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식지] 기후위기 시대, 우리가 행동해야 하는 이유

2020.01.01 | 기후위기대응

2019년 끝자락에 카페 앉아 있다. 가로수 나무에서 노란 잎이 떨어지고, 6차선대로 위 차들은 쌩쌩 달리고, 사람들은 추운지 걸음이 빨라졌다. 한참을 창밖을 내다보다 글을 쓴다. 평화로운 일요일 오후에 거대한 지구에서 일어나는 기후위기에 대해 쓰려니, 뭔가 비현실적이다. 그러게…. 모두 먹고살기 힘든데 어떻게 기후위기까지 챙기며 살 수 있을까…. 그런데 그렇게 둔감했던 끝에 우리도 모르는 사이 기후재난 급행열차에 올라타 있다.

이 시대를 사는 사람들은 지구 역사를 통틀어 가장 많은 화석에너지를 태우고, 온실가스를 배출하고 있다. 과학자들에 따르면 산업화 이전과 비교해 지구 평균 기온 1도가 상승했다. 1도 상승한 지구에서 여름철 북극 해빙의 절반이 녹아내렸다. 알래스카에서 가장 두꺼운 빙하인 타쿠 빙하조차도 녹기 시작했다. 영구 동토층에 녹으면서 메탄가스도 배출된다. 메탄가스는 이산화탄소보다 23배 더 강력한 온실가스다.

이대로 가면 20여 년 안에 1.5도를 넘어설 수 있다. 1.5도 상승한 지구에서는 전 세계 산호초 소멸 가능성이 70~90%이고, 북극에 떠 있는 해빙은 100년에 한 번 빈도로 완전 소멸한다. 가뭄과 폭염, 슈퍼태풍과 홍수, 해수면 상승은 몇 배씩 강해지거나 잦아지고, 식량난과 물 부족, 기후난민은 급증한다. 먼 미래가 아니라 짧게는 10년 내 길게는 20년 이내에 닥칠 현실이다. 그러니 기후위기에 후손들, 손자 손녀, 아들, 딸, 미래세대, 이런 이야기 그만하자. 지금 바로 나의 생존이 달려있고, 지금 내가 해결해야 하는 문제다.

그래서 어떻게 해야 하나? 2018년 IPCC 1.5도 특별보고서에 따르면 지구 온도 상승을 1.5도 이상 오르지 않도록 하려면 적어도 2030년까지 지금 배출하는 양의 절반을 줄이고, 2050년에는 순 배출량을 ‘0’으로 만들어야 한다. 순배출량이 ‘0’이라는 것은 배출량을 최소로 줄이고, 배출되는 온실가스는 숲이 흡수하거나 저장하든지 해서 ‘0’으로 만드는 것을 의미한다.

온실가스의 70% 이상이 이산화탄소이다. 이 말은 곧 10년 이내에 우리가 사용하는 화석연료 사용량을 절반을 줄이고, 30년 후에는 사용을 멈춰야 한다는 것이다. 화석에너지는 곳곳에 스며들어있다. 산업생산 활동의 원동력이고, 모든 건물의 냉·난방·조명에 필요하고, 비행기, 선박, 차량을 움직인다. 전기도 상당량을 화석연료로 생산한다. 이 모든 것에서 화석에너지의 흔적을 덜어내려면 사회와 경제, 세제와 정부 구조를 통째로 바꿔야 한다. 기후위기는 오래전에 개인의 절약 실천에 기댈 단계를 넘어섰다.

2017년 한국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역대 최고치를 찍었다. 온실가스 배출량이 전년보다 2.4% 늘어난 7억914만 톤이다. 1.5도를 지키려면 2030년까지 3억 톤 가까이 줄여야 한다. 모든 시민이 우리의 목표를 인식해야 행동에 나설 수 있다. 어쩌면 전대미문의 기후위기 앞에서 가장 필요한 것은 위기를 위기로 받아들이는 ‘깨달음’일지도 모른다.

전 세계에서 먼저 깨달은 자들의 급진적인 행동이 이어지고 있다. 4월 22일, 영국의 ‘멸종 저항(Extinction Rebellion)’은 더 긴급한 기후위기 대응을 요구하며 자연사 박물관 점거에 나섰다. 스웨덴의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는 청소년들의 기후행동을 촉발해 ‘미래를 위한 금요일’ 시위에 150만 명이 참여했다. 9월 UN 기후정상행동회의가 열린 뉴욕에서는 100만 인파가 기후파업에 나섰다. 영국의 콜린스 사전은 2019년 올해의 단어로 ‘기후파업’을 선정했다. 세계 24개국 1,185개 도시가 ‘기후비상선언’을 하고, 기후위기 대응을 최우선 과제로 끌어올렸다.

EU를 중심으로 석탄발전소 완전 폐쇄 연도를 2030년 이내로 설정하고, 주요 국가들이 내연기관 차량 퇴출연도를 발표하고 있다. 네덜란드와 노르웨이는 2025년, 인도와 독일은 2030년, 영국과 프랑스는 2040년으로 내연기관 차량의 생산, 판매, 등록 금지를 결정했거나 법제화를 앞두고 있다. 탄소세, 육류세, 비행세 등 화석연료와 육식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고 있다. 기후위기 대안으로 ‘그린 뉴딜’ 바람도 불고 있다. 그린 뉴딜은 2050년 배출 순제로를 목표로 모든 사회의 자원과 역량을 총동원하는 과정에서 일자리를 만들고,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며 불평등을 해소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세계가 기후위기 대응에 집중하고 있지만, 한국은 멈춰있다. 지레 10년 이내에 절반을 줄이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단정해 버린다. 온실가스를 줄이지 않아서 닥칠 10년 뒤의 위험과 재난 보다, 전환의 과정에서 지불해야 할 비용을 걱정한다. 지금 우리에게 절실한 것은 기후위기가 ‘인간’을 포함한 모든 생물종을 멸종시킬 만큼 급박하다는 인식을 확산하는 것이다.

9월 21일, 7,000여명의 시민들이 기후위기비상행동에 참여했다. 먼저 위기 ‘신호’를 감지한 이들이 기후시위를 기획하고 시민들을 참여시키는 일, 그리고 모든 영역에서 화석에너지로부터 탈출할 전략과 행동을 기획해야 한다. 2020년 깨어있는 시민들의 행동만이 우리 사회를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본궤도에 올려놓을 것이다.

글. 이유진(녹색전환연구소 연구원, 녹색연합 전문위원)

 

 

 

 

 

 

이 글은 녹색희망 특별호 269호 <기후변화의 증인들>에 실린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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