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17세 인니 청소년의 일갈, “한국서 온 쓰레기 재활용 과정 끔찍”

2024.11.30 | 폐기물/플라스틱

  • 가나, 인도네시아, 일본, 프랑스, 스위스 시민이 ‘국제플라스틱 협약’ 협상단에 전하는 메시지
[기자말]
2024년 11월, 플라스틱 오염을 끝낼 수 있을지 전 세계의 관심이 부산에 집중된다. 지난 2022년 3월, 법적 구속력 있는 국제협약을 올해 말까지 성안하기로 결의(UNEA/RES/5/14)하고 4차례의 회의를 진행해 왔다. 그러나 협상과정에서 플라스틱 생산 규제 등에 대한 각국의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하면서 의미있는 진전을 이루지 못했다. 과연 5차 회의에서 플라스틱 오염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국제플라스틱협약 성안을 위해 세계 각국은 어떤 입장으로 협상에 임하고 있는지 INC-5 회의 과정을 기사로 발행한다.

일주일로 예정된 국제 플라스틱 협약 마지막 협상 회의(이하 ‘INC-5’)도 어느덧 후반부를 향해 가고 있다. 의장 시나리오대로라면, 지금쯤이면 조항별로 문안이 완성되어 법률초안그룹(Legal Drafting Group; LDG)이 법률적으로 문장을 하나하나 손보고 있어야 한다. 그러나 인생사가 늘 그렇듯,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어제까지 밤낮없이 계속된 분과회의(Contact Group meetings; CGs)에는 옵저버(Observer)도 참관하며 의견을 개진할 수 있다(이론상으로는 그렇지만, 실제 회의장에서 옵저버에게 발언 기회가 주어지는 경우는 드물다. 설령 운이 좋아 발언을 하게 되어도 그 내용이 실제 협약문에 반영되지 않는다. 적어도 지금까지는 그랬다). 하지만 생산 감축, 재정 메커니즘, 정의로운 전환 등 쟁점에 대한 각국의 이견이 좁혀지지 않자 의장단이 결단을 내린 것 같다. 회의가 모두 비공개로 전환되었다. 오늘(29일)부터 열리는 회의는 모두 비공개로 진행되며, 정부 대표단만 참석할 수 있다. 동시에 옵저버들이 의견서를 제출할 수 있는 플랫폼(In-Session Documents Platform)도 같은 시점(28일)에 닫혔다. 시민사회가 공식적으로 의견을 개진할 수 있는 통로가 완전 차단된 것이다. 녹색연합도 개회 성명서를 겨우 올린 걸 제외하면 의견서를 제출할 길이 막혔다.

‘국제 플라스틱 협약 마지막 협상에 참여한다’는 공통의 목적 하에 전 세계에서 4천 명이 부산에 모였다. 온 세계 땅과 물을 뒤덮은 플라스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가까이는 동아시아 지역에서부터 멀게는 아프리카 지역까지, 시민사회 활동가부터 정치인까지, 각계각층의 사람들이 시간과 돈과 에너지를 쏟아 부산에 왔다. 옵저버 참여 기회가 막힌 상황이라해도 우리는 지금 할 수 있는 일을 한다.

그래서 녹색연합은 각 지역에서 온 활동가, 청(소)년, 정치인, 전문가를 만났다. 그들에게 물었다. 그 먼데서 여기 부산까지 왜 왔냐고. 한국 정부에게 무엇을 요구하냐고. 각각 인도네시아, 일본, 프랑스, 스위스, 가나에서 온 인터뷰이 다섯 명의 말을 추려 여기에 싣는다.

이들을 인터뷰한 영상은 ‘플라스틱 없데이트’라는 이름으로 3회에 걸쳐 녹색연합 소셜미디어 (인스타그램페이스북유튜브)에 업로드 된다(https://www.youtube.com/@Greenkorea_united).

(좌) 인터뷰 후 ‘플라스틱 포춘 쿠키’를 부수고 있는 니나 (우) 녹색연합 인터뷰에 응하며 인도네시아에 수입된 플라스틱 쓰레기를 들어보이고 있다. ⓒ녹색연합

첫 번째로 만난 인물은 인도네시아에서 온 17세 청소년 활동가 애시니나 아자라 아킬라니(Aeshnina Azzahra Aqilani)로, 니나(Nina)라는 이름으로 활동한다. 우리나라에는 KBS 다큐멘터리 <지속 가능한 지구는 없다>로 얼굴을 알렸다. 자국에 가득한 쓰레기가 다른 나라에서 수입되었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아 12살 때부터 쓰레기 수출국 대통령들에게 편지를 보내며 폐기물 식민주의에 반대하는 활동을 펼치고 있다. 녹색연합과의 인터뷰에서 니나는 플라스틱 쓰레기 때문에 부산까지 왔다며 이렇게 말했다.


“유럽연합(EU), 미국, 그리고 한국에서 온 쓰레기가 재활용을 위해 우리나라로 보내져요. 그런데 재활용 과정이 정말 끔찍합니다. 딱딱한 플라스틱을 대충 만든 기계로 잘게 부수어 미세플라스틱으로 만들고, 강물이나 지하수를 이용해 세척한 뒤, 처리도 하지 않은 채 오염수를 배출합니다. 이 때문에 강이 오염되고 물고기가 죽습니다. 또한 플라스틱을 녹이고 태우는데, 이 과정에서 다이옥신 같은 유해 물질이 공기로 배출되죠. (더 끔찍한 건) 재활용할 수 없는 플라스틱이 두부 공장에 연료로 팔려 두부를 만드는 과정에 사용된다는 거예요. 당연히 이 과정에서 플라스틱 내 화학물질이 두부에 스며들겠죠?! 태우고 남은 재는 토양에 떨어지고, 그 토양에서 먹이를 찾은 닭이 재까지 함께 먹기 때문에, 다이옥신이 계란에서도 세계보건기구(World Health Organization; WHO) 기준치를 초과하는 수준으로 검출됩니다.”

니나는 플라스틱 위기를 멈추고 오염을 종식하려는 목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부산에서의 협상 과정이 많이 실망스럽다고 했다. “(인도네시아도 포함하여) 많은 나라가 이 위기를 해결하는 데 진지하지도, 적극적이지도, 야심에 차지도 않았기 때문”이라며 정말 슬프다고 전했다. 니나가 한국 정부에 전하는 메시지는 명확하다.

“한국은 이 협상을 이끌 수 있는 힘을 지닌 나라입니다. 그렇기에 한국 정부가 진지하고 적극적으로 나서주기를 바랍니다. (한국 정부도) 이 문제의 근원을 해결하려면 플라스틱 생산을 줄이고 일회용 플라스틱을 없애야 한다는 걸 이미 알고 있다고 믿습니다. 플라스틱 생산을 줄이세요!”
(좌) 녹색연합 인터뷰에 응하고 있는 쥘레 바그너 (우) 쥘레가 ‘플라스틱 포춘 쿠키’를 뽑은 후 메시지를 보여주고 있다. “Reuse, Not Single Use. No More Plastic(일회용 말고 재사용, 플라스틱 이제 그만!)”이라고 쓰여 있다. ⓒ녹색연합

다음으로 만난 사람은 프랑스 파리 광역 도시 오흘리앙(Orléans)에서 온 쥘레 바그너(Jules Vagner)다. 그는 생산부터 줄여 ‘제로 플라스틱’을 이루자는 목표로 시민환경단체 오흘리앙 제로 플라스틱(Orléans Zéro Plastique)을 만들었다.

국제 플라스틱 협약 마지막 협상에 어떤 기대를 품고 왔느냐는 질문에 그는 확신에 찬 목소리로 분명히 말했다. “전 세계적으로 플라스틱 생산을 75% 줄이자는 목표가 포함되어야 합니다. 특히 어업 도구, 재사용 관련 규정도 매우 중요하게 보고 있습니다.”

그는 프랑스 정부가 플라스틱 생산 감축을 추진하는 국가 중 하나이며 ‘야심찬 협약 연합 (High Ambition Coalition; HAC)’ 초기 가입국이자 ‘부산으로 가는 다리 선언문(Bridge to Busan)’ 서명국이라며 자국 정부가 강력한 협약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짚었다. 하지만 동시에 좀 더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주면 좋겠다는 바람도 표하며, 유럽연합(EU) 일원이기 때문에 발언 전 조율이 필요한 점을 감안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쥘레가 협상장 근처에서 직접 찍은 다양한 일회용기와 포장재 사진 ⓒJules Vagner
쥘레가 협상장 근처에서 직접 찍은 다양한 일회용기와 포장재 사진 ⓒJules Vagner

한국 정부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할까. 쥘레는 따뜻하게 환대해 준 한국 정부와 시민들에게 우선 감사를 표했다. 하지만 협약이 실질적인 내용 없이 이름만 그럴싸한 “‘종이호랑이(Paper Tiger)’가 되는 일은 막아야 한다”고 꼬집었다. 회의장 근처와 도심에서 너무 많은 일회용품이 쓰이고 있는 모습을 보고 놀랐다며, 자신이 직접 찍은 사진을 보여주기도 했다. 그러면서 “한국이 혁신적인 나라로 알려져 있기 때문에 재사용 관련 해결책을 빠르게 찾아낼 수 있을 것”이라며 변화에 대한 기대를 내비쳤다.

(좌) 녹색연합 인터뷰에 응하고 있는 로리안 (우) 협상 첫 날 아침, 갤리프레이 파운데이션이 준비하여 협상단에 나눠준 백설기 떡. “50%↓” 라고 쓰인 문구는 플라스틱 오염 탓에 남성 정자 수가 50% 감소했음을 의미한다. ⓒ녹색연합

세 번째 인터뷰이는 스위스 해양 보호 단체 갤리프레이 파운데이션(Gallifrey Foundation)에 소속하여 커뮤니케이션&프로젝트 매니저로 활동하고 있는 로리안 트리물라(Laurianne Trimoulla)다. 그는 개회식 날 회의장에 입장하는 정부 대표단에게 백설기 떡을 나눠주며 플라스틱의 인간 생식 능력 저하 문제를 알리는 활동을 기획하여 이목을 끌기도 했다(관련 기사 참고: 플라스틱 협약 회의장, 백설기떡에 찍힌 ‘50%’의 의미).

이번 협상에 대해 그는 “지난 4차까지 협상 과정을 계속 지켜봐 왔으며, 협상이 진행될 수록 긴장감이 높아지는 걸 느꼈다”고 소회를 밝혔다. 로리안은 스위스가 (대한민국과 더불어) ‘야심찬 협약 연합 (HAC)’ 회원국이며, 이번 협상에서 화학물질 문제 및 생산 감축에 대해 더 강경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며 자국 정부 입장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러나 한국 정부에 대해서는 옵저버 좌석이 부족하는 등 협상장 환경이 매우 열악하다며 일침을 가했다.

9월 말에 이미 등록이 마감됐기 때문에 4천 명에 가까운 참석자가 모일 것을 이미 알고 있었을 거라며, 준비가 미흡하여 아쉽다고 했다. 또한 벡스코 대관 일정을 12월 1일까지만 확보한 데에도 불만을 드러냈다. 170여 개 국이 어려운 협상을 하고 있는 만큼 지연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충분한 일정을 확보했어야 한다는 이야기다. 실제로 캐나다 오타와에서 열린 지난 4차 협상은 이튿날 새벽 2시가 넘어서야 마지막 회의를 끝냈다.

그러나 로리안은 ‘1123 부산 플라스틱 행진’에서 목격한 시민의 힘을 잊을 수 없다며, 어린이부터 어르신, 심지어 수녀님들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참여한 행진에 크게 감동 받았다고도 했다. 시민의 힘이 세상을 바꿀 것이라는 믿음에 녹색연합도 함께 힘을 내어 본다.

(좌) 녹색연합 인터뷰에 응하고 있는 크와메 (우) 인터뷰 후 녹색연합 활동가들과 찍은 기념 사진 ⓒ녹색연합

네 번째 인터뷰이인 크와메 오포리는 부산에서 무려 1만3000여 km 떨어진 가나 수도 아크라에서 왔다. 전 세계 의류 폐기물과 전자 폐기물이 아크라에 모여 여러가지 환경·지역 문제를 일으킨다는 사실이 국내에도 알려지며, 많은 시민을 충격에 빠뜨리며며 반성에 잠기게 했다. 크와메는 ‘화학물질 및 폐기물 아프리카 청년 연합(African Youth Alliance for Chemicals and Waste)’ 설립자로, 이번 협상에 옵저버가 아닌 ‘대표단’ 자격으로 참여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국 대표단에는 시민사회단체가 단 한 곳도 포함되지 않았다는 현실을 다시 한 번 떠올리며 한숨을 내쉬게 된 순간이었다.

크와메는 이전까지 협상에도 모두 참여했다며 “투명하고 포괄적인 협약”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특히 건강 문제와 각종 오염의 핵심 원인인 화학물질 문제를 다룰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협상 과정에서 가나 정부의 역할을 평가해 달라는 질문에, 그는 가나가 아프리카 그룹 공동의장을 맡게 되어 다행이라고 말문을 열었다. 아프리카 국가들은 ‘오염자 부담 원칙’에 기반한 자금 조달 메커니즘을 원한다고 말하며, 가나 뿐이 아닌 아프리카 대륙 전체에 큰 영향을 미칠 이번 협약을 강력하게 만들기 위해 가나 정부가 협상 과정에 매우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크와메는 협상 중반이 지난 지금까지도 논의 속도가 더딘 모습에 안타까움을 표하며, 한국 정부에 적극적인 참여와 선도 역할을 주문했다. “한국은 (세계 4위) 플라스틱 원료 생산국이기도 하기 때문에, 생산량을 줄이고 강력한 협약을 위해 노력할 의무를 지닌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한국 시민들에게 다음과 같이 따뜻하고도 따끔한 메시지를 전했다.

“플라스틱 오염은 모든 사람에게 영향을 미칩니다. 따라서 정부의 문제로만 보지 말고, 개인 차원에서도 책임감을 가지고 함께 노력해야 합니다. 플라스틱은 환경뿐만 아니라 우리 몸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미세플라스틱과 유해 화학물질 문제는 전 세계적인 위기입니다. 우리 모두 힘을 모아 국제 플라스틱 협약을 성공적으로 실현한다면, 더 건강한 환경과 삶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것입니다.”
(좌) 녹색연합 인터뷰에 응하고 있는 신이치 (우) 재사용 용기에 담긴 ‘플라스틱 포춘 쿠키’를 집어들고 있는 신이치 ⓒ녹색연합

마지막 인터뷰이는 이웃나라 일본에서 온 신이치 치(Shinichi Chee)다. 도쿄농공대학교에서 환경 자연 자원 과학을 전공하며 청년 환경 단체 ‘클라이밋 유스 저팬(Climate Youth Japan)’ 플라스틱 정책 부문 책임자로 활동한다.

신이치는 “플라스틱 오염으로부터 우리와 우리의 아이들을 지킬 수 있는 역사적인 국제 플라스틱 협약이 만들어지는 장면을 목격하기 위해” 부산을 찾았다며 청년 대표로서 강력한 협약에 대한 기대를 드러냈다. 일본 정부 입장에 대해서는 모든 국가가 수용할 수 있는 문안을 만들려고 노력하고 있다며 그정도로는 불충분하다고 꼬집었다. 플라스틱 제품과 원재료, 유해 화학물질을 포함하여 플라스틱 생애 전 주기를 평가하고 규제하는 접근법을 더욱 강조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주최국으로서 한국 정부가 지니는 책임도 강조했다.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그리고 무엇이 필요한지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이를 기반으로 리더십을 발휘해주길 기대한다”고 한국 정부에 요구했다. 신이치는 한국을 포함하여 전 세계 시민에게 “우리는 지금 환경적 위기에 직면해 있습니다. 국제 플라스틱 협약은 끝이 아니라 시작일 뿐이에요. 따라서 모두가 지속적으로 목소리를 내고 행동해야 합니다”라며 연대를 요청하는 메시지로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녹색연합은 사용하는 언어도, 생김새도, 성별도, 나이도, 역할도 다른 세계 시민들을 인터뷰하며 다시 한 번 깨달았다. 우리의 메시지는 간결하고 한결같다. 플라스틱 오염을 해결하기 위한 길은 하나 뿐이다. 전 세계가 지켜야 할 법적 구속력 있는 공동의 목표를 지니며 플라스틱 생애 전 주기를 규제하는 협약을 만드는 것. 한국 정부를 포함한 170여 개 정부 대표단이 매 협상 회의에 임할 때마다 마음에 단단히 새겨야 할 시민의 요구다.

29일 오후에 INC-5 참가자들에게 INC 사무국이 보낸 이메일 내용 일부 갈무리. 28일 저녁에 분과회의 작업이 마무리되었으며, 분과회의 종료와 함께 의견서 제출 플랫폼도 닫혔다고 쓰여 있다. ⓒ녹색연합
INC-5 의견서 제출 플랫폼에 등록된 INC-5 개회 관련 녹색연합 성명 ⓒ녹색연합

* 이글은 오마이뉴스에도 게재되었습니다. https://omn.kr/2b6rg
* 문의) 녹색사회팀 유새미 활동가 (070-7438-8513, jazzygreen@greenkore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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