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GO 칼럼]지구를 지키는 기후영웅들

2009.04.14 | 기후위기대응

[NGO 칼럼]지구를 지키는 기후영웅들

슈퍼맨 원더우먼 배트맨 스파이더맨 … 모두 지구를 지키는 영웅들이다. 이 영웅들이 실제로 있다면 인류가 직면한 가장 큰 위기인 기후변화로부터 지구를 구할 수 있을까? 북극이 녹아내리고, 해수면이 상승하고, 기상이변이 속출하는 지금 상황에선 ‘힘이 센’ 슈퍼 영웅들이 필요한 것이 아니다.

지구온도의 상승은 과도한 화석연료 사용과 숲의 파괴에 있다. 우리가 매일 사용하는 화석연료에서 발생한 이산화탄소가 지구에 온실효과를 일으키고 있다. 그래서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영웅들은 일상생활에서 온실가스를 줄이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이다.

지난 3월 28일 토요일 오후 8시 30분. 온 세계가 ‘지구시간’을 지키기 위해 어둠에 빠져들었다. 83개국 2400여개 도시의 불이 꺼졌다. 지구시간은 3년 전 시드니에서 지구에 한 시간이라도 휴식시간을 주기 위해 ‘전등을 끄자’며 시작한 캠페인이다. 당시 시드니 시민 220만명이 불을 꺼 평소 전력 소비량의 10.2%를 줄였다. 올해에는 무려 1억명이 자발적으로 불을 껐다. 처음 이 행사를 제안한 사람들, 또 기꺼이 불을 끄고 어둠을 택한 1억명의 지구인들. 이들이 모두 지구를 구하는 ‘기후영웅’들이 아닐까?

2년 전 당산초등학교에서는 안전문제로 자전거 등교를 금지했다. 이 학교 5학년 2반 아이들은 건강에도 좋고, 지구에도 좋은 자전거를 어떻게 하면 안전하게 탈 수 있을까를 의논했다. 아이들이 찾은 답은 자전거 도로였다. 반 아이들이 돌아가며 서울시 홈페이지에 “안전한 자전거길을 만들어달라”는 글을 남기기 시작했다. 마침내 당산초등학교 앞길에 자전거도로가 생겼고, 아이들의 이야기는 책으로 만들어졌다. 교통에서 온실가스 발생을 줄이는 자전거를 선택한 당산초등학교 5학년 2반 아이들도 자랑스러운 기후영웅들이다.

우리 주변에도 기후변화를 막기 위해 행동하는 작은 영웅들이 있다. 10년 준비 끝에 한겨울 난방연료 없이 지낼 수 있는 ‘에너지제로하우스’를 건축한 사람, 강동구청 청소차량 연료로 폐식용유를 정제한 바이오디젤을 사용하게 만든 공무원, 정장 한벌의 ‘탄소발자국’ 라벨표시를 위해 공장까지 찾아가 에너지사용량 자료를 구한 회사원, 강의가 끝난 빈 강의실을 돌며 일일이 불 켜진 강의실의 스위치를 내리는 대학생들.

그러나 정부는 자꾸 기후변화 시대 새로운 영웅은 ‘원자력에너지’라고 주장한다. 정부는 원자력발전소를 2022년까지 12기를 더 건설해 기후변화에 대응한다고 발표했다. 원자력발전은 기후변화로부터 지구를 지키는 영웅이 아니다. 기후변화를 막으려다 그 보다 더 큰 사고 위험과 세계 어느 나라도 영구처분법을 마련하지 못한 ‘고준위핵폐기물’ 문제를 떠안아야 할지도 모른다. 우라늄이 고갈 자원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원전 건설과 폐기에 들어가는 돈을 재생가능에너지에 투자하는 것이 옳다.

정부가 할 일은 생활 속에서 온실가스를 줄이기 위해 노력하는 작은 기후영웅들을 정책을 통해 지원하는 일이다. 이를 테면 유럽연합(EU)의 ‘20-20-20’ 계획과 같은 비전을 제시하는 것이다. 유럽연합은 2020년까지 에너지 소비를 20% 줄이고, 재생가능에너지 비율을 20%까지 늘리고, 온실가스 배출량을 20% 줄이는 정책을 실시하고 있다.

정부가 에너지 세제를 기후 친화적으로 바꾸고, 에너지 가격을 에너지 효율과 환경비용을 반영해 적정수준으로 조정해야 한다. 재생가능에너지 확산을 위해 발전차액 지원제도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 또 에너지수요 관리를 위한 목표와 실행계획을 수립하고,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명확하게 제시해야 한다.

기후변화 시대, ‘원자력’에 의존하기보다 우리 모두가 ‘기후영웅’이 되는 것은 어떨까?

이유진 (녹색연합 기후에너지국장)

<내일신문 4월 13일 기고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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