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환 미군기지 환경오염조사 결과 공개 요구 행정소송

2006.06.20 | 군기지

– 미군기지 오염문제는 환경, 건강에 직결되는 문제

1967년 미국에서 처음으로 정보자유법이 시행될 때, 당시 법무장관이었던 램지 클락은 “만약 정부가 정말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것이면 국민은 정부활동의 세부적인 것까지 알아야 한다. 민주주의를 갉아먹는 가장 큰 적은 ‘비밀’이다”라고 했다. 정보에 접하고 알아야 비로소 실천할 수 있기 때문에 정보공개는 국민이 정치에 참여하기 위한 기본 권리이다.

미군기지 오염문제는 환경, 건강에 직결되는 문제- 비공개 결정 부당
지난 6월 13일, 녹색연합과 춘천시민연대는 공동으로 춘천 캠프 페이지의 한미 공동 오염조사 결과 비공개결정처분취소 청구소송을 제출하였다. 지난 2월, 춘천시민연대는 환경부가 미군과 실시한 캠프 페이지의 오염조사 결과를 공개할 것을 요구했고 환경부는 다음과 같은 근거로 비공개 결정을 내렸다.    

‘공개청구하신 내용은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제9조제1항 제1호 및 제2호)과 환경정보공유 및 접근절차 부속서 A 규정에 의하여 자료공개가 불가함을 양해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그러나 녹색연합은 “환경부가 근거로 제시한 ‘환경정보공유 및 접근절차 부속서A’는 국회를 비준을 거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 제9조제1항 제1호에서 정한 비공개가 가능한 ‘다른 법률’이라 할 수 없고, 내부지침과 같은 행정규칙을 근거로 정보를 비공개할 수 없도록 되어 있다”며  캠프 페이지의 한미 공동 환경오염조사 과정․결과의 비공개처분은 취소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환경부가 제시한 ‘정보공개법 제9조 제1항 제2호의 국가안전보장, 국방, 통일, 외교관계 등에 관한 사항으로, 공개될 경우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현저히 해할 우려’가 있는지 여부에 대해서도 반환 미군기지 환경오염조사는 이미 폐쇄된 기지에 대한 것이기 때문에 외교관계에서 파생된 사실행위이며, 공개제한으로 국민이 입는 구체적 불이익과 보호되는 국익을 비교할 때 공개하는 것이 더 타당하다는 주장이다.

2003년 한국과 미국은 미군기지 반환 시 환경정화 절차에 대한 ‘환경정보공유 및 접근절차 부속서A'(이하 부속서A)에 서명하였다. 그런데 “관련 자료는 양측 SOFA 환경분과위원장이 승인하지 않으면 언론과 대중에 공개할 수 없다”고 명시한 조항이 문제가 되어 국회의원과 시민단체들의 비판을 받아왔다.  

지금까지 정보공개청구현황 – 14건 중 2건만 공개
2005년부터 본격적으로 반환될 것으로 기대했던 미군기지가 한미간의 환경문제에 대한 인식차이로 지연되고 있지만 관련 자료는 국회에도 제대로 보고된 적이 없었다. 물론 환경부가 같은 근거로 공개를 거부했기 때문이다.  
녹색연합은 지난 2005년부터 국방부, 환경부, 외교통상부를 상대로 반환 미군기지 환경에 관한 총 14건의 정보공개신청을 하였다. 이 중에서 전체 공개된 것은 단 2건에 불과하다.
이것도 미국과의 합의서인 ‘부속서 A’ 문서공개와 외통부에서 몇 개의 기지 반환 여부를 확인해 준 것에 불과하다. 반환 미군기지의 오염조사결과와 과정은 현재 진행 중인 사항이라는 이유로 더욱 철저하게 비공개되어 왔다. 그러나 정보는 공개되어야 할 적절한 시기가 있고 그 때 더 큰 가치를 갖는다. 따라서 관련 협상이 진행 중이라는 이유 때문에 모든 자료를 차단하는 것은 지나치며, 특히, 환경오염 문제는 단순한 외교적 사안이 아니라 환경과 주민 건강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시민에게 공개되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미국이 인터넷에 공개하는 비밀 – 한국 정부는 비공개, 미국은 인터넷에 공개
주한미군과 관련된 자료는 군사시설이라서 국방 안보에, ‘미국’이라서 외교문제라는 이중 잠금장치로 보호되고 있다. 2006년 4월, 국방부에 ‘반환 대상 미군기지 중 현재 폐쇄된 미군기지 현황’을 요청했지만 국방부는 미군 병력이 철수한 기지 현황은 안보와 관련된 사항이기 때문에 공개할 수 없다고 하였다. 환경오염조사가 진행 중인 기지를 파악하기 위해 요청한 자료는 다음 이유로 공개되지 않았다.  

현재 반환되지는 않았으나, 미군 병력이 철수한 기지현황은 한반도 안보와 관련된 사항으로서,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관한법률 제9조 1항 2호에 의거 정보공개가 제한되오니 양지하시기 바랍니다.

반면 주한미군은 2005년 5월 6일, 보도자료(http://www.goodneighbor.or.kr/)를 통해 2004년 폐쇄된 기지와 2005년 반환 예정 기지를 정리해 언론에 배포했고, 해외 주둔 미군 전문지인 성조지는 더 자세히 보도한 바 있다. 또 성조지는(www.estripes.com) 2004년부터 말부터 캠프 하우즈, 스탠톤 등 파주지역의 미군기지에서 미군이 철수하는 모습을 스케치하는 기사를 자세히 싣기도 하였다. 국방부의 말대로라면, 주한미군과 미국 신문에서 한반도 안보 상황을 한국 정부와 협의도 없이 전 세계에 알리는 것 아닌가.

한국 정부가 관련 자료를 국회와 국민에게 모두 비공개하지만, 미군은 지난 4월 7일, ‘토지반환을 위한 실행 계획서’를 언론사에 배포하였다. 이례적이었던 이 보도자료는 1년 반 동안 한미간에 첨예하게 진행되어 온 반환 미군기지 환경정화에 관한 내용이었지만 미군은 발표 전에 한국 정부와 협의하지 않았다. 환경부도 이에 대해 공식적으로 ‘부속서 A’ 위반에 해당한다는 내용의 공문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2004년 녹색연합이 기지반환운동연대와 함께 ‘주한미군기지 현황보고서’를 준비할 때에도 한반도의 미군기지에 대한 자료를 얻는 데 큰 어려움을 겪었다. 어느 지역에 몇 개의 미군기지가 있는지, 그 지역의 관리권이 누구에게 있는지가 국방, 안보 사항이기 때문에 구체 현황을 공개할 수 없다고 했다. 그러나 미 국방부는 미국내외의 기지 이름, 면적, 병력 수 등을 기록한 매년 기지현황보고서(Base Structure Report)를 홈페이지에 공개하고 있다.

한미 양국 정부가 손발이 안 맞는 건지, 한국 정부가 미국의 눈치를 보는 것인지 알 수 없지만 언제까지 한국에서 비공개되는 자료들이 미국 인터넷을 통해서 공개되고, 한국 국민들은 그것을 통해 자료를 얻어야 할까.

부당한 조항 이용하는 미군도 부당
환경부가 ‘부속서 A’를 근거로 미군기지 환경관련 자료를 공개할 수 없는 가장 큰 이유는 사실 주한미군의 태도 때문이다. 주한미군 관계자는 ’한국 언론과 국민들이 미군을 제대로 이해하려 하지 않는다‘면서 언론에 어떤 사실도 알리기를 꺼려왔다. 간혹 관련 내용이 언론에 보도될 때 미군은 환경부에 강한 불만을 표시하면서 압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불필요한 오해를 사느니 아예 닫아버리자는 미군의 태도 때문에 자료 공개에 대한 ’미군측 승인‘은 하늘의 별따기와 같다.

한국군의 경우 사용 중인 기지의 오염조사 결과도 공개하고 있으며 매년 국정감사에서 한국군의 환경문제는 국회 상임위원회의 단골 메뉴가 된지 오래다. 미국도 마찬가지다. 미국 환경청이 실시하는 독성물질배출량 조사는 군사시설이라고 예외가 아니며, 미 국방부가 매년 의회에 보고하는 DERP(국방정화프로그램) 보고서에는 현재 사용 중인 기지, 과거 기지였던 곳 등의 오염조사결과와 정화 현황을 밝히고 있다. 미국에서는 지역 주민들이 자기가 살고 있는 지역 주변이 무엇 때문에 오염되는지, 오염 가능성은 없는지 알아야 하기 때문에 조사와 결과 공개를 중요하게 여긴다. 그런데 유독 주한미군의 반환 기지 오염조사 결과가 비공개 대상인 것은 상식상으로 이해할 수 없는 것이다.

이번 행정소송은 앞으로 2011년까지 62개로 예정된 전국의 반환 미군기지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 파장이 예상된다. 그러나 그 이전에 국회 등에서 ‘환경정보공유 및 접근절차 부속서A’ 개정하거나 보완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부당한 정보공개거부는 경우에 따라  알권리의 문제를 넘어, 보다 중대한 기본권 침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해야 할 것이다.

글 : 녹색사회국 고이지선 활동가 02-747-8500 antikone@greenkore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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