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08 현장에서 – 광주공항 전투비행기 소음피해 이대로 방치할 것인가

2001.10.19 | 군기지

이상록 / 광주전남녹색연합 법률정책위원

소음은 말 그대로 “원치않는 소리(unwanted sound)”를 말한다. 그리고 자동차나 공장 등 각종 건설현장에서 나오는 시끄러운 소리만이 소음은 아닐 것이다. 설령 아무리 아름다운 소리라도 듣는 사람이 원치 않는다면 그것은 소음이 될 수밖에 없으며 한여름밤 고궁의 아름다운 음악회 소리도 잠을 청하는 사람들의 숙면을 방해한다면 그것 또한 소음이다. 소음의 의미가 이렇듯 다를진대 하물며 40여 년 동안 밤낮을 가리지 않고 울려대는 전투비행기들의 강렬한 쇠울음 소리를 들으며 아무런 대책이나 법률적 보호도 없이 살아왔던 광주 공항(송정리 제1전투비행장)주변 주민들의 고통은 이제 멈춰지게 해야 할 것이다.

그동안 전투비행기 소음피해에 시달리면서도 국가방위라는 냉전논리의 반공 이데올로기 속에서 당연히 감내해야만 하는 것이 애국이라는 것을 절대적으로 믿고 순응하며 살아온 순박한 주변지역 주민들에게 소음으로부터의 해방을 위해 이젠 법적·제도적 보완조치가 절실히 필요할 때라고 생각한다.
감각적 공해라고 할 수 있는 소음공해는 최근 급속한 도시화 과정에서 다양한 형태로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고 있는 실정인데 특히 군용기 소음은 그 특성상 강렬하며 위압감마저 주어 각종 정신적 피로감이 더하다는 것이 학계의 정설이다. 또한 소음은 소음자체의 특이성 때문에 평가, 측정이 어렵고 인체에 미치는 영향도 개인에 따라서 큰 차이가 있다고 한다. 건강한 사람보다는 병을 앓고 있는 환자 또는 임산부 등이 크게 영향을 받으며 남성보다는 여성, 젊은이보다는 노인들이 소음에 대하여 민감한 반응을 나타낸다고 한다.

전문가들에 의하면 시끄러운 소리에 계속 노출되면 교감신경이 흥분, 혈관을 수축시키고 이에 따라 혈압이 높아지고 맥박이 빨라지며 혈액의 응고성분이 증가해 심장병, 동백경화증이 유발되기도 하고 호흡이 빨라지고 숨이 가빠져 호흡장애까지 일어날 수가 있다고 한다. 소화기 계통으로 침의 분비량이 적어지고 위액의 산도가 떨어져 위의 수축운동도 저하돼 위장병 등 소화기 장애가 올 수 있다고 충고한다. 이밖에도 소음은 짜증, 불쾌감, 스트레스 등 정신건강에도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 특히 아이들의 성격이 신경질적이며 난폭하다게 바뀐다. 광주공항 주민들 역시 이런 피해들을 호소하고 있다.

광주광역시 광산구에 소재한 광주공항은 민간항공기는 물론 군용기가 1일 약 60∼200회 이·착륙하는 한편 수시로 미군용기가 훈련에 참여하고 있어 이로 인해 발생하는 소음으로 광주광역시 3개 자치구의 10개 동 지역에서 20여 만명의 주민들의 직·간접적인 고통에 시달리며 최저 기초주거환경에도 못 미치는 심각한 생활침해를 당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항공기 소음피해를 겪고있는 광산구 비행장주변 지역의 소음도는 평상시에도 80 WECPNL 이상이고 항공기 이·착륙시 발생하는 고주파음은 소음도가 95 WECPNL 이상으로 거주생활이 곤란할 뿐만 아니라, 정서불안과 스트레스를 증가시켜 각종 정신질환 장애원인이 되고 있는 등 주민들의 일상생활에 막대한 피해를 주고 있는 실정에 있어 이로 인한 소음피해지역 주민들의 민원과 원성이 끊임없이 제기되어 왔다.

결국 작년 6월부터 광산구의회가 소음피해특별위원회를 구성 조사에 착수하고 피해사례 등에 대한 건의문을 주무당국에 제출하였고 미군 전투비행기의 무차별적인 전투작전 비행에 참을 수가 없게되어 급기야 7∼8월에 주변아파트 밀집지역주민들(운남동, 신가동 등)은 소음피해저감대책과 전투기소음규제관련 법규제정, 조속한 전투비행장 이전 등을 요구하는 서명작업을 실시, 일주일만에 5천여 명이 넘는 주민들의 참여로 국회청원을 신청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국내에 20여 군대에 이르는 전투비행장들의 주변지역소음피해 대책과 이전에 따르는 천문학적인 예산의 문제 등을 이유로 정부의 부정적인 입장이 밝혀지면서 국회 각 상임위원회에 계류되다 결국 15대 국회 임기 만료와 더불어 폐기처분되고 말았다. 참으로 안타깝고 무책임한 일이 아닐 수 가 없는 일이다.

광주공항의 경우 실제 항공기 소음피해는 주로 군용전투비행기에 의해서 발생하고 있으며 항공법 규정에 의하면 소음피해지역에 대해서는 소음방지를 위한 대책을 수립할 수 있도록 하였으나 항공법 제2조에서 항공기를 민간항공기로 규정함에 따라 군용기에 의한 피해에 대해서는 관계법령이 없어 피해지역 고시를 통한 대책마련이 불가능하다는데 문제의 근본이 있다고 하겠다.

또한 항공소음 관련법에 소음저감대책 수립 및 시행이 국제공항으로 제한되어 있어 소음피해정도가 민항기보다 훨씬 심한 군용비행기에 대한 법적인 뒷받침이 전혀 없이 1998년 6월에 정기국제공항노선이 폐기된 광주공항은 증설중인 복수활주로와 더불어 앞으로 심화될 소음피해에 대해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는 처지에 놓이고 말았다.

더불어 광주광역시의 도심권 팽창과 함께 도시의 새로운 중심이 되는 시청과 주요 관공소, 금융권이 광주공항 인근지역인 상무신도심 지역으로 몰리고 있는데 바로 그 곁에 제1전투비행단의 영외 탄약고가 자리잡고 있어 주민들의 공포는 날로 커지고 있으며 탄약고 이전 대책위원회까지 구성하여 힘겨운 싸움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군용기 소음피해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며 더군다나 국지적인 특정지역만의 일도 아니다. 냉전시대의 청산과 더불어 국민들의 최소 환경권보장을 위해서도 과감한 소음피해저감대책들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본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전국적인 전투비행장 등에 대한 지리적 여건과 소음피해범위 등 주거생활침해 실태조사를 세밀히 실시하여 비행장 이전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중장기적 방안의 마련을 서둘러야 할 것이며 그렇지 못한 곳에 대해서는 최소한의 방음장치(방음둑, 방음림, 방음창)등을 신설하는 데 적극성을 보여야 할 것이다.

광주공항의 경우 군용기가 소음피해 영향의 90%를 차지함에도 불구하고 국방부에서는 군기지 소음대책에 대한 소극적 자세로 일관하고 있으며 이에 대해 광산구민들의 원성은 날로 심해가고 있음을 알아야 할 것이다.

녹색연합의 활동에 당신의 후원이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