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08 녹색의 눈 – SOFA에 환경은 있는가?

2001.10.19 | 군기지

이현철 / 환경소송센터 사무국장

미공군 폭격 연습장인 매향리에 오폭사고, 주한 미군의 한강 독극물 방류사건으로 인해 우리나라에 주둔한 미군문제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크게 증폭되었다. 미군문제가 대두되었을 때마다 들리는 한결같은 목소리는 불평등한 SOFA 개정이었다. 특히 미군의 환경범죄가 크게 사회적인 문제가 되었으므로 당연히 8월 3일 있었던 SOFA 개정협상에서 환경문제가 거론되고 개정을 기대하였으나 역시 환경문제는 다음 회의때 심도있게 논의한다 정도의 수준에 머물로 환경단체들의 비난을 받았다.

SOFA의 공식명칭은 ‘대한민국과 아메리카 합중국간의 상호방위조약 제4조에 의한 시설과 구역 및 대한민국에서의 합중국 군대의 지위에 관한 협정’ (Agreement under Article 4 of the Mutual Defence Treaty between the Republic of Korea and the United States of America, Regarding Facilities and Areas and the States of United Armed Forces in the Republic of Korea )으로 흔히 우리말로 한미행정협정이라고 부르지만 ‘한미주둔군지위협정’이라 부르는 것이 올바르다.
일반적으로 국가간에 맺어진 조약은 정식조약과 약식조약으로 나뉜다. 원래 조약은 행정부간의 서명 외에 국회의 비준이 있어야만 효력이 발생되는 것이 원칙이다. 이에 비해 약식조약은 국회의 비준 없이 행정부간의 서명만으로 발효되는 간단한 형식의 조약으로 미국에서 가장 많이 쓰이고 있다. 미국에서는 SOFA가 행정부에서 처리한 조약으로 행정협정이라고 부르지만 한국의 입장에서는 국회의 비준절차를 거친 정식조약이므로 주두군지위협정이라는 명칭을 사용하는 것이 옳을 것이다.

주둔군지위협정에 환경은 있는가?
주둔군지위협정은 본문과 후속문서인 합의의사록, 양해사항 등 3개의 문서로 구성되어 있으며, 3개 문서는 31개조와 각 조에 따른 수십 개의 조항들로 구성된 방대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이러한 주둔군지위협정은 결과적으로 미군의 이익을 보장하기 위하여 대한민국 국민의 환경권과 인권을 파괴하고 잘못된 행위에 의한 피해를 구제하지 못하도록 되어있다.
환경과 관련된 조항 중 핵심적인 조항은 4조를 통하여 볼 수 있다.

4조 시설과 구역 -시설의 반환 1. 합중국 정부는 본 협정의 종료 시나 그 이전에 대한민국 정부에 시설과 구역을 반환할 때에 이들 시설과 구역이 합중국 군대에 제공되었던 당시의 상태로 동 시설과 구역을 원상 회복하여야 할 의무도 지지 아니한다. 2. 대한민국 정부는 본 협정의 종료 시나 그 이전의 시설과 구역의 반환에 있어 동 시설과 구역에 가해진 개량에 대하여 합중국 정부에 어떠한 보상도 행할 의무를 지지 아니한다.

SOFA에서 우리는 환경이라는 단어나, 생태 등의 단어를 확인 할 수 없다. 단 4조 1항과 2항에 기록된 것으로 환경문제에 대해 그나마 읽ㅇ르 수 있는데 이 내용을 설명하며 미군은 공여된 시설과 구역에 대한 배타적 사용권(미군이 우선권을 가지고 사용하는 권한)을 가지고 있으며 이러한 배타적 사용권은 SOFA의 모법인 「상호방위조약」에 의해서 무기한으로 보장받고 있다. 결국 미군은 시설과 구역(미군기지)를 사용한 후 반환 할 때에 파괴된 환경을 복원할 의무와 또는 이를 기타의 다른 방법으로 보상할 의무를 가지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반면 독일의 SOFA협정에는 환경과 관련된 조항을 볼 수 있는데 미군은 독일의 환경법을 지켜야 하며, 환경시설에 대한 비용을 미국이 부담하며 또한 원상복구를 해야 할 의무를 가지는 것으로 되었다.
제54조 A: 신설 – 1항: 파견국은 독일 내에서의 군대활동과 관련하여 ‘환경보호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인정한다.
– 2항: 본 협정에 따른 독일법의 적용과 준수를 저해함이 없이, 파견국군대 및 군속당국은 가능한 한 일찍 모든 계획(projects)의 ‘환경양립성(environmental compatibility)’을 조사하여야 한다. 이를 위해 동 당국은 문화재 및 기타 재산은 물론 인간, 동식물, 토양, 물, 대기, 기후와 풍경 및 그들 상호간의 작용에 대한 ‘환경적으로 중요한 계획의 잠재적 영향’을 확인, 분석, 평가하여야 한다.
제54조 B: 신설 – 파견국군대 및 군속당국은 독일환경법규에 따라, 오염도가 낮은 연료/윤활유/첨가제를 항공기/선박/차량의 운행 시에, 그러한 사용이 동 항공기/선박/차량의 기술요건에 부합되는 한, 사용하도록 보장하여야 한다…권한 있는 독일당국과 파견국군대 및 군속당국은 본 규정의 적용과 감시에 있어 상호 긴밀히 협의하고 협력하여야 한다.
제64조 (b) 파견국군대와 군속당국은 위해물질오염의 할당/평가/구제에 관련된 비용을 부담하여야 한다. 동 비용은 ‘독일법’에 따라 결정됨. 동 당국은 신속히 그 비용을 지불하여야 함.

어떻게 바뀌어야 할 것인가?
주한미군주둔군지위협정은 전면 개정되어야 한다. 이를 위하여 녹색연합은 아래와 같은 개정의 방향과 원칙을 제시해 왔다.
– 환경오염피해에 대한 원상회복 및 손해배상 의무조항을 신설 : 환경오염피해에 대한 원상회복비용과 손해배상금의 부담은 ‘오염자부담원칙(Polluter Pays Principle)’에 따라 원칙적으로 오염을 유발한 측이 전액 부담하도록 함.
– 기지로부터의 환경오염피해에 대한 미군당국의 배상의무조항을 신설 : ① 협의 및 사전통보의무 ② 오염실태조사와 관련한 시설 및 구역에의 접근보장의무 ③ 환경오염피해조사요청 허가의무 ④ 환경오염관련자료의 제출의무 ⑤ 환경오염규제 및 방지의무 ⑥ 책임자처벌 및 재발방지보장 ⑦ 손해배상청구에의 협조의무 등과 같은 미군당국의 의무를 구체적으로 명시하도록 함.
– 환경법규의 적용범위에 대한 조항을 신설 : 기지 내 오염원에 대해 한국환경법규가 적용되도록 함.
– 환경피해에 관한 구체적인 소송절차조항을 신설 : 환경관련소송과 판결집행에 대한 구체적인 절차규정을 마련함
위와 같은 녹색연합의 주장은 미군의 한국 주둔에 대한 한국 국민의 피해와 환경 파괴를 최소로 줄이는 최소한의 조치다.

지금 우리는 미군에 의해 파괴된 현장을 보고 있다.
지난 6년 여 동안 녹색연합이 파악하고 있는 미군의 환경오염의 사례는 무수히 많다.
백운산 기름유출사건, 수락산 낙서 사건, 의정부 폐기물 무단 매립사건, 군산의 오폐수 무단 방류사건, 평택의 무단방류사건, 하남시 기름유출 사건, 포항의 기름유출 사건, 일상적인 비행기 소음, 열화우라늄탄 폭파처리 사건, 등 그 환경파괴 범죄행위에는 끝이 없다.
지난 매향리 오폭사건 그리고 이번 독극물 한강 방류사건에서 보듯이 미군에 의한 환경파괴는 이미 대한민국 국민의 생존권을 위협하는 수준에까지 와있으며, 이러한 행위는 조직적인 범죄행위로 발전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미군이 환경범죄를 ‘어떻게 통제 할 것인가?’ 이것이 환경단체로서의 고민이며 해결해야 할 과제이다. 이를 위하여 최소한 SOFA는 개정되어야 한다. 적어도 독일 수준 정도로는 개정되어야 하며, 더 나아가서는 미군과 군사주의 없는 평화를 만들기 위한 노력들이 강화되어야 할 것이다.

어떻게 불평등한 SOFA를 바꿀 것인가?
그 동안 SOFA에 대한 문제점과 개정방향에 대하여 서술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내용을 알고 있다고 해서 문제의 내용이 바뀌는 것은 아니다. 그 동안 미군당국과 한국 당국은 이러한 주둔군지위협정이 불평등성을 잘 알고있었다. 문제는 잘못된 것을 바꾸려는 구체적인 노력이 없었다는 것이다.
국가간의 협정은 결국 국가간의 힘의 논리에 기반 한다. 결국 한국 국민이 자신이 처한 상태에서 잘못된 주둔군지위협정을 바꾸려는 노력을 강화해야 할 것이다. SOFA에 대한 위헌소송에서 개인의 피해에 대한 손해배상소송, 필요 없는 미군기지에 대한 반환운동 등 다양한 방법으로 다양한 내용을 가지고 미군을 상대로 한 크고 작은 분쟁에서 이겨야 한다. 그 결과가 결국 불평등한 SOFA를 바꾸고 결국 미군과 군사주의가 없는 성숙한 평화가 이룩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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