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저탄소 녹색마을 “천천히 함께 만들어가야 합니다”

2011.10.10 | 기후위기대응

저탄소 녹색마을 “천천히 함께 만들어가야 합니다”

공주시 계룡면 금대리 고(故) 정필국 이장님의 명복을 빕니다. 지난 5월, 금대리가 녹색마을 조성지로 선정되면서 마을에서 일어난 갈등이 이장님께 너무 큰 짐이 된 것 같습니다. 재생가능 에너지 생산시설 중에서바이오가스 플랜트는 가축분뇨와 음식물쓰레기 같은 유기성 폐기물을 활용하기 때문에 주민들의 이해와 참여가 매우 중요합니다. 그러나 정부가 설정한 사업기간 2년은 그런 과정을 거치기에 너무나 짧습니다. 독일 윈데마을은 마을 조성까지 7년이라는 시간이 걸렸고, 올곧이 5년을 주민들과 계획을 수립하는데 보냈습니다. 정부가 속도전으로 추진한 사업이 마을과 이 일에 뜻을 가지고 함께 했던 모든 사람들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겼습니다.

저탄소 녹색마을 만들기 사업이 흔들리고 있습니다. 월암리는 지난 5월 사업을 포기했고, 금대리도 앞일을 알 수 없습니다. 광주광역시 승촌마을도 포기를 했고, 완주군 고산면 덕암마을은 핵심 사업이었던 바이오가스 사업을 제외한 채 추진되고 있습니다. 상황이 이렇다면 정부는 돌아봐야 합니다. 정부가 이야기하는 ‘주민참여방식’과 ‘충분한 의사수렴’ 이 주민들이 원하는 것과 얼마나 큰 간극이 있었던가를 반성해야 합니다.

정부는 녹색성장위원회를 중심으로 저탄소 녹색마을 사업을 축소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그러나 잘못된 정책 실행 절차와 방향에 대해서는 수정을 하되, 이 사업의 필요성과 의의까지 훼손되어서는 안 됩니다. 기후변화와 에너지 위기 시대에 지역의 에너지 자립도를 높여나가는 저탄소 녹색마을 사업은 꼭 필요합니다. 녹색연합과 지역에너지네트워크는 정부가 저탄소 녹색마을 사업을 시설설치 중심이 아니라 사업개발 지원 방식으로 전환해 나갈 것을 제안합니다. 농⋅산촌에서 마을단위 에너지 생산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그 사업을 하고자 하는 많은 마을들이 충분한 토론과 준비기간을 거쳐 바이오가스를 활용할 수 있도록 단계적 방식으로 전환하는 것입니다. 초기 사업개발을 지원하고, 그렇게 합의를 이룬 마을에 한해 설비 지원을 하는 방식입니다.

이번 사고를 계기로 녹색연합과 지역에너지 네트워크도 스스로를 돌아보고자 합니다. 마을과 지역의 에너지 대안을 찾고자 만들어졌지만 힘겨워하는 마을과 마을 주민들과 함께하지 못했습니다. 함께 고민하고 머리를 맞대 해결책을 찾았어야 했었습니다. 뒤늦은 후회의 안타까움을 전하며 앞으로 마을에서 에너지 전환을 이루는 이 소중한 일을, 어떻게 마을에 뿌리를 내리게 할 것인지, 일을 함께 하는 과정에서 어떻게 하면 모두가 보람되고 행복해질 수 있는지를 고민하겠습니다.

2011년 10월 10일
녹색연합⋅지역에너지네트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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