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식지] 증인1 – 꽉꽉하고 찍깍했던 제주바다의 어제와 오늘

2019.12.23 | 기후위기대응

해녀 김해숙님은 일곱 살 때부터 어머니를 따라 바다 일을 거들다 15살부터 본격적으로 물질을 시작해 47년 동안 바닷속을 드나들었다. 현재 제주시 우도면 비양동 부녀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기록자 : 이혜영(제주생태프로젝트 오롯)

 

(왼쪽은 증인으로 참석한 김해숙 님, 오른쪽은 기록 및 전달자 이혜영 님이다.)

이혜영 : 꽉꽉하고 찌깍했던 어제의 바다를 전하려 해녀 선생님을 소개하러 온 이혜영이라고 합니다. 반갑습니다. 지금 제주 바다는, 사실 제주바다 뿐만 아니라 한반도 어느 바다 할 것 없이 작게는 36%, 많게는 50%까지도 하얗게 석회화되는 갯녹음 현상이 진행되는 상황이에요. 제주도가 있는 남해는 지난 40년 동안 수온이 꾸준히 올라가고 있습니다. 세계에서 수온 상승이 가장 빠른 나라가 바로 대한민국입니다. 최근 50년 사이에 세계 연평균 수온이 0.48도, 그것도 적지 않은데 우리나라는 무려 2.6배 더 높은 1.23도에 달하는 수온상승을 보이고 있어요. 수온상승이 가지고 오는 가장 바탕이 되는 파괴의 문제는 바로 해초와 해조류 파괴입니다. 해조류들은 수온변화에 굉장히 민감합니다. 저희는 대기 중에 살고 있으니까 온도변화와 기상재난에 민감하죠. 한편 바닷속 수온 변화는 잘 알지 못하고 피부로 느끼지 못하지만 해초들에게는 완전히 다른 문제죠. 예를 들어 미역은 10도에서 23도가 자랄 수 있는 온도예요. 그 이상의 온도가 되어 버리면 미역은 녹아 없어져 버립니다. 그리고 제주도에 몸국으로 알려진 모자반이 있는데요, 어린 물고기들의 생장터로 바다 생태계의 근본을 이루는 모자반 숲도 25도 이상이면 모두 사라집니다. 최근 기상청에서 발표한 내용을 보면 수온 25도 선이 해마다 굉장히 빠른 속도로 북진하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과연 지난 50년 간 바닷속 수온이 오르는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을까. 이 이야기는 지난 50년 동안 바다에서 물질을 해 오신 제주 해녀 김해숙 님을 모시고 들어보도록 하겠습니다.

김해숙 : 안녕하십니까. 의상이 조금 특이하죠? 70년도에 스펀지 옷이 안 나왔을 때 입었던 해녀복, 물의상입니다. 밑의 것은 소중이라고 합니다. 위의 것은 적삼이라고 합니다. 저희 어릴 적에 어머니가 만들어줘서 70년도에 이런 옷을 입고 작업을 했었습니다. 저는 제주도에서도 제일 동쪽 끝 섬, 굉장히 아름다운 섬 우도라고 거의 다 아시죠. 연간 200만이 드나드는 섬에서 해녀를 천직으로 알고 계속 바다에 드나들며 물질을 해왔기 때문에 증인의 자리에 서게 된 것을 영광으로 생각하며 증언해 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이혜영 : 제주에서 삼춘이라는 호칭을 들어보신 분이 계실 거예요. 제주도에서 삼춘은 어른을 존경하고 다정하게 부르는 남녀 구분이 없는 호칭이에요. 그래서 저는 해녀삼춘, 혜숙이 삼춘이라고 부르면서 삼춘과 이야기 나누도록 하겠습니다. 삼춘, 어린 때 본 바당 소곱 모습 좀 고라줍서예.

김해숙 : 제가 어릴 적 7살 때부터 바다를 놀이터로 생각하고 드나들며 해녀 일을 배웠습니다. 옛날에는 바다에 가면 풀이 있었습니다. 산에 풀이 나듯이 여러 가지 바다 속에도 풀이 있어서 저희가 고동을 하나 잡든가 오분자기, 전복을 하나 잡으려면 그 풀을 헤쳐야만 숨은 것을 잡았는데 지금은 바다가 깊은 데까지 백화현상이 있어서 소라가 다 속이 차지 않아 먹을 게 없는 둥글둥글한 것들만 생산되고, 먹이를 찾아 나가는데 먹이가 없어서 돌이 됩니다. 다 돌이 되는 환경이 되었습니다.

이혜영 : 삼춘, 물질은 몇 살 때부터 배워서 하기 시작했습니까?

김해숙 : 제가 물질은 7살~10살, 학교 다니면서 학교 조퇴하고 미역이나 천초들을 캐야만 생활이 돼서, 그때는 어려웠기 때문에 물질을 배웠고요. 해녀를 본격적으로 한 것은 17살, 고금산 일대 섬까지 타지로 출항해녀를 했습니다.

이혜영 : 꽉꽉하다는 말은 제주 말로 어떤 뜻이지예?

김해숙 : 꽉꽉했다는 것은 풀이 많이 나 있다는 말입니다.

이혜영 : 풀이 많다는 말씀이시죠?

김해숙 : 해초가 꽉 차 있다는 말입니다. 몇 년 전부터 모자반이 거의 없어지는 실태예요. 옛날에는 모자반, 또 고지기 등 풀 종류가 바다에 들어가 보면 셀 수 없이 많았습니다. 딱딱한 풀도 있고 길게 자라는 풀도 있고 그 속에는 고기들이 살며 알을 낳고 나갑니다. 알을 낳고 나가면 우리는 재미로 알을 다 주워 먹던 시절이 있었는데 지금은 알을 낳을 곳이 없으니까 고기가 아예 안 옵니다. 작업을 하면서 몇 미터 나가 봐도 고기는 거의 볼 수 없고 피라미 같은 어랭이, 작은 고기들만 바다에 조금 있습니다.

이혜영 : 그렇게 좋았던 바당이 지금은 삼춘 물질하고 했던 40~50년 사이에 어떻게 변화하는지 그 모습도 말씀해 주세요.

▲ 과거 제주의 바다에는 산호와 해초 사이에 작은 물고기들이 가득하다.

▲ 백화된 지역에는 성게들만 남아있다.

김해숙 : 옛날에는 풀이 나면 바다가 벌겋게 보일 정도로 진짜 풀이 꽉꽉 찼어요. 그런데 이제는 가면 아주 훤해요 소라가 생산돼도 금방 다 잡아버려서 겨울에는 잡을 게 없어요. 그냥 나뒹굴어요. 퍼석퍼석한데 불쌍해요. 어패류들이. 살아 있는 것은 성게들 뿐 입니다. 성게는 바다에선 해적 같아요. 백화현상 일어난 데엔 성게만 있어요. 태풍이 불어 바다가 한 번씩 뒤집져야 돌이 깎이고 거기에 해초들이 박혀 미역도 나고 우뭇, 천초도 나고 모든 해산물이 자라는데요. 몇 년간 태풍도 없었어요. 바다는 이미 죽어가고 있어요. 옆에서부터 가에서부터 먼바다까지 먼지투성이고요. 올해 큰 태풍이 세 번 지나가서 바다가 조금 정화되지 않았을까 기대를 해보고 있습니다.

이혜영 : 삼춘, 제주도에서 발표한 자료를 보면 모자반, 톳, 오분자기, 전복 등의 해조류, 어패류가 생산량이 지난 40년 동안 계속 떨어진다는데요, 삼춘께서 말씀하셨듯이 모자반이나 톳 같은 해초들, 풀들, 해녀 삼춘들은 풀이라고 하시는데 기초생태계(풀)가 사라지니까 오분자기나 전복 등이 그걸 먹고 자라는데 연쇄적으로 생태계가 붕괴되는거죠. 지금 제주도에는 제주 도심지에서 오른쪽에 있는 삼양화력발전소, 화순화력발전소, 한림화력발전소 등이 전기를 공급하는데 온배수 문제가 지구 온난화, 기후변화로 바다 수온이 올라갔을 때 어떤 모습인지 보여주는 미래을 보여주는 게 아닌가 생각됩니다. 삼춘, 삼양화력발전소 근처에 시집갔을 때 물질 오래 했다고 들었습니다.

김해숙 : 저희 애들 아빠가 발령이 나는 바람에 제주시에 가서 화력발전소의 바로 옆에서 물질 작업을 한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그 발전소에서 나오는 뜨거운 물이 길이 났다고 합니다. 길이 쫙 나서 그 옆에는 거의 다 죽었고 파도치는 밭, 물가 톳 나는 바위에만 소라가 생산됩니다. 다른 것, 전복 등은 다 죽었고 소라와 성게가 거기에서 생산되는데 그 생산된 소라도 몇 미터 못 나가서 다 돌덩어리가 됩니다. 석회가 붙어서 알은 조그맣고 들고 쳐 보면 알이 없어서 달각달각 소리가 날 정도로 생산된 소라도 먹을 것이 없어요.

이혜영 : 화순 화력발전소가 있는 화순의 양순녀 할머니께서 말씀해 주신 건데요. 온배수가 바닷물을 끌어들일 때 고기 알, 소라 알의 알맹이들이 다 쓸려 들어가는 거예요. 그래서 작은 생명들이 사람도 뜨거워서 헤엄쳐 올 수 없는 바다에 어떻게 살아가겠냐고 하셨어요. 화순의 금모래 해변은 발전소가 증설이 결정되어서 그 바다는 앞으로 살아나갈 수 없는, 해녀들이 더 이상 물질할 수 없는 바다로 금모래 해변도 폐쇄될 마지막 해변의 모습을 남겨놓고 있는 상황입니다. 마지막 말씀으로 화순에 계신 박영추 할머니께서 같이 오지 못했지만 말씀해 주신 것을 읽어드리겠습니다.

“물에 들어 영 보면 산에 소나무가 막 충이 들어 죽어가난 그거랑 같으구나. 그 생각이 난 게 자연이 죽으면 사람도 죽어. 살 수 없잖아요. 바다의 해초가 없으면 고기도 못 살듯이 산에도 마찬가지라. 자연이 없으면 사람도 다 죽어. 작은 거부터 죽어가다 차차 큰 것들까지 큰일이라. 잘 살수록 쓰레기 천지 아니, 제주도”

 

 

 

 

 

 

 

2019 그린컨퍼런스 연사들의 발표를 발췌하여 정리한 내용입니다.
녹색희망 특별호 269호 <기후변화의 증인들>에서 관련내용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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