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런 두런 다줍깅 후기] 지구에 무해한 사람이 되기 위한 노력!

2021.11.01 | 폐기물/플라스틱

10월 어느 햇살 좋은 주말, 놀러가는 대신 쓰레기를 줍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바로 녹색연합이 두 차례에 걸쳐 만난 <두런 두런 다줍깅> 참여자들인데요!

‘DO LEARN’, 10월 16일 참여자들은 쓰레기 박사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 소장님으로부터 올바른 쓰레기 분리배출법과 자원순환경제로 나아가기 위해 생산자, 정부, 시민이 각각 져야 할 책임에 대해 배워보았고요. ‘DO RUN’, 10월 23일엔 화상회의 플랫폼인 줌(ZOOM)에 접속해 각자의 자리에서 플로깅(걷고 뛰면서 쓰레기 줍기)를 진행했습니다. 녹색연합 활동가의 안내에 따라 안전하고 재미있게 쓰레기를 주운 후, 각자 주운 쓰레기의 종류와 특성 등을 기록하며 이야기 나눴답니다.

생생한 그 현장의 이야기 들어보시겠어요?

<두런 두런 다줍깅> 참여자 박수지님이 글과 사진을 보내주셨어요. 고맙습니다?

10월 23일 나는 첫 줍깅에 도전했다. 지구에 무해한 사람이 되기 위한 노력 중 하나다. 사실 오래 전부터 마음 맞는 사람들과 모여 해양쓰레기 줍기나, 플로깅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해왔다. 하지만 아직 내가 사는 지역에는 쓰레기 줍기 문화가 널리 알려지지도 않았고, 청년 커뮤니티도 발달해 있지 않아 생각을 ‘실천’으로 옮기는 게 힘들었다. 그러다 녹색연합의 ‘두런두런 다줍깅’ 프로젝트를 알게 됐다. 각자의 지역에서 줍깅을 하며 비대면으로 소통할 수 있다는 점이 바로 신청서를 작성하게 만들었다. 이걸 기회로 처음 줍깅을 실천하고 나면, 나도 꾸준히 줍깅을 해 나가고, 주위 사람들에게도 이 문화를 전파할 수 있는 기회가 되지 않을까 싶었다.

이날 나의 목표는 1시간 동안 금구천 일대의 쓰레기를 주우며 달리기였다. 결과적으로는 실패했다. 10리터짜리 쓰레기봉투는 1시간이 아닌 25분 만에 가득 찼고, 한 걸음마다 쓰레기를 줍느라 달릴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멀리 있는 것을 집기 위해, 덤불 깊은 곳에 박힌 것을 빼내기 위해 팔을 뻗고 허리를 숙이는 동안 나름 운동이 되었던 것 같다.

한가득 쌓여버린 담배꽁초

한 시간 동안 가장 많이 주운 쓰레기는 담배꽁초였다. 이날 나는 담뱃갑 8개와 담배꽁초 87개를 주웠다. 워낙 평소에도 길거리에서 담배꽁초 쓰레기를 많이 보다보니 이건 어느 정도 예상했던 결과였다. 의외로 날 놀라게 만든 것은 ‘사탕껍질’이었는데, 무려 22개나 되었다. 사탕·젤리·초콜릿 등이 담겨 있던 작은 껍질들은 굉장히 작고 얇아서 잘 주워지지도 않았다. 그걸 줍고 있자니, 아름다운 자연을 보며 걷다가 입에 사탕을 쏙 집어넣고는 ‘이 정도쯤이야’ 하고 쓰레기를 휙 버렸을 사람들의 모습이 떠오르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동그란 사기 접시를 주웠을 때는, “얘는 어디서부터 굴러온 것일까” 생각하며 혼자 웃었다.

내가 줍깅을 하는 동안 지나가는 사람들은 ‘뭐하는 건가’ 쳐다보기도 하고, “좋은 일 한다”며 응원해주기도 했다. 그럴 때마다 나는, ‘내가 이렇게 줍다보면 따라서 줍는 사람이 생기고, 줍깅 문화가 우리 지역에 퍼질 수도 있겠구나’ 싶었다. 그리고 줍는 사람이 많아지면 버리는 사람도 적어지고, 결국은 쓰레기를 적게 만들기 위해 적게 소비하는 쪽으로 모두가 한걸음씩 움직이지 않을까 생각하기도 했다. 그러니 나 역시 오늘 한 번에 그치지 않고, 계속해서 줍깅을 해 나가야겠다 다짐하기도 했다. 쓰레기와 분리수거, 재활용, 환경과 소비문제까지 생각할 수 있었던 뜻깊은 시간이었다. 그리고 이러한 기회를 제공해준 녹색연합에게 감사의 인사와 응원의 메시지를 전한다.

박수지님의 플로깅 사진. 중앙에 사기 그릇이 놓여 있다.

<두런 두런 다줍깅> 참여자 박서희님이 글과 사진을 보내주셨어요. 고맙습니다?

영하 가까이 떨어졌던 날씨가 다시 따뜻해졌다. 덕분에 가벼운 옷차림으로 첫 플로깅을 나설 수 있었다. 왼손엔 쓰레기봉투, 오른손엔 집게를 들고 동네 개천을 훑기 시작했다. 산책하는 주민들이 쳐다보는 게 느껴져 쑥스러웠다. 하지만 다른 워크숍 참가자들이 지금 이 순간, 다른 곳에서 함께하고 있다고 생각하니 이내 든든했다. 

동네 개천은 겉으로 봤을 때 쓰레기 하나 없이 깨끗해 보였다. 눈을 크게 뜨고 샅샅이 살피자 풀사이로 과자 껍질, 물티슈 등이 모습을 드러냈다. 산책만 했을 땐 몰랐던 ‘숨겨진’ 쓰레기들. 뒷산으로 장소를 옮겼을 때는 상황은 더 심각했다. 빈 캔커피와 낡은 가구, 생수 페트병, 담뱃갑이 계속 나왔다. 쓰레기봉투는 금방 속이 꽉 찼다.

플로깅이 끝나고 쓰레기를 분류했다. 떨어뜨렸지만 귀찮아서 줍지 않은 영수증, 버스를 안 태워줄까 봐 정류장에 놓고 간 일회용 음료 컵. ‘누군가가 치워주겠지’라는 생각으로 버렸던 쓰레기들이 떠올랐다. 내가 무심코 버린 쓰레기는 사라지지 않고 단지 내 눈에만 보이지 않았을 뿐이다. 제대로 버리지 않으면 산과 바다가 그대로 그 쓰레기를 치워야 한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인지했다. 그 당연한 진실을 순간의 귀찮음이 가려왔던 셈이다. 자연을 사랑하면서도 즐기려고만 하고 책임지려 하지 않았던 나. 플로깅을 통해 진실을 마주했으니 이제 변화를 시작할 차례다.

박서희님의 쓰레기 사진. 재질 별로 쓰레기가 분류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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