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서] 알맹이는 없고 껍데기뿐인 칸쿤합의

2010.12.15 | 기후위기대응

알맹이는 없고 껍데기뿐인 칸쿤합의

12월 11일, 멕시코 칸쿤에서 열린 16번째 기후변화당사국총회(COP)가 2주간의 일정을 마쳤다. 회의 결과 194개국 중 볼리비아를 제외한 193개국이 서명한 ‘칸쿤합의’가 도출되었다. 칸쿤합의는 △기후변화에 영향을 받는 개발도상국에 300억 달러 긴급 지원 △2020년까지 매년 1000억 달러의 녹색기후기금(green climate fund) 조성 △지구온도 상승 산업화 이전 대비 2도씨 이하로 낮추기 위한 긴급행동 촉구 △각국의 온실가스 감축목표 설정은 내년 총회에서 결정 △선진국은 온실가스 배출량을 향후 10년 안에 1990년 대비 25~40% 감축해야 한다는 과학자들의 권고에 주목 등을 주요 골자로 하고 있다.

그러나 △녹색기후기금을 어떻게 조성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이 합의문에 포함되지 않았으며, △온실가스감축목표는 또 다시 내년으로 미뤄졌고,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라는 과학자들의 권고에 ‘주목’은 시켰으나 이를 어떻게 구체적인 실행으로 이을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미지수다. 무엇보다 2012년 만료되는 교토의정서를 대체할 수 있는 새로운 협약의 도출 실패는 물론 교토의정서의 연장 여부조차 합의에 이르지 못한 것이 뼈아프다. 때문에 일부에서 ‘절반의 성공’이라 평하지만, 실제로는 알맹이 없는 껍데기, 속 빈 강정에 불과하다.

‘칸쿤합의’는 결과적으로 작년 실패한 협정문이라고 평가받았던 ‘코펜하겐 협정문’의 수준을 그대로 이어받은 것에 불과하며, 코펜하겐 협정문의 수준에서 단 한 걸음도 진일보하지 않았다. 2도 온도 상승 억제폭 합의, 녹색기후기금 마련 등 대부분의 발표내용이 코펜하겐 협정문에서 제시한 내용의 재탕이다. 매년 빨라지는 기후변화의 속도와 전세계의 피해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진일보한 합의 없이 시간만 흘러가는 것이 안타까울 뿐이다.

회의장 안팎에서는 지구 온도 상승 폭을 1.5도나 혹은 1도까지 맞춰야 한다는 전 세계 시민사회 단체와 민중운동 진영의 목소리가 높다. 또한 이를 위해서 대기 중 이산화탄소의 농도를 350ppm이나 300ppm까지 낮춰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협상가들의 말 장난이나 협정문의 애매한 문구 보다 더 중요한 것은 기후변화를 막기 위한 세계시민사회의 기후변화 문제에 대한 진정성이다. 각국의 정부대표단들은 더 이상 기후변화 문제를 외면하지말고, 회의장 밖에서 일어나는 대중들의 요구가 무엇인지 분명히 알아야할 것이다.

현재의 2도 상승 억제라는 합의는 모두의 목표치이지만 어느 누구의 목표치도 아니다. 이를 위한 각국의 현실적이고 즉각적인 대응 목표치와 행동이 수반되지 않는다면 이는 어떠한 의미도 없다. 이를 위한 합의는 반드시 2011년 남아공 더반에서 열리는 기후변화 당사국총회에서 반드시 합의되어야 할 것이다.

기후변화를 해결하기 위한 합의를 한 해 미루는 것이 당장은 이득처럼 보일지 몰라도 지구공멸이라는 데드라인이 분명히 제시된 상황 속에서 미루기에 급급한 모습은 훗날 더 강도 높은 대처를 가져와야할 상황을 만들 뿐이다. 째깍째깍. 시간은 계속 흘러가고 데드라인은 다가온다. 그리고 지구 안에 머무르는 한,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를 피할 길은 없다. 따라서 실제 온실가스를 감축하는 구체 행동계획이 칸쿤 합의와 상관없이, 2011년 각 국에서 진행되어야 할 것이다.

2010년 12월 13일
녹 색 연 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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