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환 미군기지 환경정화협상의 걸림돌, 국방부·외교부의 태도 변화가 필요하다.

2006.05.22 | 군기지

– 8차 SPI 협상에 즈음해, 환경정화 문제는 미군기지 재배치 전체에 영향 줄 것

정부 , 미군을 상대로 환경주권 지킬 수 있을 것인가

반환 미군기지 환경정화에 관한 한국 정부의 입장이 25일부터 워싱턴에서 열릴 예정인 8차 SPI(안보정책구상)회의를 앞두고 이번 주 초에 결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4월, 주한미군이 ‘토지 반환을 위한 실행 계획서’를 통해 오염 일부를 정화한다는 입장을 전달한 후, 이번 SPI 회의에서 한국 정부의 이에 대한 입장을 통보할 것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SOFA 환경분과위원장인 환경부는 오염자부담원칙과 SOFA 부속 합의서에 따라 미군이 오염 정화를 해야 한다고 주장해왔고 국방부, 외통부 등은 미군기지 이전 사업의 원만하고 조속한 추진을 위해 미군이 보이는 ‘성의’를 받아들여야 한다고 주장하는 등 정부 부처간에도 이견을 보이고 있다. 2003년 ‘환경정보공유 및 접근절차 부속서 A’를 통해 ’반환 미군기지에서 발견된 오염은 미군이 정화한다‘는 조항을 합의해 놓고도 세부 기준을 마련하지 않아 정화에 관한 협상을 벌이고 있는 정부가 , 과연 미군을 상대로 환경주권을 지킬 것인지 관심이 집중된다.

국방부, 반환 미군기지 환경문제 심각하게 인식해야

올해 2월부터 반환 미군기지 환경정화에 관해 정부 부처간 이견이 있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특히 윤광웅 국방부 장관은 “주한미군의 주둔은 우리의 안보적 요구에 따른 것이라는 점을 고려해 대승적 차원에서 나가야 한다” , “미군이 충분한 성의를 보이고 있다”고 말해, 국방부가 미군기지의 환경오염의 심각성을 인식하지 못하는지를 보여주었다. 최근 평택에서 벌어진 미군기지 확장 반대 시위를 두고 시위 진압에 100억원을 투입했고 “비생산적인 일에 국가 세금이 낭비되는 게 가슴이 아프다”고 발언했는데, 어떻게 된 일이지 윤광웅 장관은 미군이 당연히 정화하기로 반환 미군기지 환경정화 책임이 우리에게 넘어와 정화비용으로 몇 천억 원이 낭비되는 것은 아깝지 않은가.

녹색연합은 미국의 입장을 대변하면서 협상을 빨리 종결시키려는 국방부, 외통부 등을 이번 협상의 걸림돌로 지목해 왔다. 국방부는 2003년 아리랑 택시부지가 반환될 때 ‘오염자부담원칙’을 실현할 것이며 앞으로 반환될 미군기지에도 모두 적용될 것처럼 홍보해 왔으며, 2004년 7월 발간한 ‘문답으로 본 용산기지 이전 및 LPP개정 협정’이란 주한미군 재배치 사업에 대한 홍보 자료에서도 “LPP계획에 의거 최초로 반환된 용산 아리랑 택시 부지의 경우 주한미군과 공동으로 지하수 및 토양오염조사를 실시하였고 발견된 토양오염은 주한미군이 한국업체를 통하여 굴토 및 소각처리 함으로서 토양환경 보전법에 규정된 기준 이하로 정화 완료하였다.”고 설명하고 있다. 그런데 국방부가 지금 국내 환경법을 기준으로 정화하도록 요구하는 것은 스스로 국민들에게 설득하고 약속한 논리를 져버리는 것이다.

‘주한미군은 국내법을 존중한다’ 등 모호한 문구를 넣은 SOFA 환경조항을 신설하고도 “이제 소파가 안락해졌다“면서 자랑한 외통부 관계자들은 지금 어디에 있는가? 당시 SOFA 협상을 이끌었던 송민순 현 청와대안보정책실장 등 외통부 관계자들도 이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다. 잘못된 협상을 책임지는 사람은 없고 재정부담은 국민이 져야 하는 악순환이 반복되어야 하는가. 만약 이번 협상에서 또 국민의 기대를 져 버린다면 그 책임을 분명히 밝혀야 할 것이다.

한국 국민 기만하는 미군의 정화 계획, 실효성 없다.

2005년 실시한 16개 미군기지에 대한 한미 공동 오염조사 결과를 보면(‘반환예정 미군기지 환경오염조사 후속 쟁점사항 및 향후 대책, 2005.10.4, 환경부), 토양오염이 발견된 기지 15개 중에서 개연성이 적어 조사하지 않은 김포 우편터미널 등을 제외한 10개 기지에서 지하수 오염이 발견되었다. 이는 토양과 지하수 오염의 상관관계를 간접적으로 보여주는 것으로 오염원이 되는 토양이 오염될 경우, 지하수까지 오염이 확산되는 것을 보여준다.

그런데 미군은 바이오 슬러핑이라는 기법으로 지하수 오염을 완벽하게 정화하겠다는 등 한국 정부와 국민을 기만하고 있다. 실제 지하수와 토양 오염이 연결된 오염이 대다수인데도, 잠재 오염 가능성을 갖고 있는 토양 오염은 정화 대상에서 제외해 놓고 있다. 실질적인 정화도 아니고 기지를 폐쇄할 때 당연히 미군이 해야 할 것들을 하면서 ‘호의’를 베풀 듯 하는 자세는 협상 파트너이고 동맹국인 한국을 존중하는 모습은 아닐 것이다.

미군은 ‘인간 건강에 급박하고 실질적인 위험을 초래하는 오염’(KISE)만 치유하겠다는 주장인데, 과연 지난 해 실시한 한미 공동 조사를 통해 급박하고 실질적인 위험을 초래하는지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지도 의문이다. 따라서 현재 진행하고 있는 조사와 협상 과정이 검증되지 않아 주장의 타당성 여부를 판단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정부 각 부처도 서로를 설득하기보다 각자의 주장만을 하기에 급급해 왔다. 이제 서로를, 국민을 설득하고 이해시킬 시간이다.

노무현대통령의 결단이 필요하다

미국과 협상을 앞두고, 정부는 중요한 결정을 할 순간을 맞았다. 환경부, 국방부, 외통부, NSC 등 각 부처에서 의견을 개진하고 있지만 최종 결정은 노무현대통령이 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환경오염 정화비용은 정확히 추산되지 않지만 5천억 원에서 많게는 12조원까지 들 것이라는 예측도 나오고 있다. 몇 천 억원 수준이라고 하면 비용만 따져봤을 때 5조가 넘게 드는 미군기지 이전 전체 사업의 작은 부분에 지나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미 SOFA를 통해 미군의 정화책임을 합의한 것, 오염자가 정화해야 한다는 오염자부담원칙 실현 등 이 문제는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한국의 환경권을 지키는데 중요한 문제이다.
이미 지난 2003년 청와대 내부에서도 SOFA 개정 당시 협상 실패로 반환 기지의 오염정화 책임을 미군에게 온전히 물을 수 없을 것이란 평가가 있었다. 지난 실패를 교훈삼아 이번 협상이 훗날 정당한 평가를 받기 위해 제대로 된 검토를 거쳐야 할 것이다. 밀실에서 추진되고 검토된 사업들이 국민 신뢰를 얻지 못하고 비판받은 경우는 한 두 번이 아니지 않은가.

이치범 환경부장관은 5월 18일 라디오 시사프로그램에서 “무조건 빨리 끝내기 위해 무리한 협상을 진행할 생각은 없다”며 “서로 관계를 유지하면서 합리적인 수준에서 결정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협상을 임하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 정부의 입장이 단일한 내용으로 모아지는 것이다. 협상이 시작된 지 1년이 지나도록 우리 정부의 의견이 하나로 모아지지 못하는 이유는 환경문제의 심각성에 대하여 국방부와 외교부가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은 한국 정부 내에서 조차도 제대로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 이는 국민생명을 담보로 하는 환경문제를 국방부와 외교부가 국가안보의 문제로 인식하기 때문이다. 국방부와 외교부 관계자는 주한미군이 주장하는 내용이 얼마나 터무니없는 주장인지를 하루빨리 깨달아야 할 것이다. 협상의 대상이 될 수 없는 문제가 지난 날 SOFA를 개정할 때, 명확히 규정하지 않아 현재까지 이르렀다. 더 이상 늦출 수 없는 환경정화와 기지반환을 위해 노무현대통령의 결단이 필요하다.  

■ 문의 : 녹색사회국 윤기돈 국장 02-747-8500 kdyoon@greenkorea.org
                            고이지선 활동가 antikone@greenkorea.org

2006년  5 월   22일
녹색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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