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정의 운동이란 무엇일까?

2010.07.09 | 기후위기대응

-기후정의라는 용어를 들어보셨나요?

최근 기후정의라는 단어가 새로운 운동의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다른 환경단체들 역시 기후정의 라는 용어를 쓰기 시작했고, 특히 코펜하겐 기후변화 회의가 끝난 이후 국내에서 더 많이 통용되기 시작했다.  기후정의라는 말은 기후변화로 인해 고통받는 취약국가들을 바라보면서 기후변화 활동가들이 느끼는 좌절감을 함의하고 있다.

기후변화 활동가들은 기후변화로 고통받는 기후변화 취약국가들은 기후변화라는 말이 무슨 뜻인지도 모르고 온실가스라는 것을 한번도 들어본적도 없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주목했다. 기후변화 취약국가들이(특히 평균 GDP 100달러 수준의 최빈국가들) 기후변화로 인해서 감내해야 하는 고통들은 사실 선진국의 상대적으로 부유한 국민들이 아무생각없이 배출하는 온실가스로 인해서 발생한다. 선진국들은 온실가스를 ‘배출’하고 기후변화 취약국가들은 아무런 이유없이 그로 인해 ‘고통’을 받는다. 이런 개념이 바로 기후정의이다. 즉, 기후변화의 원인은 선진국이 초래하고 결과는 후진국이 받는다는 것이다. 이러한 개념은 ‘기후양극화’ 혹은 ‘기후불평등’으로 표현된다.

기후정의 운동이 새롭게 주목받는 이유는 기후변화로 인한 자연적인 영향과 피해가 눈에 띄게 부각되고, 그로 인해 고통받는 기후변화 취약국가의 암울한 미래와 불운이 확실해지면서 부터이다. 기후정의 운동은 굉장히 단순하지만, 기후변화를 둘러싼 매우 불평등하고 불편한 진실을 이야기하고 있다. 사실 이 문제는 이 글을 읽고 있는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해당되는 이야기 일 수 있다. 그러나 누구도 쉽게 함부로 이야기하기 힘든 사실이다.

-당신은 북반구에 살고 있나요?

북반구에서의 소비와 생산체계, 즉 자본주의 시스템의 주요한 위기로 인해 기후변화는 이미 남반구의 사람들의 소통과 일상생활에 막대한 부정적 영향을 주고 있다. 선진국들의 기후변화 책임에 대한 불평등을 고발하고 남반구에 위치한 섬나라들과 기후변화 취약국가들을의 권리를 위해 일하는 환경단체 ‘쥬빌리 사우스(www.jubileesouth.org)는 다음과 같이 역설하고 있다.

‘ 전 세계 인구의 약 18% 정도에 지나지 않는 북반구 선진국이 전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약 70% 배출하고 있다. 대기권은 모든 사람들에게 공평하고 평등하게 배분되어야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은 것이다. 기후 재앙은 더 악화되고 빈번하게 발생하여 홍수와 가뭄, 해수면 상승과 질병 등을 일으키고 있다. 여기서 북반구란 남반구 사람들보다 1인당 온실가스 배출량이 약 5배 높은 북반구의 선진국 국민들을 지칭하는 말이다.’  

기후정의를 위한 국제적인 운동의 흐름은 UN 기후변화 협약 6차 당사국 총회인 2000년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출발했다. 그 자리에 모인 아프리카, 아시아, 라틴 아메리카, 북 아메리카 등에서 온 500여 명의 지역 풀뿌리 지도자들이 UN 기후변화협약 6차 당사국 총회와 동시에 기후정의 1차 정상회의를 개최하면서 시작된 것이다. 이들은 원주민 환경네트워크, 세계 우림운동, 오일워치 인터내셔널, 지구의 벗과 같은 환경단체들이었다. 이들이 주목한 것은 UN 기후변화 회의로부터 소외당하는 원주민과 환경 토착민들, 그리고 기후변화로 고통받지만 정치적, 경제적으로 주목받지 못하는 세계 곳곳의 소외받는 사람들이었다.

-당신은 가해자인가요? 피해자인가요?

수많은 기후정의운동가들은 그들이 던진 질문의 답을 찾기 위해서 기후변화로 고통받는 취약국가 국민들의 삶을 선진국 국민들의 삶과 대비시켰다.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은 기후변화를 일으키는 온실가스가 배출되는 주요한 이유는 ‘선진 산업국의 경제활동’에 있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선진 산업국의 국민들은 그들의 일상적인 삶을 살아가기 위해 자동차를 타고, 보일러를 태운다. 또 전기를 통해 빛과 열을 만들기 위해 석유를 태운다. 과거에는 누구도 이러한 행동을 도덕적으로 질타하지 않았다. 편안하고 안락한 삶을 위해 석유를 더 많이 태우고 전자제품을 더 많이 만드는 것은 사람들이 당연히 누려야 할 특권이었다. 이 과정은 국가적으로 산업화되었고, 자본주의의 시스템 아래 구조화 되었다. 일반적으로 이 시스템에 살고 있는 수많은 사람들은 이러한 구조에 대해서 문제의식을 가지지 못했다. 그러나 이러한 구조에서는 다량의 온실가스가 배출될 수밖에 없고 온실가스 배출은 현재 기후변화라는 괴물을 만들어내고 있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사실은 누구도 인식하지 못하는 상황 속에서 선진국의 대부분 선량한 국민들은 가해자가 되었고, 기후 범죄자가 되었다는 사실이다.

여기서 가해자나 범죄자라는 말이 불편하게 들릴 수 있다. 우리는 너무나도 일상적인 생활을 하는 죄 없고 선량한 시민들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과연 실상은 그럴까? 전 지구적인 관점에서 바라보면 아무리 선진국들의 선량한 시민들일지라도 기후변화에 일조하는 온실가스 배출을 무분별하게 하고 있는 당신이라는 ‘기후범죄자’라는 말을 듣지 않을 수없다. 우리가 모르는 사이, 인정하기 싫고 받아들이기 힘들어도 지금과 같은 상황이 지속된다면 우리는 인류라는 역사의 과정에서 미래를 예측하지 않고 행동하고 있는 예견된 기후 범죄자가 될 수밖에 없다. 이렇게 이야기 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지금 이 순간에도 기후변화로 직접적인 피해를 받고 있는 취약국가들에게는 기후변화로 인한 영향이 너무나 노골적이고 명백하게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앞으로 더이상 이러한 피해는 기후변화 취약국가들에게만 닥치는 문제가 아니다.

지난 200년 동안 지구평균온도는 0.74도 상승했으며, 금세기 말까지 약 4도까지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최악의 시나리오의 경우 최대 6도까지 상승할 수도 있다. 유엔인구기금(UNFPA)에 의하면, 기후변화로 인한 세계 자연재해는 지난 20년간 약 200회에서 최근 약 400회로 두 배 이상 늘어났고, 1973년부터 2003년까지 매년 평균 1억 6천만 명 이상이 기후변화로 죽어가고 있다. 아프리카에서는 당장 매일 2천만명 이상이 가뭄으로 인해 먹을거리를 공급받지 못하고 있다. 해수면 상승으로 영토 포기선언을 한 투발루 국민들의 생존을 위한 타국으로의 이주는 극소수의 사람만이 가능한 상황이다. 이들에게 우리는 기후변화에 책임을 모두 스스로 감내하라고 할 수 있을까. 그건 그들의 운명이라고 치부하기에 우리는 너무 안락한 삶을 살고 있지는 않는 것인가.

-너무나 불평등한 상황, 무엇을 할 것인가 고민해야 할 때

지금 상황을 한 마디로 이야기하면, 선진국 국민들이 아무런 도덕적 책임의식을 가지지 않으며 무방비 상태로 배출해오고 있는 온실가스가 국경없는 대기 중으로 날아가 보이지 않는 망치가 되어서 가난한 사람들을 공격하고 있는 상황이다. 물론 기후변화로 인한 피해는 지구상에 살고 있는 그 누구도 피해갈 수 없다. 그러나 너무나 불평등하게도 가난하고 열역한 환경에 노출되어 있는 사람들에게 그 피해가 우선적으로, 그리고 직접적으로 돌아가고 있는 상황이다.

사실 기후변화로 고통받는 기후변화 취약국가의 사람들은 기후변화라는 말을 들어보지도 온실가스라는 용어를 겪어보지도 못했을 가능성이 높다. 자신들이 일으키지도, 책임지지 않아도 될 온실가스 배출에 따른 고통을 그들은 삶 속에서 일상적으로 감내하고 있는 것이다. 그들은 기후변화 영향으로부터 최전선에서 싸우고 있는 ‘기후난민’ 이자 ‘기후 피해자’ 들로 후대에 기록될 것이다. 이는 곧 기후양극화와 기후불평등이라는 개념까지 이어졌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그들을 위해서 무슨 일을 할 수 있을까.

-다양한 방법으로 직접적인 지원책이 필요

2000년 헤이그에서 출발한 기후정의 운동에 대한 전 세계인의 열망은 해가 갈수록 조직화되고 그 정당성을 인정받았다. 해가 갈수록 뜻있는 사람과 단체가 모여 2007년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개최된 13차 기후변화 당사국 총회에서는 기후정의 네트워크(CJN: Climate Justice Now)가 결성되었다. 기후정의네트워크(CJN)는 기후정의 운동에 동의하고 함께하는 전 세계 환경 네트워크이다. 기후정의네트워크에 속한 조직들은 선진국은 선진국이 배출하는 온실가스에 대한 역사적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 기후변화로 고통받는 취약국가들을 위한 기후적응 기금이나 펀드를 마련되어야 한다는 것, 개도국들에게 기술이전이나 적응을 위한 직접적인 피해보상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UN에 공식 제출하고 있다. 실제 개도국은 기후변화로 인한 적응 정책에 있어서 적극적일 수 없다. 그들은 지금 당장 자국의 국민들이 기후변화로 인해 피해를 받고 있는 상황에서도 적응 기술이 없거나 재정능력이 없어서 아무런 대책도 세우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들을 위해서 우리가 고민해야 할 것은 그들을 위해서 어떻게 지원할 것인가이다. 한국도 기후정의의 관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기후변화로 직접적인 고통을 받는 나라의 국민들을 위해서 정부나 기관, 단체 등에서 기후변화 적응기금 조성을 위한 다양한 방법을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기후에너지국 손형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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