 정의로운 전환을 요구하는 노동계, 협약문 내용에 플라스틱 생산 감축을 포함할지 명확한 방침을 묻는 법조계 등 국제 시민사회의 질문과 의견이 쉴 새 없이 이어졌다.

하지만 앤더슨 사무총장과 발디비에소 의장의 답변은 대동소이했다. 결국 짧은 협상회의 기간 이행 가능한 수준의 포괄적인 협약문을 만들어 협약을 성안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11월 24일 진행된 옵저버 간담회에서 한 옵저버가 발언을 하고 있다. ⓒ UNEP

플라스틱 오염 종식을 위한 우리의 목소리

2년이라는 짧은 시간 내에 협약을 성안하기 위해 포괄적이고 추상적인 수준의 협약문으로 만들어져서는 안된다. 핵심 이행조치가 빠진 선언적인 협약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2년 전 국제사회는 플라스틱 전 주기에 따른 법적 구속력 있는 규제가 필요하다고 합의한 것을 명심해야 한다.

제5차 회의에서는 반드시 플라스틱 생산 감축을 포함한 플라스틱 전 생애주기를 다루며 모든 국가가 공동의 조치를 이행하도록 법적 구속력이 있는 협약을 만들어야 한다. 재활용은 플라스틱 오염 해결의 궁극적 대안이 될 수 없음을 분명히 밝히고 플라스틱 사용 제품의 대체재로 재사용과 리필 시스템의 구축을 우선 고려해야 하며, 우려 화학물질을 목록화 해 플라스틱 사용을 제한하는 협약이 되어야 한다.

* 이글은 오마이뉴스에도 게재되었습니다. https://omn.kr/2b48q
* 문의) 녹색사회팀 진예원 활동가 (070-7438-8536, salromhi@greenkore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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