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탄소 녹색마을 600개 조성’ 정책 개선방향

2010.04.06 | 기후위기대응

에너지 위기와 기후변화 시대를 맞아 우리가 살고 있는 마을을 녹색마을로 만들기 위한 노력이 곳곳에서 진행되고 있다. 정부는 2020년까지 전국에 걸쳐 에너지 자립도를 40% 가까이 끌어올린 ‘저탄소 녹색마을’을 600여 곳에 만들 계획이다. 그렇다면 모든 지자체가 지역에서 ‘저탄소 녹색마을’을 만들 준비를 시작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1. ‘저탄소녹색마을’ 만들기에 대한 비판적 검토
농촌의 에너지 문제가 심각하다. 기후변화가 문제가 아니라 자고나면 올라있는 기름 가격이 농민들에게 당장 부담으로 다가오고 있다. 겨울 난방에다 비닐하우스 가온, 각종 농기계에 들어가는 경유까지 화석연료가 안 쓰이는 곳이 없다. 그래서 정부가 내놓은 해답은 ‘저탄소 녹색마을’이다. 마을에서 폐자원과 바이오매스를 이용해 직접 에너지를 생산하는 것이다. 정부는 2010년부터 도시와 도농통합지역, 농촌, 산촌에 부처별로 특성을 살린 ‘저탄소 녹색마을’을 시범적으로 만들고, 2020년까지 600개로 확대한다는 야심찬 계획을 세웠다. 그리고 2012년까지는 시범 사업을 진행한다.

현재 4개 지역에서 시범사업 대상지가 선정되었다. 행안부는 공주시 월암마을을 시범지역으로 정했다. 환경부는 광주시 승촌마을을, 산림청은 봉화군 서벽리를, 농식품부는 완주군 덕암마을을 택했다. 선정된 마을에는 1~2년 사이에 50억에서 많게는 146억까지 사업비가 지원된다. 마을 유형에 따라 명칭이 다르지만, 산림청이 목재펠릿을 활용할 뿐 나머지 행안부, 환경부, 농식품부는 모두 유기성폐기물을 이용한 바이오가스 플랜트를 주로 설치한다. 그런데 정부가 이렇게 많은 예산을 투입해 마을에 재생가능에너지 시설을 설치하는 것이 ‘저탄소 녹색마을’을 만드는 바람직한 방향일까?
우리정부가 추진하는 저탄소 녹색마을에는 ‘주민’이 없다. 그저 사업 추진하는 동의서에 도장 찍고, 바이오가스 플랜트 설치하는데 마을 부지를 내주는 정도로는 안 된다. 주민들이 에너지를 생산하고, 사용하는 일에 참여해야만 한다. 그렇게 주민 참여의 공간을 마련하는데 있어 사업 기간 2년은 너무나 짧다. 당장 부지 정하고, 업체 계약해서, 시설공사 들어가기도 부족한 시간이다. ‘윤데마을’도 에너지자립까지 7년의 세월이 걸렸는데, 그 시간의 대부분은 바이오가스 플랜트 건설에 걸린 시간이 아니라 주민들이 참여를 결정하고, 운영하는 방법을 논의하고, 돈을 마련하는데 걸린 것이었다.
그리고 정부가 돈을 너무 많이 쓴다. 농식품부는 49가구의 에너지 자립을 위해 146억을 투자한다. 한 가구에 3억 가까이 지원하는 셈이다. 그만한 지원이라면 덕암마을에 이사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그렇게 돈을 쏟아 마을을 재생가능에너지 종합전시장으로 만든다. 태양광, 소수력, 바이오가스, 풍력, 지열 등 재생가능에너지원이 죄다 들어가 있다. 마을 주민들이 1년 동안 사용하는 전력량은 157MWh인데, 사업이 끝나면 연간 1,612MWh의 전력을 생산하게 된다. 과잉투자이다. 정부는 앞으로 조성할 600개 ‘저탄소 녹색마을’에도 그만큼 예산을 투자할 수 있을까?
지금처럼 사업이 진행되면 국가지원금으로 바이오가스 플랜트 건설회사만 배불리는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 무엇보다 걱정되는 것은 사업이 끝나고 에너지 생산시설이 관리되지 않고 방치되는 것이다. 운영에 대한 책임은 누가 질 것인가? 사업을 주관하는 각 부처? 지자체? 아니면 주민? 특히 바이오가스 플랜트는 유기성폐기물을 운반하고, 투입해 에너지를 생산하고, 남은 액비를 처리해야 하는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한다. 마을의 물질순환과 운영에 대한 체계적인 고민이 없으면, 가동이 중지되거나 계속해서 운영비를 투자해야 하는 일이 발생할 수 있다. 그렇게 운영상의 문제가 발생했을 때 책임은 누가 질 것인가?

2. 저탄소 녹색마을 정책을 왜 추진하는가? 지역에너지 체제로의 전환이다.  

● “에너지 자립도를 올리는 것이다” → 자립도를 높이는 것이 목표라면 건물 효율개선 사업이 반드시 포함되어야 한다.
● “폐기물 처리와 에너지 생산에 있다” → 환경부가 추진하는 유기성 바이오가스화 시설 21개 건설 계획과의 차별성은? 유기성 폐기물 자원이 있는 곳에서만 ‘저탄소 녹색마을’을 만들 수 있는 것인가?
● “중앙집중식 에너지 체제에서 분산형 체제로의 전환이다” → 현재 세워진 계획이 우리나라 에너지 체제의 전환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을 정도로 에너지 정책과의 연관성을 가지고 있는가? 마을 몇 개의 에너지 자립도를 높이면 분산형 체제로 전환이 되는가?
● “녹색마을을 통해 마을 공동체에 활력을 불어넣고, 일자리를 창출한다” → 지금까지 추진해온 상황을 볼 때 마을 공동체에 동기를 부여하고 있는가? 과연 에너지 생산과정에서 일자리를 얻을 수 있는가?

『미래의 에너지』를 쓴 에머리 로빈스Amory Lovins는 에너지 정책을 ‘경성에너지체제’와 ‘연성에너지체제’로 구분했다. 경성에너지 체제는 거대한 자본과 기술을 바탕으로 화석연료와 원자력을 이용한 공급 위주의 대규모 중앙집중식 에너지 이용 방식을 의미한다. 우리나라도 전형적인 경성에너지 체제를 구축하고 있다. 중앙정부의 계획에 따라 우리는 화석연료(석유 45.7퍼센트, 석탄 24.1퍼센트, LNG 12.9퍼센트)와 원자력에너지(14.8퍼센트)를 통해 1차 에너지의 대부분을 충당하고 있다. 전력 부분에서 원자력 발전이 차지하는 비중은 40퍼센트에 육박한다. 2001년 발전 부문을 여섯 개 자회사로 분리하긴 했지만 한국전력이 공급을 독점하고 있다. 문제는 이런 경성에너지체제가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점이다. 고갈 가능성이 높은 원자력과 화석연료를 기반으로 하며, 에너지 공급을 통해 에너지 수요 증가를 지속적으로 견인하기 때문이다.
2007년 8월 21일 우리나라는 전력 사용량 6228만 5000킬로와트를 기록하면서 전력 산업 역사상 최대 전력 사용량을 기록했다. 우리나라 전력 사용량은 매년 기록을 경신하며 급증하고 있다. 1995년 최대 전력 사용량 2987만 킬로와트, 2000년 4200만 킬로와트, 2005년 5463만 킬로와트로 계속 급증한 끝에 올해 들어 사상 처음 6000만 킬로와트를 넘어섰다. 지난 10여 년 동안 전력 사용량이 두 배나 증가한 것이다. 전 지구적인 에너지 자원 고갈 경고와 에너지 확보 전쟁, 화석연료 과다 사용 때문에 일어나는 지구온난화 문제를 고려할 때 우리나라의 에너지 과소비는 심각한 수준이다. 지난 5년 동안 우리나라 에너지 소비 연평균 증가율은 3.77퍼센트로 세계 평균인 2.85퍼센트와 OECD 평균인 0.95퍼센트보다 높고, 1차 에너지 소비량(2억 2023만 8000티오이)은 경제 규모가 3배 정도인 영국과 비슷하다.
증가하는 에너지 수요량에 맞춰 계속해서 공급을 늘려야 할까? 공급을 늘리려고 언제까지 환경을 파괴하는 대형 발전소를 계속 지어야 할까? 욕심껏 전기나 에너지를 사용하려면 도대체 대형 발전소가 몇 개나 더 들어서야 하는 것일까? 대형 발전소에 대한 반감으로 더 이상 큰 발전소를 짓는 것은 불가능하다. 수력 발전소는 이미 지을 만큼 지었고, 화력 발전을 늘리는 것은 지구온난화 문제를 야기한다. 따라서 미래의 에너지는 경성에너지가 아닌 연성에너지여야 한다.
연성에너지 체제는 에너지를 지역에서 생산하고 소비하는 분산형 시스템을 전제로 한다. 지역의 재생가능에너지를 적극 활용하기 때문에 고갈할 걱정이 없고, 환경친화적이다. 그리고 에너지 정책 결정에 사회구성원이 참여하는 것을 강조한다. 연성에너지 체제는 중앙집권적에서 지방분권적 에너지원으로, 경제성장 추구형 에너지 정책에서 환경 보전형 에너지 정책으로, 공급 위주 에너지 정책에서 수요관리 위주로 전환하는 것을 표방한다. 저탄소녹색마을은 연성에너지에 부합한 정책이라고 할 수 있다.

3. 저탄소 녹색마을의 구성요소
저탄소녹색마을은 ‘지역에너지’라는 개념에서 접근해야 한다. 지역에너지라고 하면 당장 지역에서 개발하고 이용할 수 있는 에너지, 즉 태양열, 풍력, 수력, 지열과 그 밖에 쓰레기나 축산 폐기물 같은 재생 가능한 에너지원이 떠오른다. 이런 정의는 특정 범위의 지역이라는 물리적 자연 공간에서 에너지를 생산하는 것에 주목한 것이다. 행정적 측면에서 지역에너지를 정의하면, 지역에서 에너지 수요와 공급에 관한 계획을 세우고 집행하는 것이다. 두 가지 개념을 합하면 ‘지역에서 에너지 정책을 수립하고 실행하며, 에너지 절약과 효율 향상, 지역 자연 자원을 활용한 재생가능에너지 생산 확대 등을 통해 지역의 에너지 자립도를 높여가는 것’으로 정의할 수 있다.
지역에서 에너지 자립도를 높이려면 먼저 에너지를 절약하고 효율을 높이며, 재생가능에너지를 이용해 지역에 기반을 둔 분산형 에너지 공급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절약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으며, 에너지 효율을 향상하려면 고효율 열병합 발전을 통해 대기에 버려진 열을 회수해 건물이나 지역 냉난방에 활용해야 한다. 지역 차원에서 전력 수요관리 정책을 펼치며 재생가능에너지 활용을 촉진하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지역에너지 관점에서 저탄소 녹색마을의 구성요소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먼저 마을, 마을 주민, 마을의 에너지, 마을에서 활용할 수 있는 재생가능에너지 자원, 그것을 개발할 수 있는 기술, 이런 활동을 지원할 행정체계, 정책 등이 있을 것이다. 더불어 시간도 필요하다. 문제는 이런 요소를 어떻게 잘 조합해서 구현할 것인가에 대한 디자인이다.

4. 저탄소 녹색마을을 어떻게 설계할 것인가?  주민들이 만드는 지역에너지(Local Energy)
– 주민들에게 지역에너지 체제 구축에 대해서 이야기할 것인가?
– 주민들에게 도움이 되어야 한다 (긍지, 경제적 이득, 복지 증진)
– 주민들이 지역에너지의 편익과 책임에 있어서 주체가 되어야 한다.
– 답은 교육과 커뮤니티 비지니스

독일 니더작센주 괴팅겐에 있는 윤데마을이 우리나라 ‘저탄소 녹색마을’의 모델이라고 할 수 있다. 윤데마을에서는 농사가 끝나고 들판에 버려진 각종 부산물과 가축분뇨를 모아 혐기성소화를 통해 메탄가스를 만들고, 그 메탄을 태워 열병합발전을 한다. 주민들이 조합을 결성해 발전소를 직접 운영하는데, 전기는 전력회사에 판매하고 열은 난방에 사용한다. 전기생산량은 마을에서 사용하는 양의 2배나 된다. 정부가 발전차액지원제도를 통해 높은 가격으로 잉여 전기를 구매하기 때문에 조합원들은 출자한 만큼 돈을 벌고 있다. 독일 작센주에 위치한 다르데스하임 마을은 풍력에너지 회사를 설립했다. 주민들이 20%의 출자금을 부담하고, 지방정부가 20%를 지원했다. 나머지는 지역은행에서 대출을 받았다. 현재 풍력발전기는 마을 주민 1000명이 사용하는 전기의 45배를 생산하고 있고, 전기를 판매해 얻은 수익을 주민들에게 배분하고 있다
오스트리아 무레크는 인구 1700명이 사는 시골 마을로 에너지 자립도가 무려 170%이다. 지역 농부들이 유채와 폐식용유를 이용한 바이오디젤 생산 공장, 잡목과 돼지 똥을 이용한 열병합발전소를 직접 운영하고 있다. 주민들은 자신들이 투자한 에너지 회사에서 에너지를 구입하고, 일자리도 얻었다. 무레크는 앞으로 석유가격이 배럴당 100달러, 200달러씩 올라가도 끄떡없다.  
독일과 오스트리아의 성공적인 에너지자립마을들은 공통점이 있다. 에너지자립마을을 만든 주인공이 주민이라는 점이다. 주민들이 스스로 협동조합을 만들거나 시민발전소를 통해 에너지생산에 참여하고, 경제적 이득을 얻고 있다. 에너지 생산을 위해 먼저 주민들이 한데 모여 에너지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부터 시작했다. 지난한 준비과정과 토론을 통해 소비량을 조사하고, 마을에서 생산할 수 있는 가장 적합한 에너지를 결정했다. 마을에 재생가능에너지 시설을 설치하는데 들어가는 기술과 예산은 지역대학, 전문가, 언론, 지자체, 중앙정부의 지원을 받았다. 그렇게 마을에서 에너지를 생산하는 준비를 하면서 주민들이 에너지에 대한 생각이 달라졌고, 생산한 에너지를 팔아 소득을 얻고, 마을에 일자리가 생기고, 재생가능에너지 산업도 덩달아 성장하게 되었다. 그런 의미에서 ‘저탄소 녹색마을’은 지역에 여러모로 활기를 불어넣는 참으로 좋은 정책이다. 농촌에서 화석연료 고갈과 온실가스 감축에 대응할 수 있는 가장 적극적인 방법이다. 우리도 이런 정책의 장점을 잘 살리기 위해서는 재생가능에너지 생산을 마을의 산업과 일자리 창출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1) 지역에너지 관련 사회적 기업
– 컨설팅 전문 기업
– 저소득층 에너지 단열 개선 기업 (한국에너지복지센터)
– 소규모 설치 전문 기업 (에너지 나투라, 에너지 나눔과 평화, 폐광지역 신재생에너지 사업단)
– 소규모 재생가능에너지 생산기업 (에너지 팜- 쉐플러 조리기) 에너지

2) 발전차액 지원제도를 이용한 기업이나 협동조합 구성
제주도 안덕면 화순리에는 ‘번내 태양광발전주식회사’가 있다. 주민들은 그동안 모은 마을자산 16억을 어떻게 할까 고민하다가 태양광발전 사업에 투자했다. 주민회의에서 잠수함이나 유람선 사업을 할지, 아니면 대도시에 아파트를 사서 부동산에 투자할지 의견이 분분하다가 ‘태양이 뜨는 한’ 망하지 않는 아주 안정적인 태양광발전 사업을 택했다. 지난해 4월 (사)화순리마을회를 설립하고, 화순리의 옛 지명의 이름을 딴 번내태양광발전주식회사를 만들었다. 이장이 대표이고 주민들이 이사를 맡고 있다. 성경관 이장은 “한전에 전기를 1㎾h당 677.38원에 판매하는데, 10년이면 투자금 회수하고, 그 이후부터 생산하는 전기는 고스란히 마을 수익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흡족해한다. 덧붙여 “기후변화에 온실가스 배출 규제하고, 석유가격이 올라가면 우리 태양광발전소의 가치가 더 높아지지 않겠냐.”고 전한다.
화순리 주민들이 주식회사를 설립했다면, 인제군 남면 남전 1리 사람들은 영농조합법인을 만들었다. 두메산골에서 어떤 사업을 하든 안정적인 수입을 얻는 것은 힘들다는 판단 끝에 주민들은 태양광 발전시설을 설치하기로 결정했다. 마을발전기금 7억에 은행에서 태양광 발전기를 담보로 20억을 대출받았다. 그렇게 27억을 투자했다. 주민들은 ‘남전1리주민협의회영농조합법인’을 만들고, 마을에서 볕이 잘 드는 곳에 태양광발전기 300kW를 남향으로 설치했다. 남전리 주민들은 이렇게 전기를 판매해 월 2,400~3,000만원의 수익을 얻고 있다. 이제 농촌에서 농사만 짓는 것이 아니라 전기도 생산하는 것이다. 전기를 팔아서 남긴 수익은 우선 대출금을 상환하는데 쓴다. 또 수익금을 주민들끼리 나눠가지는 것이 아니라 마을일에 노동을 한 사람들의 인건비로 지급한다. 마을의 발전을 위한 일에 주민들을 참여시키고, 그 비용을 일당 6만원씩 전기를 판돈으로 지급하는 것이다. 박주열 ‘남전1리주민협의회영농조합법인’ 대표는 “태양광발전이 떼돈을 버는 사업이라기보다는 마을의 자생력을 키워주는 사업이다”라고 전한다.
작은 동네에서 마을발전지원금을 한꺼번에 풀면 괜히 동네에 필요 없는 시설을 짓는데 쓰고, 마을 노인들에게 혜택을 주는 사업을 할 수가 없는데, 지금은 정기적으로 들어오는 수익을 마을 사람들이 어떻게 쓰면 좋을 지 토론과 합의를 통해 결정한다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공부도 많이 하게 된다고 한다. 지금 남전1리 마을 사람들은 ‘마을 발전 100년 계획’ 세우고 있다. 태양광 발전소 주변 유휴지 활용해서, 주말농장과 특용작물을 재배할 예정이다. 남전마을 사람들에겐 태양광발전기가 ‘보물단지’ 같은 존재인 것이다.
이렇게 드디어 우리나라에도 주민들이 재생가능에너지 시설에 직접 투자하고, 스스로 운영하며, 경제적 이득을 얻는 주민 출자형 에너지 조합과 회사가 하나둘 생겨나고 있다. 다 발전차액지원제도 덕분이다. 더불어 우리나라 에너지 생산방식에도 민주주의 바람이 불고 있다. 지금까지 전기는 한국전력에서, 석유는 대기업에서 사서 소비하는 역할만 했던 보통사람들이 에너지를 생산해서 판매하는 시장에 직접 뛰어들 수 있게 된 것이다.
발전차액지원제도를 통해 주민출자형 에너지 협동조합이나 주식회사가 생기는 건, 야구로 치면 동네야구가 확산되는 것과 같다. 주민들이 선수가 되어 함께 경기를 즐긴다. 그런데 정부는 2011년까지만 발전차액지원제도를 유지하고, 2012년부터는 신재생에너지 의무할당제를 하겠다고 한다. 주민들이 발전차액지원제도를 통해 재생가능에너지를 생산해 판매하면 누구보다 더 열심히 시설을 관리한다. 효율을 높여야 수익이 나기 때문이다. 어느 태양광발전소가 화순리처럼 한 달에 두 번 전지판을 청소 할까? 어마어마한 보조금으로 설치된 태양광을 비롯한 재생가능에너지 시설이 무관심속에 고장이 났는지 안 났는지도 모르고 방치되는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남면마을 박주열 대표는 “우리 지역에 어떤 에너지가 가장 적합한지에 대해, 마을 주민들이 하나하나 조사를 다했다. 그리고 태양이 벌어다 주는 돈을 어떻게 하면 잘 쓸 것인지를 결정하기 위해 우리가 공부를 참 많이 한다.”고 이야기한다. 이처럼 발전차액지원제도는 주민들을 스스로 움직이게 하는 매력이 있어, 지역에너지 관점에서도 활용할 수 있는 멋진 제도이다.  
해외의 에너지 자립마을인 덴마크의 삼쇠섬, 독일의 윤데, 오스트리아의 무레크는 지역주민들이 에너지를 생산에 있어 투자자가 되고, 이를 통해 경제적 이득을 얻도록 정책을 추진했다. 주민들이 마을의 에너지 자립을 이룩하기 위해 가장 적극적으로 활용한 제도가 바로 발전차액지원제도이다. 우리나라도 지금의 발전차액지원제도를 더 다듬어서 다양한 소규모 재생가능에너지원(특히 바이오매스)에 대해 지원을 확대한다면 주민들이 알아서 마을에 가장 적합한 에너지원을 찾아내고 투자하고 관리할 것이다. 각 마을에 맞는 최적의 자원과 기술을 찾아가는 일을 전문가만이 아니라 주민들이 주도하는 것이다. 폐지될 위기에 놓여있는 발전차액지원제도를 더욱더 확대해서 주민들이 중심이 된 ‘에너지협동조합’이나 ‘시민발전’, ‘에너지영농법인’을 활성화하자. 그것이 예산낭비도 줄이고 에너지 자립도 앞당기며, 농촌에 활기를 불어넣는 해법이다.
→ 지자체가 지원하는 발전차액지원제도, 융자제도, 프로젝트형 발전차액지원제도, 시민발전소    
  
3) 교육센터
기후변화에 대한 교육은 이제 이론 교육에서 한 단계 나아가 체험 교육으로 확대되고 있다. 그래서 에너지 자립 마을과 기후변화 교육, 재생 가능 에너지 교육에 관심을 갖는 많은 사람들이 산청 <대안 기술 센터>를 찾아가고 있다. 이것은 기후변화에 대한 내용을 현장에서 체험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의 욕구가 증가하고 있다는 뜻이다. 초기에 ‘저탄소 녹색마을’을 표방하는 마을들은 교육을 통해서도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 실제로 부안의 등룡마을, 통영의 연대도가 ‘교육’ 분야를 염두에 두고 있다.

4. 정부 ‘저탄소 녹색마을’ 정책 대수술 필요
정부가 추진하는 ‘저탄소 녹색마을’ 사업은 앞으로 더욱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산림청은 2014년까지 11개 시범마을을, 행안부는 2012년까지 300여 곳을, 농식품부는 2020년까지 40곳으로 확대해 나간다고 한다. 그렇다면 이 사업을 처음부터 다시 검토해야 한다. 농촌마을의 미래가 걸린 사업이 제대로 된 절차와 준비 없이 예산만 들여 속도전으로만 진행될 경우 실패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앞으로 추진될 600개 마을의 모델이 될 시범사업이기 때문에 더욱 중요하다. 시범사업이 실패로 돌아간다면 나머지 마을들은 시도를 해볼 기회조차 잃게 된다. 정부는 ‘저탄소 녹색마을’의 주인공이 주민들이 될 수 있도록 단계적 계획을 수립하고, 사업기간도 늘여야 한다. 정책수립에 있어 마을에 어떤 재생가능에너지를 설치할 것인가 보다 마을의 에너지 ’디자인‘, 즉 누가 어떻게 생산할 것인가에 더 가치를 두어야 한다. 정부는 ’저탄소 녹색마을‘ 정책의 밑그림을 다시 그려야 한다.

1) 추진행정 주체의 협력과 통합
우리는 ‘저탄소 녹색마을’을 만드는데, 각 부처가 따로따로 시범사업을 진행한다. 그러나 ‘저탄소 녹색마을’의 장점을 잘 살리고, 성공사례를 만들기 위해서는 하나의 마을을 두고 각 부처가 마을의 에너지 자립도를 높이기 위해 어떤 역할과 지원을 할지, 법과 제도를 어떻게 바꾸면 좋을지 서로 협력하는 것이 훨씬 더 효과적이다. 행안부, 환경부, 농식품부, 산림청이 각자가 잘 할 수 있는 분야에서 다각도로 지원하는 것이다.
● 지역에너지 체제 구축 – 에너지 수요관리와 에너지 생산
● 농촌지역 저소득층 에너지 복지 개선 – 웨더라이제이션
● 재활용과 폐기물 처리
● 재생가능에너지 산업 육성과 지역일자리 창출
● 마을 공동체와 마을 활력 – 살기좋은 마을 만들기
또한 ‘저탄소 녹색마을’을 통해 분산형 전원으로의 전환 효과를 얻으려면 지역에너지 계획, 지역에너지 조례, 지역에너지 위원회 구성과 같은 제도적 보완과 더불어 에너지 관리공단의 재편, 지자체별 담당 전문 공무원 육성 등을 함께 고민해야 한다.  

2) 단계적 지원
이 정책의 목적이 에너지 자립마을의 저변 확산에 있다면, 처음부터 의지가 있는 마을들이 자립의 토대를 닦을 수 있도록 골고루 지원해야 한다. 예를 들면, 올해 정부가 저탄소녹색마을에 지원하는 예산 300억 원을 10억씩만 나눠도 30군데에서 추진할 수 있다. 작은 마을의 에너지 자립률을 높이는데, 수십억의 돈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단계적 접근도 필요하다. 먼저 마을에서 사용하는 에너지량을 조사하고, 에너지 자원과 생산계획을 수립한다. 다음으로 주민들이 에너지 절약을 실천에 옮김과 동시에, 에너지 생산 계획을 한다. 이렇게 주민참여와 운영방식이 결정 난 다음에라야 마을에 적합한 재생가능에너지 시설을 설치해야 한다.

3) 주민참여 상태에서 지역 특성에 맞는 계획 수립(교육과 워크숍)  
마을은 정말 다양한 모습을 가지고 있다. 어떤 마을은 풍력을 어떤 마을은 소수력을 설치할 수 없는 곳이 있다. 재생가능에너지 자원이 아무리 좋아도 운영할 사람, 즉 지역주체가 없는 곳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주민들에게 재생가능에너지에 대한 교육을 제공해, 주민 스스로 마을에 가장 적합한 에너지원을 선택하고 생산과 운영방안을 마련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각 마을에 맞는 최적의 자원과 기술을 주민들이 찾고, 거기에 따른 책임도 지워야 한다.

4) 주민 수익 창출형 에너지 생산 시설  
가장 중요한 것은 ‘저탄소 녹색마을’을 통해 주민들에게 어떤 혜택을 줄 수 있는가이다. 그 혜택이 직접적인 것이어야 하고, 그 혜택을 얻기 위해 주민들도 일정정도 의무를 부담해야 한다. 지역의 에너지 생산시설을 지역경제 모델과 연결시키기 위한 고민이 필요하다.

5) 저탄소 녹색마을 지원단
이 때 필요한 것은 주민들과 끝까지 함께 ‘저탄소 녹색마을’을 만들어갈 외부의 도움이다. 마을 주민들이 지역 대학, 전문가나 단체들의 도움을 통해 에너지 자립마을을 계획하고, 운영할 수 있도록 조언을 하고 정보를 제공하는 ‘에너지자립마을 지원단’이 반드시 필요하다. 지원단은 대학이나 의제21, 지역 NGO등 다양한 주체들이 진행할 수 있다.

6) 저탄소 녹색마을 네트워크 구축
부안 등룡마을, 변산공동체, 임실 중금마을, 산청 갈전마을에서는 주민들이 나서서 에너지 자립 계획을 세우고 차근차근 실행에 옮기고 있다. 이 마을 사람들은 신뢰할 수 있는 정보를 필요로 한다. 바이오가스 플랜트나 팰렛 보일러를 설치하고 싶어도 예산이나 규모, 기술의 안정성에 대한 정보를 구할 길이 없어 답답해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부가 소규모 마을에 적합한 재생가능에너지 기술과 업체에 대해 체계적인 정보를 제공하고, 조언을 해줄 수 있는 인적 네트워크를 제공한다면 이 마을들에 큰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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