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쿤 기후협상 분석] 국내외 NGO 기후운동 방향

2011.01.13 | 기후위기대응

이유진(녹색연합 정책위원)

1. 기후협상 – COP16 칸쿤회의
멕시코 칸쿤에서 열린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UNFCCC COP16, 2010.11.29~12.10)가 ‘칸쿤 합의(Cancun Agreement)’를 선언하며 막을 내렸다. 이번 총회는 기후변화라는 인류 최대의 위기를 앞에 두고, 다양한 이해관계에 있는 194개의 국가가 ‘협상’을 통해 해법을 마련하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다시 한 번 확인시켜주었다. 이번회의 결과를 하나로 요약한다면 미국이 주도하는 기후협상 체제가 구축되어 가는 과정으로 평가할 수 있다.

칸쿤 합의 = 코펜하겐 합의문II
오로지 한 나라 ‘볼리비아’만이 “코펜하겐 어코드 II” 채택을 거부한다고 선언했다. 16차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에서 2009년 미국이 제시한 코펜하겐 합의문을 근간으로 한 칸쿤 합의문이 찬성 193, 반대 1로 채택되었다. 전 세계 공유비전은 산업화 이전 대비 2도 이하 유지를 목표(1.5도 목표 추후 검토)로 선진국은 국제적으로 감축 공약을 발표해 실행에 옮기고, 개도국은 자발적 감축행동을 제시하면 된다. 구체적인 감축목표치나 기간을 명시하지 않은 채 순전히 ‘자발성’에 기반하고 있다. 미국은 모두가 불편해 하지 않은 지나치게 ‘무난한’ 협상 틀을 제시함으로써 결국 기후변화 대응 방안을 하향평준화하는 목표를 달성한 셈이다.
칸쿤회의 첫째 주, 위키리크스가 폭로한 외교문서를 통해, 미국이 몰디브를 비롯한 남태평양섬나라 국가들에게는 자금지원을 대가로 BASIC국가(중국, 인도, 브라질, 남아프리카공화국)들에게는 녹색기술 협력과 녹색성장의 파이를 나누는 것을 전제로 자신들이 주도한 ‘코펜하겐 협정문(Copenhagen Accord)’의 지지서명을 받았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반대로 베네주엘라와 볼리비아, 니카라구아, 쿠바, 에콰도르에 대해서는 고립화시키는 전략을 구사했다.
회의장 바깥에서는 미국의 부도덕함에 대한 비난이 빗발쳤다. 전 세계 NGO들은 이런 상황을 최악의 뇌물 스캔들에 비유하며 비판 수위를 높였다. 지구의 벗은 “위키리크스를 통해 부자 나라들이 온실가스를 감축 의무를 회피하고, 개도국들에 돈을 미끼로 한 부정한 방법으로 협정문 지지를 강요하고 있음이 드러났다.”며 비판했다. 그러나 정작 회의장 내부에서는 협상의 진전을 위한 노력으로 평가받았고, 결과는 칸쿤 합의문에 대한 지지로 나타났다.

‘코펜하겐 합의문II’가 초래할 결과 : 2℃ 목표 실종
모두의 것은 누구의 것도 아니다. 공유비전 2℃는 이름은 공유비전이지만 그 비전을 달성하기 위해 줄여야 할 온실가스량도, 배분 몫도 정하지 못하면서 194개국 어느 나라의 목표도 아닌 상징으로만 남아있다. UNEP가 지난 11월에 펴낸 보고서에 따르면 산업화 이전에 비해 지구기온 상승폭을 2℃ 이하로 막으려면 2020년경 연간 온실가스 배출량이 44Gt 이하가 되어야 한다(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54~60Gt, 평균 56Gt). 모든 국가가 코펜하겐 합의문을 적극적으로 준수한다 하더라도 2020년 배출량은 49Gt이 되어 연간 약 7Gt의 갭이 발생하고, 지구의 평균 온도는 2.5~5도 상승할 것으로 경고하고 있다. 코펜하겐 합의문에 따른 각국의 감축공약은 6~16%로, IPCC가 권고한 2020년까지 25~40% 감축안과 비교하면 턱없이 부족한 것이다.

녹색기후기금 – 모하메드 나시드를 비난할 수 있는가?
위키리크스를 통해 공개된 문서에 의하면 2010년 2월 10일, 조나단 퍼싱 미국 기후변화협상 대표와 몰디브의 압둘 가포어 모하메드 대사가 만나 회담을 갖고 ‘실질적인 지원’에 대해 논의했다. 회담직후 몰디브는 5,000만 달러규모의 해수면 상승을 막기 위한 프로젝트를 제안했고, 미국은 세부내용과 비용을 제시해 줄 것을 요청했다. 이런 논의를 토대로 모하메드 나시드 몰디브 대통령은 코펜하겐 협정문에 동의를 표했다.
나시드 대통령은 2009년 몰디브가 기후변화 위기 상황이라는 것을 알리기 위해 수중국무회의를 열어 유명해진 인물이다. 전 세계적인 기후정의 운동 ‘350’의 열렬한 지지자로 코펜하겐 회의에서는 도착하자마자 정상회담장 대신 NGO들이 개최한 클리마 포럼을 찾기도 하다. 그렇기 때문에 몰디브의 코펜하겐 협정문 지지는 충격적이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섬나라가 처한 기후위기가 너무나 심각하기에 가난한 이들에게는 기후변화를 막기 위해 당장의 재정적인 지원이 약한 고리일 수밖에 없다. 문제는 이런 약한 고리를 협상의 카드로 활용한 미국에 있다.  
더 현실적인 문제는 이런 약속이나마 지켜질 수 있는가이다. 칸쿤합의문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녹색기후펀드(Green Climate Fund)’는  2010~2012년간 300억 달러 긴급재정과 2020년까지 연간 1,000억 달러 장기재정을 마련하기로 했다. 하지만 펀드 조성과 분배방식에 관한 세부내용이 확정되지 않아 긴급지원금이 실제 지원되기까지 또다시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점이다. 특히 초기 3년 동안 펀드 운영을 세계은행(WB)에 맡겨버림으로써 시작부터 투명성과 공정성을 상실하고, 펀드 운영이 미국의 영향력 하에 놓이게 됐다는 비판에 직면하고 있다. 세계은행은 그동안 개도국에서 생태계와 지역공동체를 파괴하는 사업으로 비판을 받아왔고, 실제 칸쿤 회의가 한창이던 12월 8일에는 ‘세계은행’에 반대하는 NGO들의 대규모 집회가 일어나기도 했다. 개도국들에게 한 가지 희소식이 있다면, 적응 프레임워크(Adaptation Framework)와 적응 위원회(Adaptation Committee) 설치가 결정된 정도이다.

AWG-LCA
(재정, 기술과 능력형성, 102, 103, 104, 107, 109, 부록3) 녹색기후펀드
•녹색기후펀드 설립을 결정함
•녹색기후펀드는 선진국과 개도국의 공평한 인원으로 구성된 24명의 위원회로 운영될 것을 결정함. 개도국 대표로는 유엔 지역 그룹, 군소도서국가, 최빈국 대표를 포함함
•녹색기후펀드 운영과 관리를 위해 신탁 관리자를 둘 것을 결정함
•세계은행에게 녹색기후펀드 임시 신탁 관지자로 요청하며, 초기 3년 운영에 대한 검토를 받도록 함
•인수위원회(Transitional Committee)가 녹색기후펀드를 설계할 것을 결정함. 인수위원회는 40명의 위원을 두고, 15명은 선진국, 25명은 개도국으로 구성함. 개도국 위원은 아프리카 7명, 아시아 7명, 라틴 아메리카와 카리브해 국가 7명, 군소도서국가 2명, 최빈국 2명으로 구성함
•인수위원회는 17차 총회에 녹색기후펀드 설계 내용을 제출함

교토의정서의 미래 – 후퇴하는 선진국
교토의정서에 대한 논의는 2011년 더반 회의로 미뤄졌다. 일본을 중심으로 러시아, 캐나다, 호주가 가세하면서 ‘교토의정서’ 파기 주장이 나오기도 했다. 결론은 전문에서 선진국들이 “2020년까지 1990년 대비 25~40% 감축할 필요성을 인정함(also recognizing)”이라고 명시하고, “선진국 의무감축 이행 1, 2차 기간의 간극이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한다”는 것으로 마무리되었다.

AWG-KP
(1, 4, 6항) 교토의정서 2차 이행
•1차 이행기간과 2차 이행기간의 간극(gap)이 없도록 노력할 것을 결정함
•IPCC 4차 보고서에 따라 의무감축국들이 배출감축목표를 늘릴 것을 권고함. LULUCF, 탄소거래와 프로젝트 기반 메커니즘과 1차 이행기간에서 2차 이행기간의 배출권 이월(carry-over of units)을 고려함
•2차 이행기간의 기준년은 1990년으로 함

그러나 교토의정서 1차 이행기간이 2012년에 끝나기 때문에 1~2년 밖에 남지 않았다. 1997년 교토의정서가 채택되고, 실제 비준을 통해 발효되기까지 8년(2005년), 감축시작 시점까지 11년(2008년)이 걸린 것을 감안하면 주어진 시간이 너무나 짧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거기에 1990년 대비 25~40% 감축 목표를 합의하는 것도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결국 17차 회의인 더반에서 결정짓지 못하면 18차 회의(카타르 또는 한국)까지 미뤄지게 된다.
더반회의는 결국 선진국과 (신흥)개도국의 힘겨루기 양상이 더 치열하게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유럽이 경제위기 여파로 힘을 쓸 수 없는 상황에서 코펜하겐 회의처럼 미국과 중국을 중심으로 한 BASIC국가들의 암묵적 합의가 이뤄지면 기후변화협약은 문서상의 협약으로 전락하게 된다. 가장 목소리를 높일 수 있는 최빈국과 남태평양도서국가연합은 ‘녹색기후기금’에 발목이 잡혀있는 상태이다.

시장매커니즘의 확대 – CDM
선진구과 개도국이 합의하에 추진되고 있는 것은 바로 시장을 통한 온실가스 감축이다. 이번회의에서는 재정 및 기술 지원 통해 개도국에서 REDD 강화하는 것으로 결정지었다. 탄소포집 및 저장(CCS)의 청정개발체제(CDM) 확대도 결정되었다. 탄소배출권 거래시장에서 중국에 막대한 이득을 안겨주면서 문제가 되었던, HFC-23 탄소배출권 사용 금지 제안은 그대로 유지하는 것으로 결정되었다. 이 사례만 보더라도 탄소시장을 중심으로 이해관계자들이 생기면 강력한 로비그룹이 생기고, 그것이 돈이 되는지 안 되는지는 중요하지만 온실가스를 줄이는데 바람직한 방법인지 아닌지는 고려대상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원주민 권리, 인권, 젠더, 공동체 참여, 정의로운 전환 개념들이 명시되기도 했지만 구체적으로 이를 어떻게 반영할지에 대해서는 명시되지 않았다.

CCS-CDM
(전문, 1, 2, 4항) CCS, CDM 인정
•당사국들은 CCS가 CDM에 포함되어야 한다는 견해를 인정함
•CCS가 환경적으로 안전할 것이고 누출 회피를 목적을 둬야 한다는 점을 강조함
•CDM에 CCS가 포함되어 부정적 결과가 나와서는 안된다는 점을 강조함
•CCS가 CDM에 포함되기에 적합하다고 결정함

2. 국제 NGO 대응방향 – 대세는 ‘기후정의’

국제 NGO들의 활동은 협상개입 위주로 활동하는 CAN(Climate Change Action Network)이 칸쿤 메쎄를 중심으로 활동했고, 기후정의네트워크(CJN)가 민중 정상회의를, 비아 캄페시나를 포함한 반자본주의 진영의 장외활동, 클리마포럼10과 국제노총이 활동했다. 코펜하겐회의가 클리마 포럼을 통해 NGO들의 힘을 한 자리에 집결시킬 수 있었던 반면, 이번 회의는 각기 다른 장소에서 진행되면서 힘이 분산되었다.
NGO들의 구호는 ‘기후정의’였으며, 2010년 볼리비아에서 열린 코차밤바 민중총회의 결과를 구체화한 주장을 담고 있었다. 볼리비아는 총회결과를 반영해 2017년까지 50% 감축, 1도(300ppm) 안정화, 기후부채 GDP 6% 보상, 인간과 환경 권리 보장, 탄소시장과 자연과 산림의 상품화 반대, 완화기술에 대한 지적재산권 금지 등의 주장했지만 회의 논의 테이블에 조차 올려 지지 않았다.
협상장 바깥에서의 효과적인 압박이 이뤄졌다고 보기엔 규모나 준비 면에서 미흡했다. 이는 분산된 회의장과 멕시코 민중진영의 다양한 입장차이, 기후운동단체간의 활동방식의 차이 때문으로 보인다. 주요 이슈별에 대해서도 그러한 차이점이 발견되는데, (비시장적) REDD를 지지하는 진영과 REDD를 부정하는 진영 그리고 CCS를 현실적으로 인정하는 입장과 CCS를 부정하는 입장이 대표적이다.
이번 회의에서는 특이하게 ‘기후정의를 위한 국제 카라반’이 진행되었다. 국제 농민단체인 비아 캄페시나(La Via Campesina)등을 중심으로 미국, 캐나다, 멕시코 등의 사회운동단체들과 함께 꾸려졌다. 멕시코의 세 지역에서 출발한 이들은 11월 30일 멕시코시티에 모여 “생명과 사회 그리고 환경정의를 위한” 행진을 진행했다.

3. 한국 NGO 기후변화 운동 방향

“칸쿤은 이렇게 끝이 났다. ‘바닥을 향한 경쟁’이었던 칸쿤은 2도 상승은커녕 4도 상승으로 결론 내렸다. 승자는 선진국과 자본이고, 패자는 빈국과 빈자들이다. 형식(기후협상)은 현상유지겠지만, 내용(기후변화)은 후퇴했다. 즉 협상은 살렸지만 기후와 인간은 살리지 못했다.” –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

“‘칸쿤합의’는 결과적으로 작년 실패한 협정문이라고 평가받았던 ‘코펜하겐 협정문’의 수준을 그대로 이어받은 것에 불과하며, 코펜하겐 협정문의 수준에서 단 한 걸음도 진일보하지 않았다. 현재의 2도 상승 억제라는 합의는 모두의 목표치이지만 어느 누구의 목표치도 아니다. 이를 위한 각국의 현실적이고 즉각적인 대응 목표치와 행동이 수반되지 않는다면 이는 어떠한 의미도 없다.”  – 녹색연합 –

국제 환경 NGO들이 ‘기후변화’를 최우선 과제로 설정하고 활발히 활동하는 것이 비해 한국의 기후변화 대응 운동은 ‘4대강’에 잠겨있다. 환경단체의 주요 활동 대상이 ‘4대강’에 집중되면서 기후변화 활동가들의 역량까지도 4대강에 쏟아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농민들도 기후변화로 인한 작황피해와 농산물 가격 불안과 연결해 기후변화를 주제로 한 운동을 펼쳐야 함에도 불구하고 농촌현실을 둘러싼 당장의 과제들 속에 기후변화 대응은 엄두도 못 낸다. 노동자들도 현재 처한 노동의 현실이 너무나 엄혹해 기후변화 대응은 그냥 환경단체들이 해야 할 일로만 여기게 된다. 기후변화를 주제로 환경, 인권, 노동, 여성, 빈곤, 농민, 건강과 같은 다양한 운동으로 확산되는 외국과 비교해 볼 때 한국의 기후변화대응 운동은 여전히 환경단체의 이슈로 머물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현실적인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역량을 최대한 잘 활용해 활동해야 한다.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 참가와 기후운동  
한국 NGO들은 평소 에너지 분야에서 활동을 하다가 12월이면 매년 열리는 기후변화협약당사국 총회에 참여하고 있다. 지금까지 매년 각 단체별로 1-2인 정도가 참여하고 있는데, 거의 개별참가 형태로 전 세계적인 네트워크나 기후운동과 소통구조를 갖지 못해왔다. 평소 여러 가지 활동으로 바쁘다가 정신없이 국제회의에 참석해서 국외 상황을 모니터링 하는 정도였다. 그러다가 2007년 발리회의를 준비하면서 기후변화협약당사국총회 공동대응단이 꾸려졌고, 사전 준비와 교육, 공동성명서 작성, 노동조합, 농민운동의 결합 등이 시작되었다. 올해에도 공동대응단 명의의 성명서가 나왔고, 2009년 코펜하겐 회의 때와는 훨씬 줄어든 규모로 이번회의에 참가했다.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가 노조와 함께 3~4명이 참가했고, 녹색서울시민위원회로 NGO활동가들이 참여했다.
한국의 기후운동은 기후변화협약 대응을 중심으로 진행된 것은 아니었고, 2008년 폴란드 회의까지만 하더라도 한국정부 또한 협약에 대한 입장이 매우 소극적이어서, NGO들의 활동 또한 정부의 적극적인 대응을 촉구하는데 초점이 맞춰졌다. 반면 유럽 NGO들은 각국 정부가 협상에서 열쇠를 쥐고 있었기 때문에 협약 자체를 모니터링 하는 것이 중요할 수밖에 없었고, 전문성도 갖추게 되었다. 배출권거래제 도입이 가장 활발한 영국에서 배출권거래제에 가장 비판적인 탄소거래감시(carbon trade watch) 활동이 활발한 것과 마찬가지 이유이다. 더불어 기후변화협약의 내용이 너무나 어렵고 복잡하기 때문에 한 번의 참여로는 이슈에 접근하는 것조차 힘들다.
가장 큰 문제는 국제적인 기후운동과 상시적인 네트워크가 형성되어 있지 않다는 점이다. 다행히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가 2008년부터 2010년까지 활동을 하면서 국제노총과의 공동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고, 기후정의네트워크와의 협력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환경정의는 지금은 중단되었지만 기후정의청년단을 파견해왔고, 환경운동연합은 지구의 벗이라는 네트워크를 가지고 있다. 2007년부터는 협상이 열릴 때 NGO들이 언론의 역할을 같이 하고 있는데, 프레시안과 오마이뉴스를 통해 회의 소식을 연재하는 것, 각 주간지에 협상관련 기사와 논평을 쓰는 활동을 통해 의제를 정리하고 알리는데 힘쓰고 있다.
한국정부는 코펜하겐 회의를 기점으로 기후변화협상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기후변화협약당사국 총회에서 ‘녹색성장’을 적극 홍보하고 있고, 국제사회에서도 그러한 노력을 인정받는 분위기이다. 12월 4일(현지시간 기준), 칸쿤 메쎄에서는 국제녹색성장연구소(Global Green Growth Institute: GGGI)가 부대행사를 열었다. 더불어 2012년 기후변화총회 한국 유치를 위해 카타르와 경쟁하고 있다.
이에 반해 NGO들의 역량은 참가인원이나 활동 면에서나 역량이 오히려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다. 국제협상에 대응한다면 12월에 개최되는 2주간의 기후총회보다 11개월 동안 진행되는 사전 협상이 중요하다. 한편으로 냉정하게 생각해보면 한정된 수의 활동가들이 국내외에 쏟아지는 에너지, 기후변화 관련 활동을 하면서 매번 회의 협상 내용을 모니터링 하는 것도 쉽지 않다. 따라서 국내에서도 기후변화협상을 주요 활동대상으로 하는 단체가 주도하면서 역할분담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

국내 에너지 운동과 기후변화 운동의 결합
기후변화 대응은 개인의 실천, 지역의 대안모색, 국가정책, 국제적인 온실가스 감축 방향의 설정, 이 4단계가 모두 중요하다. 그렇기에 기후변화협상회의와 국내 에너지 운동이 잘 연결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각국은 결국 국내에서 합의된 내용만큼을 회의장에서 발언할 수밖에 없는데, 주요국가들의 기후변화 대응 정책들도 암초에 부딪히고 있다. 칸쿤회의 직전에 미국과 캐나다의 기후법안이 부결된 것이 대표사례이고, 국내에서도 원자력과 4대강으로 대표되는 기후정책이 추진되고 있다.
한국사회가 ‘녹색성장’을 이야기하지만 실제 칸쿤회의에 대해 언론들의 심층보도는 이뤄지지 않았고, 더 충격적인 것은 12월 7일 녹색성장과 직접 관련 있는 ‘국가에너지·전력수급·천연가스수급기본계획 공청회’가 열렸는데도 언론이나 사회적 관심의 대상이 되지 못했다는 사실이다. 12월 7일 공청회 결과로, 정부는 2024년까지 14개의 원자력발전소 추가건설을 핵심으로 하는 전력수급기본계획을 확정지었다.
2011년에도 국내 에너지 정책과 관련해서 활동해야 할 부분이 많다. 2011년 1월 11일 현재 벌써 두 차례나 전력피크를 쳤으며, 에너지세제 개편, 탄소세, 고준위핵폐기물 처분 공론화, 신규원자력발전소 건설 등 대응해야 할 주제가 너무나 많다. 이런 정책들과 기후변화대응 운동의 연결고리를 잘 찾아서 활동해야 한다. 에너지 정책을 지속가능한 방향으로 전환시켜나가면서 온실가스도 줄이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아야 하는 것이다.
한정된 인력과 시간, 역량을 잘 발휘하기 위해서는 연대활동이 필요하다. 여기서 경험은 각 단체가 자신들이 잘 할 수 있는 부분들을 특화해서 다른 단체와 정보를 교환해나가면서 활동의 방향을 잡아갈 수 있다. 연대 활동에 있어서 시민단체들이 정부와의 굿 거버넌스를 요청하듯이, 연대활동 안에서도 책임과 신뢰를 바탕으로 한 거버넌스가 필요하다.
한국에는 에너지 기후변화 분야에서 다양한 연대체가 있다. 반핵국민행동, 에너지시민회의, 에너지노동사회네트워크가 있고, 준정부조직으로 에너지시민연대, 그린스타트, 한시적인 조직으로 UNFCCC, COP 공동대응단이 있다. 참여형으로, 씽크카페 “석유없는 세상”, 의제21, 에너지기후변화를 주제로 활동하는 연구소(시민사회네트워크 싱크탱크). 근래에 들어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환경재단 기후변화센터, 기후행동연구소 등 기후문제만을 다루는 민간기관들이 생겨나 자리잡아가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그 중에서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는 기후변화협상에 많은 공을 들이면서 CJN과의 네트워크를 통한 기후정의 운동의 확산, 에너진발간을 통한 협성 분석, 공공운수노조와의 협력을 통한 정의로운 전환 운동 등을 활발하게 펼치고 있다. 환경재단 기후변화센터는 기후변화 대응 교육을 중심으로 350 캠페인을 벌이고 있고, 18차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의 한국 유치를 위해 활동하고 있다.  
최근 기후정의네트워크라는 환경단체와 각 지역조직, 진보정당, 농민단체, 노동조합, 사회운동단체를 포괄하는 기후정의연대의 출범이 가시화되고 있다. 기후정의 운동이 사회의 다양한 운동들과 결합되어 확산되는 전기가 마련되고 있다. 볼리비아의 민중회의 결과를 국내에서도 논의하는 틀이 구성되는 것으로 이 활동이 잘 진행된다면 2011년은 한국의 기후운동에 있어 매우 중요한 한해가 될 것이다.
기후변화 운동이 외연을 확대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규모나 활동이 정체되어 있다. 늘 활동가끼리 모여서 회의하고, 대책을 논의한다. 적극적으로 사람들을 끌어들이기 위한 조직화 활동이 필요하다. 노조를 대상으로 한 교육, 농민들과의 이야기 나누기, 광범위한 조직화 운동이 필요하다. 그렇게 대중조직 운동을 해야 한다. 개인의 변화를 넘어 사회변화로의 기후변화 문제를 이야기할 수 있도록 확산하는 전략이 있어야 한다. 그렇게 하려면 연대를 위해 헌신하는 주체가 있어야 한다. 현재 이런 외연을 확대할 수 있는 실험으로서 “기후변화행동캠프”가 2회째 열리고 있다. 이 “기후변화행동캠프”를 대중운동의 장으로 활용하는 것도 의미가 있다.

의제 21, 도시와 지역의 대안  
기후운동은 국가와 대중운동만이 아니라 이제 개인과 지역 공동체, 도시 운동으로 확산되고 있다. 따라서 각 지역별로 양성된 기후변화 교육자, 에코맘, 에코홈닥터들이 자기가 살고 있는 지역에서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운동이 필요하다. 이 활동은 지자체, 각 지역의 NGO, 의제 21을 중심으로 진행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로컬 푸드, 로컬에너지, 도시농업, 도시 광산, 도심녹화 등을 대안으로 기후변화를 대응하는 일이 긍정적이며, 공동체의 지속가능성을 증진시키는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것을 강조할 필요가 있다.

대화와 토론 – 온실가스 감축방식에 대한 논의
이제 기후변화 대응 운동은 목표의 설정과 더불어서 구체적인 실행방안에 대해서도 논의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NGO 활동 내용에 있어서도 전문성이 요구된다. 더불어 NGO들 사이에 서로 다른 입장 차이를 토론하고 조율해야 할 주제들이 등장하고 있다. 예를 들면, 온실가스 감축에 있어 시장주의적인 접근에 대해서는 단체마다 입장이 다르다. 배출권거래제가 아닌 목표관리제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나가야 한다는 주장과 배출권거래제를 적극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충돌하고 있다. REDD에 대한 입장, CCS에 대한 입장에도 차이가 있다. 그렇기 때문에 서로가 가진 정보를 공유하고, 함께 논의하는 구조를 갖춰야 한다.
한국 NGO입장에서는 최우선적으로 18회 회의 유치여부에 대한 토론이 필요하다. 환경재단 기후변화센터는 적극 찬성을 하고 있고, COP16 공동대응단은 ‘4대강’과 ‘그린워시’를 먼저 포기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최열 대표는 한국 유치를 소망하는 이유로 ‘개도국과 선진국의 양보와 타협을 이끌어낼 적임자,’ ‘한국 민간단체의 역동성,’ ‘(국제행사 준비) 저력’을 들고 있다(한겨레 칼럼, 11월 30일자). 이러한 주장을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는 언론 칼럼을 통해 노골적으로 비판해왔다. 이후 한겨레 면대면을 통해 논의는 있었지만, 실제 깊이 있는 논쟁이 이뤄지고 있지 않다. 유치여부에 대한 토론을 통해 의견일치를 보자는 것이 아니라 이러한 논의는 기후운동에 있어서도 꼭 필요하고, 당연히 진행되어야 할 절차라고 본다. 오히려 이런 토론이 벌어지지 않는 것이 이상하다. 개인적 의견으로 걱정되는 것은 시민사회의 역량이다. 그리고 이 회의는 일부 환경단체가 준비하는 것이 아니라 수많은 사회단체가 함께 준비해야 하는데, 외부로부터 엄청난 손님들을 맞을 수 있는 우리 내부의 역량에 대해 되짚어 봐야 한다.

* HERI의 맞대면 소개글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10&oid=028&aid=0002074731
*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 “환경보다 홍보 집착하는 현정부는 의장국 자격 없어”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10&oid=028&aid=0002074730
*기후변화센터 반론글 : “기후변화회의 한국 개최는 환경선진국 도약 계기”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10&oid=028&aid=0002074727

<참고 자료>
– 이정필(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상임연구원), 조보영(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비상임연구원), 2010.12.27,
제16차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16) 평가와 전망 ENERZINE FOCUS 22호
– 이유진, 손형진, 2010, COP16 [칸쿤은 지금], www.ohmynews.com
– 이헌석, 2010, 한국의 기후 운동 현황과 과제
– 이진우, 2010, 국제기후변화 협상 쟁점과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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