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음인간이 나타났다?” 14차 기후변화당사국회 ②

2008.12.10 | 기후위기대응

“아마존 밀림은 얼마인가요?”
14차 기후변화당사국회 ②

기후변화당사국 총회의 가장 큰 목적은 세계 모든 국가가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얼마나 줄일 것인지를 논의하는 자리입니다. 주된 일정은 각국 대표단들의 회의와 다양한 기구에서 준비한 부대행사이지만, 잠시 숨을 돌리고 웃음 짓게 할 수 있는 다양한 모습들 역시 회의장 곳곳에서 눈에 띕니다. 기후변화대응에 대한 각국 정부의 보다 적극적인 노력을 촉구하는 NGO들의 다양한 퍼포먼스들도 눈에 띄고, 기후변화를 일으키는 이산화탄소 감축을 보다 효과적으로 알릴 수 있는 고민의 결과들도 보입니다. 오늘은 회의장 구석구석 자리 잡은 소소한 잔재미들을 알아보겠습니다.  



12월 9일 행사장 입구에 들어서니 십수 명의 얼음 인간들이 사람들을 맞이합니다. 그들 모두 STOP HARMING, START HELPING 이라는 문구를 몸 안에 품고 있습니다. 국제적인 NGO 중 한 곳인 옥스팜(Oxfam)에서 준비한 퍼포먼스입니다. 선진국들이 경제성장 과정에서 초래한 지구온난화에 대한 피해를 약소국들이 입고 있는 상황을 꼬집으면서 선진국들의 책임을 촉구합니다. 얼음으로 사람을 조각한 것은 녹아내리는 얼음처럼 더워지는 지구 안에서 인간 역시 위험하다는 것을 말하고자 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밖의 날씨가 추워서인지 한낮에도 얼음 인간들은 땀 한 방울 흘리지 않습니다. 그러나 사람들의 이목을 끄는 데는 성공한 것처럼 보입니다. 바쁘게 회의장으로 들어서는 사람들 모두 한 번씩 얼음 인간들을 바라보고 사진을 찍습니다.

회의장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누워있는 ‘죽어가는 거지 북극곰’은 이번 회의의 유명인사입니다. 이미 여러 외신에서 이번 기후변화총회를 보도하는 기사에서 인용되었다고 합니다. 곰은 모두 세 마리인데요. 각각 찢어진 박스에 적은 문구는 다르지만 모두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온몸으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특히 입구에 있는 곰 옆에 놓여져 있는 “돈은 필요 없다. 변화가 필요하다.”라는 문구는 짧지만 강렬하게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잘 보여주는 문구였습니다.

한국의 환경재단은 ‘기후보호시계’를 주제로 12월 9일 오전 9시 30분부터 10시 30분까지 참가자들의 사진을 찍어주는 행사를 진행하였습니다. 더워지는 지구를 형상화한 거대한 시계 가운데 뚫린 구멍으로 참가자가 얼굴을 넣으면 폴라로이드 카메라로 사진을 찍어주면서 행사에 대해 설명하는 퍼포먼스였습니다. 생각보다 다양한 국가의 많은 사람들이 행사에 참여하였으며 행사는 12월 10일 한 차례 더 진행될 예정입니다.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알리기 위한 퍼포먼스가 진행되는 한편으로 기후변화를 또 다른 기회로 삼으려는 시도 역시 보입니다. 행사장 안에 위치한 세계 무역 센터 안에는 기업들이 참가한 기후변화대응 상품 전시회가 열리고 있습니다. 가정에서 콘센트로 충전할 수 있는 전기 자동차부터 탄소로 만든 벽돌까지 다양한 생활형 상품이 전시되어 있었는데요. 사실 국내 재생에너지 관련 전시회에서 본 상품들과 크게 다른 부분은 없었습니다.
오히려 전시장 한켠의 기후변화 교육 관련 행사장에 재미있는 것들이 많았는데요.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형상화한 검은 공들이었습니다. 공들의 크기는 성인 무릎 높이만한 것부터 키를 넘는 것까지 다양했는데요. 이것들은 특정 국가의 국민 1인이 1년 간 배출하는 이산화탄소의 양을 형상화한 것이라고 했습니다. 성인키를 넘는 가장 큰 공은 미국 국민 한 사람이 1년 동안 배출하는 양으로서 약 21톤이고 무릎 높이의 공은 중국 국민 1인이 배출하는 양으로 약 4톤에 해당합니다. 한국 국민 1인의 배출량은? 미국과 비슷한 10톤입니다. 성인 눈높이 정도 될 것 같습니다.  

인류의 미래를 결정할 수 있는 회의라고 생각하면, 그러한 회의임에도 불구하고 각국 정부가 당장 눈앞의 이익에 더 비중을 두고 있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갑갑하고 답답한 자리이지만 이러한 다양한 행사와 재치들이 참가자들의 숨통을 살짝 틔워주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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