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 시대, 대학의 역할은 무엇일까요?

2010.09.10 | 기후위기대응

제가 지난 얘기를 좀 해보겠습니다. 2006년, 성북동에서 일하고 있는 녹색연합 식구들이  성북구의 ‘이산화탄소 배출’ 지도를 만들었습니다. 당시 기후변화 문제가 불거지기 시작되면서 사무실이 위치한 성북구의 이산화탄소 배출 지도를 그려보자는 활동가들의 의견이 모아져 지도를 만들었던 것이죠. 지도에는 이산화탄소 배출이 많은 지역이 큰 원으로 표시되도록 그려지게 되어 있었죠. 그 결과, 우리는 그 때까지 누구도 고민해보지 못했던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커서 동그라미가 눈에 띄게 큰 지역이 모두 대학이 위치한 곳이었기 때문입니다. 그곳은 각각 안암동(고려대), 동선동(성신여대), 하월곡 2동(동덕여대) 등입니다. 사실 그 때부터 우리들의 고민은 시작되었던 것 같아요. 바로 ‘저탄소 그린캠퍼스’에 대한 고민입니다.

2006년 ‘저탄소 그린캠퍼스’에 대한 고민이 시작된 뒤로 대학의 에너지 소비량에 대해 알아보니 2000년부터 7년간 약 84%의 에너지 소비량이 급증했더군요. 같은 기간 한국의 에너지 소비량이 약 22% 증가한 것에 비하면 대학이 소비하는 에너지가 약 4배 정도가 더 많습니다. 뭔가 하긴 해야 겠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죠. 학생들은 높은 등록금을 통해 에너지 사용에 대한 면죄부를 얻었고, 교수님들과 교직원들은 동기가 없었습니다. 그린캠퍼스는 여전히 낯선 용어였지요. 이후에 해외 대학과 국내 대학들의 사례를 뒤졌습니다.

해외 대학에서는 2000년 초반부터 많은 움직임이 있었더군요. 미국에서는 약 150여개의 대학교 총장님들이 모여서 ‘대학 기후변화 총장 협의회’ 라는 모임을 만들어 활동하고 있었고, 소속 대학들은 매년 정기적인 포럼을 열어서 대학이 배출하는 온실가스를 줄이기 위한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올해는 10월에 덴버라는 곳에서 열린다고 하는군요. 소속 대학들 중에는 예일대와 하버드 등 유명한 명문대학들이 속해있었습니다. 영국에서는 캠브리지와 옥스퍼드 대학을 비롯하여 많은 대학에서 이미 ‘그린캠퍼스’의 생각을 공유하고 있었고요. 영국의 순수한 학생모임인 ‘사람과 행성(People & Planet)’이라는 곳에서는 영국 소재의 132개 대학들의 녹색 활동을 평가하고 순위를 매기고 있더군요. 평가항목은 담당자의 성과, 총장의 의지, 환경 비전의 유무, 온실가스 감축 프로그램, 공정무역, 재활용 방안 등 전문적인 내용도 포함되어 있었고요. 학생들이 자체적으로 이런 활동을 하고 있다니 놀라울 따름이었습니다. 독일에서는 대학에서 화석연료를 전혀 사용하지 않는 ‘CO2 제로 캠퍼스(트리어 대학 브리캔틀 캠퍼스)’도 있었습니다. 원래는 주독미군들이 사용하던 미군 기지였는데 미군이 철수하면서 나온 부지에 캠퍼스를 만들었다고 합니다. 옆 나라인 일본의 도쿄 대에서도 학교 내에서 배출하는 온실가스를 1인당, 면적 당, 캠퍼스 당 배출량으로 잘 정리해놓고 그에 따라 온실가스 감축 계획을 만들어놓고 있더군요. 모두가 국내에 소개되어야할 소중한 사례입니다.

현재 국내에서도 많은 대학들이 소중한 활동을 펼쳐나가고 있습니다. 녹색연합이 ‘저탄소 그린캠퍼스’ 라는 것을 처음 제안했을 때와 비교하면 정말 고무적이고 놀라운 일입니다. 그 사이 한국그린캠퍼스협의회와 경기그린캠퍼스협의회와 같은 네트워크 조직도 만들어졌습니다. 현재 이 단체에서 약 140여개의 대학들이 활동하고 있습니다. 국내에서도 그린캠퍼스의 다양한 활동과 사례들이 소개되면서 필요성과 요구가 높아지고 있어서 요즘은 기분이 좋습니다. 에너지 사용량이 줄면 대학 등록금도 줄겠죠, 그래야 할 텐데 말입니다. 온실가스 배출량도 줄이고 기후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들이 대학에서 시도되면 교육적 효과가 높겠지요. 물론 아쉽고 부족한 부분도 많지만, 이제 시작이니 앞으로도 좋은 활동이 만들어졌으면 합니다. 어떠세요? 저탄소 그린캠퍼스, 동참할만한 가치가 있죠?

글 : 손형진 (녹색연합 기후에너지국)

녹색연합의 활동에 당신의 후원이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