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박하게 진행되고 있는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 안 논의, 혹시나 했더니 역시나

2009.08.25 | 기후위기대응

녹색성장위원회로부터 녹색연합 측으로 연락이 왔다. 녹색성장위원회에서 8월 4일 오전 10시에 “국가 중기(2020) 온실가스 감축 목표안”을 발표할 예정이니 3일 오후 4시에 환경단체를 비롯한 시민사회 단체의 의견을 듣고 싶다는 연락이었다. 4일 오전에 발표할 정부안을 3일 저녁에 만나서 의견을 듣겠다고 하니, 환경단체의 의견을 진심으로 듣고 싶어하는 것인지 의심을 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동안 정부는 온실가스 감축 목표에 대해서 언제 발표되는지, 그 내용이 무엇인지, 그리고 감축안에 대한 논리적인 자료와 근거가 무엇인지에 대해서 전혀 자료를 공개하지 않았다. 자료가 없으니 어떤 기준으로 한국의 감축목표안이 제시될지 환경단체에서는 가히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던 상황이었다.



국가 온실가스 감축 안 시나리오, 뚜껑 열어보니
정부는 4일 발표를 통해 온실가스 감축 목표에 대한 3가지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시나리오 1은 2020년까지 2005년 기준으로 온실가스 배출전망치(BAU) 대비 21%, 시나리오 2는 27%, 시나리오 3은 30% 감축을 제시한 것이다. 이를 그림으로 보면 다음과 같다.

얼핏보면 최대 30%까지 감축이니 잘 모르고 보면 꽤 많이 감축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그러나 정부의 시나리오에는 유심히 보지 않으면 보이지 않는 여러 논란이 들어있다. 정부의 발표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쟁점은 크게 세 가지다. 이는 바로 ‘BAU 전망치’에 대한 논란, ‘개도국 지위’에 대한 논란, 그리고 마지막으로 ‘기준년도’에 대한 논란이다.

[BAU 대비 논란]
가장 뜨거운 논란 BAU 대비 전망치

우선 BAU 대비 전망치가 무엇을 뜻하는지 살펴보자. BAU는 Business As Usual 의 약자로, 현재 우리나라가 배출하는 온실가스양의 미래 전망치를 인구성장률과 GDP, 물가상승률, 그리고 유가 상승폭 등을 고려하여 예측하는 것을 말한다. 이는 말대로 미래에 우리가 소비하는 에너지 양을 ‘예상’하고 그에 따른 온실가스 배출량을 ‘예측’하는 것이기 때문에 과연 미래의 전망치를 정확하게 예측하는 것이 가능한 것일까 라는 논란이 있다. 또한 BAU를 높게 적용할 경우 크게 노력하지 않아도 더 많이 감축하는 것으로 비춰질 수 있는 효과가 있다. 이해를 쉽게 하기 위해서 간단한 수치를 들어 설명해보면 다음과 같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의 2005년 온실가스 배출치가 100이라고 했을 때 2020년 온실가스 배출 전망치가 200 정도는 될 것이라고 예상 한 경우와 300 정도는 될 것이라고 예상 하는 경우를 생각해보자. 여기서 계산을 쉽게 하기 위해서 우리 정부가 2020년 국가 온실가스 배출목표치를 150에 맞췄다고 가정해보자. 2020년 배출전망치가 200 일거라고 예상했다면 목표치에 맞춰서 50을 줄이면 된다. 그러나 300일거라고 예상했다면 150을 줄여야 한다. 결국 똑같이 150에 맞춰서 감축하는 것임에도 배출 전망치를 높게 잡을수록 감축량은 더 높아진다. 즉 전자의 경우 200에서 150으로 맞추는 것이므로 25%를 감축하는 것이고, 후자의 경우 300에서 150으로 맞추는 것이므로 50%를 감축하는 것이 된다. 따라서 한국은 국제사회에 다음과 같이 얘기할 수 있다. “한국의 온실가스 배출 전망치(BAU)를 계산해보니 2020년까지 300이 나왔다. 따라서 2005년 대비 50%까지 줄이겠다.” 그러나 실제로 2020년의 배출전망치(BAU)가 300이 아니라, 200정도에 그친다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 실제로는 25%를 감축하지만 겉으로는 50%를 감축했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이다.

실상이 이러하니 정부와 산업계는 안간힘을 쓰고 BAU를 높게 예측하기 위해서 애를 쓰고 있다. 이미 정부는 산업계와의 미팅을 수차례 한 것으로 보이는데, 이는 13일 공청회에서도 잘 들어났다. 녹색성자위원회는 정부 발표가 있기 하루 전날인 3일 오후 환경시민단체와의 간담회에서 ‘산업계와의 만남은 없었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13일 정부 공청회에서 들을 수 있었던 “BAU 설정할 때 기업 측의 의견을 많이 들어줘서 고맙다(산업계 대표 패널 발언)”, “산업계 측의 도움이 없었다면 오늘 이 자리는 성사되지 않았을 것이다.(녹색성장위원회)” 등의 발언을 고려하면 정부와 산업계 측간의 사전에 충분한 의견과 자료가 오고간 것으로 보인다. 산업계와 정부의 긴밀한 협조 속에서 고무줄처럼 늘어났다 줄어드는 것이 바로 BAU 전망치이다.

온실가스 배출량이 매년 2.1% 씩 증가한다고? 발표 근거 너무나 빈약하고 신빙성 없어
우선 정부가 4일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우리나라는 온실가스 배출량 전망(BAU)이 2005년 기준으로 매년 2.1%씩 증가하여 2020년경에는 한해 온실가스 배출량이 8억 1천 3백만 톤 CO2 에 달하는 것으로 예측했다. 그러나 과연 이 2.1%씩 증가라는 수치가 얼마나 신빙성이 있는지에 대한 논란이 한창 진행 중이다. 우선 비교해 볼만 자료는 정부가 불과 1년 전에 발표한 ‘1차 국가에너지 기본계획(2008-2030)’ 이다. 2008년 국무총리실과 기획재정부, 교육과학기술부, 외교통상부, 지식경제부, 환경부, 국토해양부가 모여서 국가의 향후 20년의 에너지 기본 계획을 발표 했는데 이 자료를 보면 BAU 전망 배출치를 1.6%로 적용했다. 물론 1.6% 라는 수치역시 그 당시 큰 논란을 일으킨 수치였다. 그러나 비교를 위해서 우선 이 수치를 그대로 적용한다면 2020년 온실가스 배출량은 8억 1천 3백만 톤 CO2가 아니라 7억 4천 5백만 톤 CO2 가 된다. 또한 전년대비 온실가스 배출량 증가폭이 2004년 1.4%, 2005년 0.7%, 2006년 0.9%에 불과해 정부가 이번에 발표한 ‘매년 2.1% 증가’에 대한 논거가 더욱 더 부족한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자료 검토를 위해 검토위원회를 만들어 리뷰를 받았고 검토위원은 덕망있는 인물들을 초대했다’라고 밝히고 있으나 그 덕망있는 분들이 누구인지는 공개하지 않았다.

[개도국 지위 논란]
한국은 세계 9위의 온실가스 배출국가, 우리나라는 과연 개도국인가?
지난 97년 교토의정서가 체결되고 난 후, 전 세계는 ‘공동의 책임 차별화된 노력’이라는 온실가스 감축 목표의 원칙을 정하고 1990년 대비 평균 5.2%의 온실가스 감축의무를 지고 있다. 실질적으로 감축의무를 지고 있는 나라는 Annex 1국가로 분류되어 교토의정서 1차 공약기간( the first phase)인 2008년부터 2012년까지 5년간 각 나라별 감축 할당 분을 채워야 한다. 1997년 교토의정서가 체결된 당시 우리나라는 IMF 경제한파로 국가적인 경제위기 상황에 놓여있었던 경제상황과 인구, 에너지 소비량 등과 같은 것들이 고려되어 선진국 국가 기준인 Annex 1 국가 분류에서 제외되어 Non Annex 1(개발도상국) 지위를 받았다. 그러나 10여년이 지난 지금 한국은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으로 성장했고 경제규모 또한 이미 개발도상국 지위를 벗어났다고 스스로 자부하고 있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오는 12월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열리는 기후변화 당사국 총회 COP 15에서 과연 한국이 여전히 개발도상국 지위를 유지하며 감축의무를 지지 않게 될 가능성은 매우 낮다. 올해 기후변화 당사국 총회 COP 15에서는 2차 의무이행기간(2013~2017년)에 대한 새로운 감축 방식과 국가지위를 논의할 것으로 예정되어 있기 때문에 한국과 같이 OECD 국가이면서 감축의무가 없는 나라에 대한 새로운 감축 방식이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이미 38개의 의무감축국가가 국가적 차원의 온실가스 감축 노력을 진행하고 있는 상황에서 세계 9위의 온실가스 배출국가인 한국은 어떠한 노력을 해야 하는 것인가.

획기적이라고? 정부에게 기후변화에 대한 진정성이나 책임감이 안 느껴져
한국은 온실가스 배출량 증가에 있어서 가히 세계 최고수준을 기록하고 있는데, 온실가스 배출량이 1990년 약 3억 t에서 2006년 약 6억 t으로 늘어나 약 101.1% 증가율을 보이고 있어 증가 속도로 따지면 OECD 국가 중 1위를 기록하고 있다. 또한 1인당 배출량은 9.9톤 CO2로 세계 평균의 2배가 넘어 지난 백년간 22위, 최근 10년간 11위를 기록하고 있다. 역사적 책임을 이야기 할 때 인용되는 온실가스 누적배출량 또한 그린피스(2009 America’s Share of the Climate Crisis)에 의하면 1960년부터 2005년까지 기준으로 세계 16위에 해당한다. 또한 독일 재생가능에너지 산업연구소(JWR)에 의하면 2008년 6억 6350만 톤을 배출하여 캐나다(6억 5830만 톤)과 영국(5억 8180만 톤)을 뛰어넘어 세계7위의 온실가스 배출국가로 발표되었다.

정리해보면, 현재 38개 국가가 감축 의무를 지고 감축 노력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온실가스 배출량 세계 9위, 배출량 증가 속도 OECD 국가 중 1위, 1인당 배출량 22위, 누적 배출량 기준 세계 16위인 한국이 과연 개발도상국의 지위를 받을 수 있을 것인가. 그러나 녹색성장위 발표자료에는 “EU가 개발도상국에 권고하는 BAU 대비 15~30% 감축 안”을 총족했기 때문에 획기적이라고 자찬하고 있다. 기후변화에 대한 국제적 책임과 역사적 책임은 결국 제로섬 게임과 같다. 지구가 감당할 수 있을 정도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서 우리나라가 줄이지 않으면 다른 나라가 그 만큼 더 많이 줄여야 한다는 것이다. 과연 이러한 자찬이 12월 기후변화 당사국 총회에서도 통할 지는 의문이다.

[기준년도 논란]
기준년도 2005년 적절한가?
정부 발표에 의하면 2005년도를 기준년도로 보고 있다. 2015년 기준년도는 교토의정서에 약속된 선진국들의 기준년도인 1990년과 15년 차이를 보이고 있는데, 과연 적절한지에 대한 공론화와 토론이 필요하다. 지난 1990년과 2005년 사이 한국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2억 9천 8백만톤에서 5억 9천 4백만 톤으로 99.4% 증가해 거의 두 배의 증가치를 보였다. 따라서 정부는 그간 증가된 온실가스 엄청난 온실가스 배출량 증가율 때문에 기준년도를 최대한 늦출 수밖에 없다는 논리이다. 그러나 현재 발표된 2005년 기준년도 대비해서 BAU 대비 최대 30% 감축 시나리오는 기준년도를 1990년에 두었을 경우 실제로 엄청난 증가를 의미한다. 시나리오 1을 적용할 경우 1990년 대비 2020년 115% 증가, 시나리오 2는 98%, 시나리오 3은 91% 증가이다. 결국 ‘BAU 대비’ 개념과 ‘2005년 기준년도’를 적용하면서 수치상으로 최대 30% 감축이라는 결과를 내올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EU의 경우 1990년 기준 2020년까지 20% 감축, 영국은 1990년 대비 2020년까지 34% 감축, 독일은 1990년 대비 40% 감축, 프랑스 1990년 대비 20% 감축, 캐나다 1990년 대비 3% 감축, 일본 1990년 대비 8% 감축(민주당의 경우 25% 감축)을 목표 안으로 삼고 있다. 우리나라와 온실가스 배출량이 비슷한 호주의 경우 최근 9월에 2020년까지 2000년 수준의 25% 감축을 국가 중기 목표치로 밝힌바 있다.

기후변화 대응, 늦어질수록 결국엔 더 크게 손해 볼 것
국제사회는 이미 기후변화의 심각성에 대해서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또한 그로 인해 펼쳐질 미래 지구의 위기에 대해서 나름의 준비체계를 다지고 있다. 정부는 대응이 늦어질수록 더 많은 고통을 국민들이 감내해야 한다는 것을 깨닫고 협상을 위한 정치적인 대응보다는 지구가 버텨낼 수 있는 배출량을 고려하여 보다 더 현실적인 대응을 하기를 바란다. 또한 산업계 측에서도 단기적인 이익이나 시장상황만을 고려하기 보다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기후변화 문제를 바라보기를 바란다. 향후 20~30년 동안만 기업활동을 할 것인가. 경제가 어렵다는 이유로, 단기적 이익에 손해가 온다는 이유로 차일피일 미뤄서 늦장대응을 하거나 우리가 아무대응을 하지 않고 향후 10년 동안 현재와 같은 산업활동을 지속한다면 머지 않은 미래에 지구는 인간이 감내하기 힘들 정도로 무서운 반격을 할 것이다. 지금 정부의 감축안은 BAU 대비 개념과 기준년도에 대한 통계적 논란으로 사실 별다른 노력을 하지 않아도 2020년에 자연스럽게 달성할 수 있는 수준의 목표치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더 늦기 전에, 더 많은 감축을, 그리고 더 빠른 시간 안에 실효성 있는 감축을 해야 한다. 지금 당장 시작해도 우리에게 여유는 없다.

글 : 손형진 (녹색연합 기후에너지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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